‘벼랑 끝’ 지역주택조합
2026.07.1220
■ 지역주택조합‥'지옥주택'?
◀ S Y N ▶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홍보영상
"지하철 1호선 장림역 개통 예정으로 더 편리한 쾌속 교통. 이제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10년 전, 부산의 한 아파트 분양 홍보 영상입니다.
25층 6개 동 530세대 규모의 프리미엄 아파트가 들어설 거라고 홍보합니다.
토지 확보가 완료됐다는 문구도 선명합니다.
평당 6백만 원 대의 돈만 내고 조합에 가입하면
아파트 한 채를 가질 수 있다는 장밋빛 광고.
평생 목수 일을 해왔던 조흥수 씨는 편안한 노후를 위해
2천7백80만 원을 내고 조합에 가입했습니다.
◀ I N T ▶ 조흥수 /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원
"당시 (평당) 600만 원대에 여기 계약을 하면 일반 분양할 때 (팔면) 한 1,200만 원씩 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 뭐라 그럴까 좀 고무적이 됐지…“
어려운 형편에 결혼할 아들의 집 마련을 위해
평생 모아온 3천6백만 원을 낸 조합원도 있었습니다.
◀ I N T ▶ 김정순 /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원
"나이 칠십이 되도록 살면서 누구한테 10원 하나 거짓말한 적 없이 살고 정말 남편 벌어다 주는 것도 꼬박꼬박 열심히 1년짜리 적금 10만 원짜리 들어가면서 모은 돈을 여기다 다 쏟아붓고 지금 진짜 이 생각만 하면 막 부들부들 떨리고…“
이렇게 총 319명이 120억 원 가량을 내고 조합원이 됐습니다.
대부분 내 아파트가 생긴다는 꿈을 안고 평생 어렵게 살며
모아온 돈을 선뜻 납입한 서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사업 부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계획대로면 아파트가 솟아 있어야 할 자리엔 나무만 무성한 숲이 그대로 있고,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낡은 집들만 듬성듬성 보입니다.
공사를 위한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서민 조합원들이 피땀 흘려 일해 모아 납입한 120억 원은
천만 원 만 남고 모두 사라졌습니다.
◀ I N T ▶ 오유진 /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원
"이 사고가 터졌다는 얘기를 듣고요, 구청 가서 알아봤더니 아예 제 이름은 (조합원 명부에도) 없더라고요. 진짜 밥도 못 먹고요. 잠도 못 자고 우울증이 왔었어요. 그거를 번다고 얼마나 내가 고생을 했는데…“
◀ I N T ▶ 박이순 /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원
"우리 아저씨가 배 타니까 배에서 다쳤어요. 그래 그 보상금이 나와서 그거 갖다 집어넣었는데… 얼마나 구박받고 몇 년을 구박받고 그랬죠. 막 자다 보면 그 생각하면 열이 팍 오르고 막 그랬거든요.“
부산의 한 지역주택조합에서 벌어진 일.
120억 원의 조합비가 어디로 사라진 건지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 김태윤 기자 ▶
40년째 운영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제도.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와 85㎡ 이하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들이 청약 경쟁 없이 조합을 결성하고,
이 조합이 토지 매입, 건설,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집니다.
집 없는 서민들에게도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지만
실제 현실에선 3곳 중 한 곳은 분쟁에 휩싸여
사업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왜 '지옥주택' 됐나
아파트 건설 사업은 무산되고 서민 조합원들의 돈 120억 원이 날아가 버린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
애초에 공사 예정지에 토지 확보가 완료됐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로 조합이 이곳에서 소유권을 확보한 땅은 단 한 필지도 없었습니다.
◀ I N T ▶ 이복희 / 부산 장림동 원주민
"아무도 (조합에) 땅 판 사람 없어요. 100억을 해 먹었다대 말이, 소문이…“
◀ I N T ▶ 조흥수 /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원
"(소유권 확보가)한 평도 안 돼 있고 그게 이제 어이가 없잖아요. 아파트를 100% 토지 매입을 했다는데 야산은 그대로 보다시피 이렇게 돼 있고 그런데 우리한테는 100% 토지 매입을 했다고 조합원들한테는 거짓말을 하고…“
토지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는데도, 토지 확보가 완료됐다고 광고하면서,
돈을 받고 조합원을 모집한 겁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역주택조합의 '선 조합원 모집, 후 토지매입 구조' 때문입니다.
땅이나 집주인들이 모인 다른 조합,
즉, 땅을 확보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일반 재건축, 재개발 조합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땅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할 수 있고,
조합원도 모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부지 내 토지의 80% 이상에 대해
땅주인들로부터 사용 동의서만 받으면 조합 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토지사용 동의는 토지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된
소유권 확보 상태와는 다르지만, 관행적으로 토지 확보가 완료됐다고
광고해왔던 겁니다.
◀ S Y N ▶ 오인철 변호사
"어떻게 보면 기망이죠. 확보라는 개념에 대해서 혼동시켜서 그러니까 그 동의서 내용은 ‘내가 이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함에 있어서 동의한다’ 이 관념적인 토지 사용이죠.“
당연히 조합원들도 이미 토지가 확보된 걸로 믿고 조합에 가입했습니다.
◀ I N T ▶ 김정순 /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원
"'토지 매입이 100% 다 돼 있다. 이건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그러면서 명단을 여러 사람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많이 가입했는데 왜 그렇게 의심을 하느냐' 그래서 그래 이제 믿고 갔죠.“
서울 강남권의 한 지역주택조합 홍보관.
서울 강남권에서 10억 원 남짓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홍보하며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 S Y N ▶ ○○조합 업무대행사 상담원
"지금 25평 같은 경우는 지금 한 8억 5천(만 원) 정도 하고요, 기준층 기준으로. 그리고 34평 같은 경우는 한 11억 원 정도.“
아파트가 들어설 곳의 토지도 80% 이상 확보됐다고 강조합니다.
◀ S Y N ▶ ○○조합 업무대행사 상담원
"지금 토지 80% 이상 확보가 됐어요. (여기는) 위험한 단계는 완전히 끝났죠, 이제.“
과연 사실일까?
스트레이트는 이 지역주택조합이 사업부지 토지소유권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서울시 측에 확인해봤습니다.
그 결과 토지 소유권은 단, 11.2%만 확보된 상태였습니다.
◀ S Y N ▶ 탈퇴 조합원
"조합에 제가 계약을 할 때부터 계속 다 매입이 됐다 하면서 진행도는 안 보이고 뭔가 투명하게 돈 쓴 것도 열어주지 않고 그러면서 다들(다른 조합원들) 이제 약간 불안해하는 이런 게 보이더라고요.“
조합 측은 "매매 계약과 약정을 포함하면 80% 이상 매입이 완료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토지를 확보했다고 홍보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 S Y N ▶ 김혜겸 변호사
"단순히 매매 약정서만 가지고 ‘토지 소유권원을 확보했다’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소유권 이전 등기가 되었는지 아니면 토지 소유권, 그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 자체를 확보한 문서까지도 확인했는지 그런 비율까지도 정확하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모집부터 토지확보, 인허가, 시공사 선정 등을
시행사가 아닌 조합이 직접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접 하기 어려워 거의 100% 업무대행사를 선정해 대행시킵니다.
사업이 무산된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도
조합원 모집과 홍보, 조합비 사용 등을 사실상 업무대행사가 맡았습니다.
그런데 조합비를 사용해온 업무대행사 대표가
5년 전 잠적해버렸고,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
사라진 120억 원에 달하는 조합비 중 상당수는
이 업무대행사가 사용한 걸로 추정됩니다.
◀ S Y N ▶ 업무대행사 관계자
"제가 알기로는 한 120억 전후가 될 거예요. 현재로는 제로가 됐지만, 그때 당시로는 토지라는 데서 어떤 인허가 과정에서 업무 대행비도 나갔을 거고 모델하우스를 짓는 것도 나갔을 것이고… (대행사 대표에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참 많이 했었거든요. 사업하는 방식이 사고가 날 수밖에 없게끔 이끌어 간 것 같아요.“
조합원 모집도 업무대행사가 담당했는데,
수시로 분담금을 추가로 요구해 받아갔습니다.
◀ I N T ▶ 조흥수 /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원
"이 대행사, 이 사람들이 나는 흡혈귀라고 생각합니다. 그 돈 별로 없고 한 푼 한 푼 모아서 집 한 채 마련하려는 우리 서민들한테 피까지 빨아 먹으려고 자꾸 대출을 요구하고…“
평생 모은 돈을 날린 서민들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 S Y N ▶ 김종택 /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원
"아파트 이거 한다고 하다가 부인하고 이혼하고 지금 혼자 있어요. 그거하고 나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내가 지금 남 앞에 가면 창피해서요. 내 앞에 이빨도 없습니다.“
업무대행사를 선정해 계약했던 조합장도 현재 연락 두절 상태.
경찰은 부산 장림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들,
그리고 구속된 업무대행사 대표 등을 상대로
조합비 120억 원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 김태윤 기자 ▶
주로 집 없는 서민들이 모인 지역주택조합은
사업 토지를 한꺼번에 확보할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업무대행사들이 사업을 진행할 땅을 미리 사서 확보해두면
조합이 대행사로부터 이 땅을 사는 형식으로 토지를 확보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토지 가격이 급등하는 건 물론,
여러 가지 분쟁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 치솟는 사업비‥조합원만 '봉'?
아직 조합원 모집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권의 지역주택조합.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조합과 업무대행사 간 건물 매매 계약서입니다.
업무대행사는 지난 2020년 8월.
사업부지 내에 있는 3층짜리 상가 건물을
기존 건물주로부터 100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3년 만인 2023년,
지역주택조합은 이 건물을 대행사가 구입한 가격보다
두 배나 비싼 2백억 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했습니다.
이 건물의 2025년 기준 감정가는
조합이 계약한 2백억 원의 절반도 안 되는 92억 원었습니다.
사업부지 내에 있는 또 다른 건물.
업무대행사는 2020년 11월에 이 건물을 55억 원에 샀습니다.
역시 조합은 3년도 안 된 2023년 3월,
대행사에게 두 배 가까운 103억 7천만 원을 주고 사겠다고 계약했습니다.
이 건물의 감정가는 2025년 기준 계약액의 절반도 안되는
47억 5천만 원입니다.
당연히, 조합이 업무대행사에게 너무 큰 이익을 몰아줬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 S Y N ▶ 인근 부동산
"(그 가격에) 누가 사겠어요? 나는 진짜 불쌍해 죽겠어 저(조합원) 사람들. 저거 왜 저런 거 하는 거는 나라에서 없애야 돼.“
이에 대해 조합과 업무대행사 측은
"수년간 적체된 금융이자,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을 감안하면
결코, 과도한 금액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세금과 부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사줬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S Y N ▶ 김혜겸 변호사
"사실 왜 그 가격이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세금 부담 등을 이유로 해서 시세의 두세 배에 이르는 가격을 책정했다는 설명 자체가 조합원의 재산을 임의로 대행사의 편의 등을 위해서 처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좀 피하기 어려울 것 같고요.“
이렇게 토지 매입비용이 불어나게 되면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주택 가격도 크게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 S Y N ▶ 탈퇴 조합원
"처음에 그 제시한 그 3억에서 4억 사이의 금액보다 아마 더 뛸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냥 좀 허망한 것 같아요, 허탈하고.“
업무대행사가 먼저 토지를 매입해 조합에 되파는 과정에서
토지 가격이 치솟고, 조합원들의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는 사례는
전국에서 비일비재합니다.
◀ S Y N ▶ 권혜령 / 부산 00 지역주택조합원
"돈만 주면 집이 지어지는 줄 알고 그때 3억 4천(만 원)에 계약을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분담금이 자꾸 나오고 뭐 사실 7억 가까운 돈이 들었고요. 지금도 뭐 칠순 넘어서도 뭐 알바라도 하러 다녀야 이게 이자를 내는 상황이고 이러다 보니까 다들 죽을 지경인 거죠.“
◀ S Y N ▶ 하만노 / 부산 00지역주택 조합원
"내가 아는 모든 지인들한테는 두 번 다시는 지역주택조합을 권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 S Y N ▶서진형 /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사업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업무대행사라든지 이해관계자들이 토지를 사전에 확보를 해서 알박기를 하게 되면 조합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토지를 매수할 수밖에 없다“
◀ S Y N ▶ 이재명 대통령(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 2025년 6월 25일)
"전국에 온 동네 지역주택조합 문제가 있더라고요. 제가 이미 지시를 해서 그거는 실태 조사하고 대책이 어떤 게 가능한지를…“
지역주택조합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국토부는 지난해
전국 618개의 지역주택조합 중 396개 조합에 대해 일체 점검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64%에 달하는 252곳에서 법령 위반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서울시도 자체 실태조사를 했는데, 118개 지역주택조합 중에서
위법사항이 적발되지 않은 곳은 단 12곳에 불과했습니다.
◀ S Y N ▶ 서진형 /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지역주택 같은 경우에는 이 사업 추진 단계까지는 사실 행정력이 전혀 미치지 않기 때문에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조합 설립 추진 이전에 사업들을 일정 부분 지휘·감독할 수 있는 제도들을 마련하게 되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결국, 국토부는 지난 4월, 관련법 개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업무대행사의 경우, 현행 자본금 5억 원에 더해
전문인력 5인 이상의 자격조건을 갖추도록 하고,
토지 확보 현황을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부지 내 토지 95%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사업승인을 해주는 종전 기준을
80%로 완화해 신속한 진행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법안은 제출됐지만, 아직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 I N T ▶ 김광수 / 한국부동산산업학회 정책국장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거든요. 그거를 충분히 살릴 수가 저는 있다 봅니다.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면 그거는 누가 해야 되냐. 결국 국회에서 해야 되고…“
현재 전국 26만 명에 달하는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상태.
서민들의 꿈은 물론, 이들의 생계까지 위협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속이 법 개정과 세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