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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2부작 1부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

2018.04.1743

■ 소문의 시작, ‘검찰 최고 간부급 검사의 성관계 동영상’

2012년 말, 검찰 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검찰 최고 간부급의 성관계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것. 당시 서울고검 부장 검사였던 이용주 의원, 처음에는 그 말
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저희 검찰에서 이걸 선배님들하고 연말 모임을 하고 있는데 야 어디서 이런 말들이
있다는데 사람들이 그런 부분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겠냐 그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었습니다.”
- 이용주 의원


처음에는 구하기도 힘들었다는 동영상, 그러나 동영상을 봤다는 검사들이 하나둘 나
타나면서 검찰 최고 간부급의 누군가로 추정되던 동영상 속 남성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났는데...


■ 불상의 남자, 그 정체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문제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속옷
만 입은 남성이 뒤에서 한 여성을 껴안은 채 노래를 부르며 성관계를 맺는 모습이 담
겨 있었다. 1분 40초의 영상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검찰 내부에서 소문으로
만 떠돌던 이름이 세상에 드러났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
된 김학의 씨. 동영상이 찍힌 장소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소유로 되어 있는 강원도
의 한 별장. 경찰은 윤중천 씨가 자신의 별장에서 사회 고위층들에게 성접대를 해왔
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 역시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
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을 냈다. 그러나 검찰은 성폭행의 증거가 불충분하고, 동영상
속 남성을 특정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김학의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무
혐의 처분을 내렸다.


■ 피해 여성 A 씨 “동영상 속 여성은 바로 나... 우리는 성노리개였다.”


무혐의 처분으로 묻히는 듯했던 사건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2014년, 동영상 속 여성
이 바로 자신이라는 여성이 나타난 것.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힌 피해 여
성 A씨는 동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 한 차례의 소환
조사도 없이 검찰은 전과 같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여전히 영상 속 두 남녀를 특
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렵게 용기를 냈지만, 철저하게 외면 당한 고백. 검
찰,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A씨가 제작진 앞에서 힘겹게 그날의 일을 꺼
냈다. 2006년 지인의 소개로 윤중천 씨를 알게 된 A씨. 이후 강압과 폭언에 의해 윤
중천 씨와 그가 소개하는 사람들과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윤중천 씨 옆에는 당시 인천지검 차장 검사였던 김학의가 있었다. A씨에 따르면 윤
중천 씨는 A씨와 그 외의 여성들이 성관계하는 모습을 습관적으로 촬영했다고 한
다. 뿐만 아니라 윤중천 씨는 강남에 오피스텔을 얻어 A씨가 살도록 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A씨는 윤중천 씨와 김학의 전 차관이 올때마다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어야
했다. A씨는 자신의 성관계 동영상을 갖고 있는 윤중천 씨가 하자는 대로 할 수 밖
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김학의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에 따르면 그런 패턴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A씨뿐만이 아니라 여러 명이었다.


■ 여성은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

문제의 동영상이 공개된 후, 김학의는 취임 엿새만에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김학의
전 차관은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사퇴의 변을 내놓았다. 윤중천 씨 역시 김학
의 전 차관과 동영상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며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그러나 피해여
성 A씨와 제작진이 어렵게 만난 또 한 명의 피해 여성 B씨는 김학의와 윤중천 씨의
주장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때는 MB 때였거든요. 윤중천 씨가 나한테 자기가 이 새끼들 다 찍어놨어, 이래
가면서 나중에 만약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은 (김학의) 이 사람이 꼭 한 자리 할
건데 그때 자기가 한 번 아주 덕을 톡톡히 볼 거라고.”
- 피해 여성 B씨


“(윤중천 씨가 김학의를) 엄청난 사람이라고 얘기를 했었어요. 엄청난 사람이고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네가 그렇게 하냐 뭐 이런 식으로 검사라고 저 사람이 검사라
고.”
- 피해 여성 A씨


경찰의 소환조사에 거듭 불응하며 조사를 회피하던 김학의 전 차관.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학의 전 차관은 사건이 검찰로 빨리 넘겨지길 바랐다. 검찰에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 실제로 2013년 11월 11일, 경찰의 기소의견과는 달리 검찰은 증거불충분
으로 김학의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학의 전 차관의 소환 조사는 무혐
의 처분 결정 9일 전인 11월 2일 단 한 차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에
대해 피해 여성 B씨는 윤중천 씨에게 큰 보험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냐면 윤중천 씨는 큰 보험 들어놨다고 하는 거예요. 윤중천 씨
는 큰 보험 들어놨는데 누가 걔를 건드려, 이러더라고요. 어떤 보험이요? 김학의라
고 하는 그 보험 들어놨다고 하는 거예요. 김학의 건드리려고 하면은 검찰이, 세상에
서 이야기하는 자기 식구잖아요. 자기네 치부를 건드려야 되고... 윤중천 씨를 봐줄
수밖에 없죠.”
- 피해 여성 B씨


■ 두 번의 무혐의, 그리고 그때 그 검사들

숨어 사는 여성들과는 달리 변호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학의 전 차관. 범죄 여
부를 떠나 별장 안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김 전 차관이 변호사로 개업하기까
지 검찰이 내린 두 번의 무혐의 처분이 큰 공을 세웠다. 당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듣
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사들은 어떤 검사들일까. 2008년 BBK 특검에서 다스수
사 팀장을 맡아 무혐의를 이끌어낸 박정식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현 부산고
검장)부터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윤석열 팀장에게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
에 휩싸였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현 대형로펌 변호사), 지난해 후배 검사를 성추
행하고 후배 검사와 실무관에게 사적인 만남을 제안한 사건으로 면직된 당시 담당
부장검사 강해운, 2014년 정윤회 문건이 조작된 문서라는 결론을 냈던 유상범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현 변호사 개업), 그리고 이 모든 사건들이 일어난 시기에
검찰의 수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김진태 전 검찰총장(현 대형로펌 변호사)까지. PD수
첩에서 당시 사건에 대해 그들의 입장을 물었다.


■ 뿌리깊은 적폐를 만든 정치 검사들

2018년 4월,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본조사 대상으로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사건
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가 가능했던 것은 검찰
내부의 정부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정치 검사들과 그들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시스템에 있었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촉발된 검찰개혁의 씨앗, 에서는
검찰개혁 2부작을 통해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져 있던 검찰의 적폐를 파헤치며 검
찰개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검찰개혁 2부작 1부에서는 검찰의 제 식구 감
싸기식 수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을 통해 아직 끝나
지 않은 의혹과 검찰 내 정치검사들의 적폐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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