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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의사는 없었다

2018.10.0256

2년 전 전북대 병원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 2세 아이로만 알려져 있는 민건
이. 보건복지부는 3개월여 간의 조사 끝에 의료진 개개인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결론
지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은 민건이 및 민건이 할머니의 죽음과 관
련한 새로운 사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치료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방치되어 있었
던 민건이. 전북대 병원에서 그날, 과연 의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 민건이는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의사가 없었다.

2016년 9월 30일 오후 5시 40분, 2살 민건이와 할머니가 견인차에 치여 전북대학
교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의식이 있었던 민건이. 그
러나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14곳의 병원에 전원을 요청하는 사이 심정지까지
왔다.


“의사가 없어서 지금, 학회 준비로 안 계신대요.
수술 여기서 못하니까. 저희가 원하는 데가 있네요?
저희가 어떻게 알아요. 저희가... 저희보고 말을 하래요.”
- 민건이 어머니 인터뷰 中



결국 전북대 병원 도착후 6시간이 지난 밤 11시59분에야 심정지 상태로 중증외상전
문 병원인 수원의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진 민건이는 결국 과다 출혈로 숨지
고 말았다. 의학교과서에 나와 있는대로만 치료를 했더라도 민건이와 할머니를 살
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학회로 인해 수술이 가능한 정형외과 전문의가 남아있지
않아 방치되어 있었던 민건이. 민건이가 방치되어 있었던 그날, 치료해줄 의사는 없
었다.


■ 전북대병원의 거짓말과 끝없는 사실 은폐

사고 당일, 당직 전문의에게 병원 내 응급의료시스템을 통한 문자 한 통이 전송됐
다.


“ 000 선생님, 중증외상 환자입니다!”


하지만 당직 전문의는 응급실에 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어
렵게 만난 그는 학회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 민건이의 상태를 보고받은 적도 없다
고 주장했다. 전북대 병원 역시 정형외과 당직 전문의에게 호출은 없었다고 보건복
지부에 허위보고를 한다. 보건복지부 역시 외상외과 전문의만 호출했다는 전북대병
원 측의 주장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인정해 버린다.
전북대 병원은 또 ‘수술실 2개가 모두 다 가동 중이어서 민건이와 할머니를 모두 수
술할 수는 없었다’고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그러나, 취재결과, 이 역시 거
짓말로 드러났다. 전북대 병원 전체 수술실17개 중 수술이 있었다고 하는 2개는 응
급을 요하지 않는 비응급 수술이었다. 조직적인 은폐와 비상식적인 주장. 그들이 거
짓말을 해야만 했던 숨겨진 시간의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 은 감사원의 보
고서를 토대로 민건이 사망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 민건이 사망에도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우리 나라 응급실 또는 대형병원 응급실의 가장 문제는 중환자를 자신들이 치료하
지 않고, 자꾸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 한다는 것이다. 중증외상환자에게는 환자를 살
릴 확률이 높은 있는 골든타임 내의 치료가 관건이다. 그런데 치료에 한 시가 급한
중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자꾸 옮기려 할수록 치료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
만큼 사망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응급실은 수술 할 의사가 없다, 중환자실이 없다,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자꾸 다른 병원으로 중환자를 이송시킨다. 그 사이 중환자는 치료받을 기회를 빼앗
기고,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정부는 도 별로 권역별 응급의
료센터를 지정하고, 국민 혈세로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민건이 사망사건 사례에서 보듯이, 전북대 병원 같은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조차도 병원을 믿고 찾아 온 환자를 자꾸 다른 병원으로 ‘밀어내기’를 하고 있는 것
이다. 이러한 문제는 민건이 사망사고 이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환자들이 응
급실에서 병원을 믿고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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