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2.치우 네

  • 이삼숙
    이삼숙황영희(여, 57세, 치우의 양엄마/동네 미용실 운영) “내 입엔 날 때부터 폭탄이 달렸다니께! 기본 장착이라 죽기 전엔 절대 해체 안 되는구먼”

    그날따라 장에 들르고 싶었다. 얼떨결에 보게 된 다섯 살 아이를 그냥 두고 올 수가 없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이었는데 남편은 하는 사업마다 말아먹고 술로 세월을 보내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삼숙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서울 변두리 미용실에 자리잡기까지 참 억척같이도 살아냈다. 치우가 없었다면 이기지 못할 세월이었다.

  • 임주철
    임주철이도겸(남, 34세, 한수그룹 보안요원)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웁니다. 내가 남자 캔디거든요!”

    체대 입학 후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무사히 통과해 국대로서의 꿈을 한껏 키우던 어느 날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아 꿈을 접었다. 그 후 백 번도 넘는 원서 접수, 백 번도 넘는 낙방. 그럴 때마다 누나 치우는 항상 넉넉히 이해해 주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누나. 지금까지 누나가 내 울타리였으니, 이제부터라도 내가 누나의 병풍이 돼주고 싶다.

  • 임주아
    임주아권소현(여, 32세, 치우의 막냇동생/미용실 보조) “돈 세다 잠들게 하소서…”

    눈 먼 돈 쫓아다니다 넘어질 때면 우당탕탕 아주 제대로 자빠진다. 그럴 땐 주저 없이 숨어버리는 게 특기다. 그러다 언니 치우에게 디립다 엥기고 비비는 게 두 번째 특기다. 치우에게 억지를 피우다가도 치우의 적이 나타나면 두 팔 걷어붙이고 앞장서 싸운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치우는 내 언니’라는 정도의 의리는 장착되어 있다.

  • 송재영
    송재영소준섭(쇼리)(남, 28세 미용실 보조→원장) "어머~~~ 파마 진짜 잘 나왔다~~~"

    굵지 않은 여성스런 목소리와 여리한 몸에서 흐르는 조심스런 몸짓, 웃으면 반달이 돼버리는 선한 눈에 도톰한 입술까지. 세상 고운 인상의 소유자인 그였으나, 끊임없이 사고를 쳐대는 주아 앞에 묻어두었던 본성이 폭발하고 말았다. 기상시간부터 접객 태도와 미용실 보조 업무까지 일일이 잔소리하며 인간 개조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주아 길들이기에 왜 이렇게 힘을 쏟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