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2018-04-15] 세월호, 진실은 인양되지 않았다!
2018.04.15662
<스트레이트> 추적, 진실 규명을 막은 자들 - 이정신 · 양윤경 · 곽동건 기자
< 스튜디오 >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내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그날로부터 4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주 저희 스트레이트 방송을 보신 분들 많이들 가슴 아파하셨고 또 그만큼 분노하셨습니다. 세월호는 구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구조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단순한 사고로 끝날 수 있었던 세월호는 그야말로 참사가 되고 말았다. 저희가 지난주에 방송한 내용입니다.
주진우
그렇습니다. 해경은 구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해군과 민간선박의 구조마저 막았습니다. 그런데 해경지휘부는 단 한 사람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양윤경
그렇습니다. 처벌을 받은 123정장 외에는 목포해양경찰서, 서해청, 그리고 해경 본청이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123 김경일 정장을 만나러 갔었는데요. 이번 주에는 이들 지휘부를 만났습니다. 왜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진실을 은폐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먼저 김경일 정장의 직속상관이었던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을 만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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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
오전 9시 3분,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는 첫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장 도착 시각은 11시 40분.
2시간 반이나 지나서였습니다.
해상에서 할 수 있는 구조는
이미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30분이면 도착하는 헬기 대신
3천톤급 함정을 타고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헬기보다는 통신 여건이 좋은 함정이
상황 지휘에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지만,
123정에 대한 목포서장의 첫 지시는
9시 48분. 첫 보고를 받은 뒤 45분 뒤에야 나왔습니다.
지시 내용도 '힘 내라'뿐이었습니다.
<김문홍 목포해경서장>(9시48분)
"**** 힘 좀 내봐!"
퇴선 방송 지시는
그로부터 또 10분이나 흐른 뒤에야 내려집니다.
이미 좌현 3, 4, 5층이 모두 침수돼
탈출구가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김문홍 목포해경서장>(9시59분)
김문홍 서장 : "그 근처에 어선들도 많이 있고 하니까 그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을 치거나 마이크를 이용해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 되나? 반대방향으로?"
김경일 123정장 : "참고로 현재 여객선 내에 사람들이 다 있는데 아직까지 못 나오고 있습니다."
김문홍 서장 : "차분하게 마이크를 이용해서 활용을 하고, 우리 직원도 올라가서 하고"
한참 늦은 이 지시에도
퇴선 방송과 선내 진입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참사 당일 김경일 123정장이 작성한
첫 보고서.
목포해양경찰서장에게 보내는 겁니다.
9시 30분 현장에 도착해 구조 작업을 실시했다,
10시 어선들이 동참했다,
10시 10분 구명벌 2개를 투하했다.
퇴선 방송을 했다거나, 선내진입을 지시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 그대로였습니다.
적어도 이 보고서를 받은 김문홍 목포서장은
퇴선 방송이나 선내 진입 지시가 없었다는 걸
참사 당일 이미 알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 제출 12일 뒤, 김경일 정장은 기자회견에 나섭니다
김석균 해경청장의 지시에 따른 겁니다.
한 번도 하지 않은 퇴선 방송은 물론,
선내 진입 지시까지도 했다는 내용.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 김경일 / 당시 123정장>
"방송 장치로 승객 여러분 총원 바다에 뛰어 내리십시오. 그리고 퇴선하십시오를 수회 실시했습니다"
(방송 듣고 나온 사람도 있었나요?)
"방송 듣고 한 3~4분 후에 좌현 함미 쪽 거기에 사람이 보여 가지고 저희 단정이 최초로 가서 먼저 구한 것입니다"
(한 분이라도 올라가셔 가지고 선체에 들어가서 하면 구조할 수 있을 텐데)
"이형래 경사한테 가능한 할 수 있으면 하라고 조타실에서 올라가서 하라고 했는데 그때 경사가 심해가지고 (미끄러졌습니다)"
김경일 정장은 이후 검찰 조사에서
"갑자기 위에서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서해청 홍보계장 등 해경 3명이 찾아와 예상 질문 10개 정도를 알려줬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이 기자회견 직전,
김문홍 목포해경서장과 김경일 정장 사이에
수차례 통화가 오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모두 6번에 걸쳐
약 22분 동안 이뤄졌습니다.
"통화가 무슨 내용이었냐"는 검사의 질문에,
김경일 정장은 "인터뷰 관련해서 말 잘 하라고 한 것 같다"고 대답합니다.
단지 "인터뷰를 잘 하라고 20분 이상 통화했나"
"퇴선 방송을 한 것처럼 말하라고 지시받은 게 아니냐"는 추궁에
김경일 정장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검찰 수사 초기 '상부에 시달렸다',
'기자회견은 자의가 아니었다'던
김경일 정장의 진술은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
'상관을 속였다'고 급변합니다.
그리고 검찰은 구조 방기와 그 은폐가
김경일 정장의 단독 범행이라고
수사를 끝냈습니다.
때늦은 지시,
뒤늦은 현장 도착,
그리고 거짓 기자회견 직전 6번의 통화.
그 진실을 묻기 위해
김문홍 전 목포해경서장을
찾아갔습니다.
지금도 해양경찰교육원에서
미래의 해양경찰관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김문홍 /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안녕하세요, MBC 양윤경 기자인데요)
"아 죄송합니다. 지금.. 하지 마세요"
(그때 김경일 정장이 4월 28일에 거짓 인터뷰했을 때 그 직전에 통화 많이 하셨던데)
"그, 아닙니다"
(다 거짓말로 드러날 인터뷰에 전달사항 있으셨는지)
"하지 마세요, 그런 거 저거 자료 보면은 세월호 제일 처음에 검찰이나 감사원이나 그 자료 있잖아요? 거기에 보면은 거기에 자료를 보시면 제가 지금 기억을 할 수 가 없습니다. 오래된 사항이라서. 아, 죄송합니다."
(퇴선명령을 하지 않았는데 퇴선명령을 했다고 기자회견을 했거든요. 그 직전에 통화를 많이 하셨더라고요.)
"아뇨 그때 통화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지금 답변드릴 사항이 아닙니다."
(김경일 정장이)
"아뇨, 죄송합니다."
(인터뷰, 거짓 인터뷰한 거 기억나세요?)
"제가 지금 그런 것을 세월이 4년이 흐른 것을
그 사실관계를 지금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안 됩니다."
(왜요?)
"하여튼 지금 그 세월이 많이 흘러가지고 제가 어떻게 그 사실관계 외에는 제가 지금 뭘 드릴 수 있는 사항이 하나도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근데 그때 퇴선 명령 안 했던 건 기억하시죠?)
"그, 그런 건 제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당시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잠깐만요, 잠깐만요. 과장님? 과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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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
김의성
세월호 침몰 보고를 받고도 무려 2시간 3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최초로 내렸던 명령은 “힘을 좀 내라.”였습니다. 좌현이 모두 좌초돼서 사실상 탈출이 불가능해진 이후에야 퇴선명령을 내렸습니다. 김문홍 서장의 모든 행동, 그리고 지시. 어느 것 하나 이해되는 것이 없습니다.
양윤경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에서 김문홍 서장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어떠한 생각을 했냐고요. 이 질문에 김문홍 서장은 배가 그렇게 빨리 넘어갈 줄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한가할 정도였던 해경의 대처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이 대답에서 알 것 같았습니다.
주진우
해경의 안일한 대처로 304명의 무고한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해경 가운데 반성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은 어느 하나 없었습니다.
양윤경
김문홍 서장의 경우 검찰 수사에서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감사원에서는 해임을 요구했지만 강등에 그쳤고요. 세월호 참사 후에도 김 서장은 국민안전처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과장, 동해해양경비안전서 함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는 해양경찰교육원에 재직 중입니다.
김의성
세월호 참사 후 국민이 가장 바랐던 것은 안전한 대한민국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참사의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 계속해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다가 지금은 해양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의성
정말 이런 사람에게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안전을 맡길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 기자회견까지 했다는 거 아닙니까.
양윤경
네, 그런데 거짓 기자회견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있는 해경의 수뇌부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변명과 거짓으로 점철된 대외비 문건까지 만들어 대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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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
세월호 참사 한 달이 지나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잇따르던 시점.
해경은 <초동조치 및 수색구조 쟁점>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대외비 문건이었습니다.
감사원과 검찰이 제기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모든 지적을,
160개의 질문으로 나눈 뒤
가상 답변을 정리한 겁니다.
세월호 선장이나 선원에게 대피를 지시하도록 명령했냐는 예상 질문.
준비된 답변은 "123정에서 지속적으로 세월호를 호출했지만 선원과의 통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거짓말입니다.
<김경일 / 전 123정장>
- 2015년 12월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
"(항해 팀장이) 교신이 안 된다고 저한테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때까지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다시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때 거기까지 상황을 생각지 않고, 안 됐다는 그것만 기억했기 때문에 현재 사고 현장으로 빨리 가느라고 거기까지(교신 지시까지 생각 못 했었습니다)“
퇴선 방송을 실시했나,
내부 승객 구조 활동은 무엇이었냐는 예상 질문
답변은 "123정이 '바다로 뛰어라',
'퇴선하라' 등 탈출 지시를
열 번 넘게 했다"고 돼 있습니다.
역시 거짓말입니다.
김석균 해경청장은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김경일 정장이 퇴선 방송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증언합니다.
대응 시나리오 문건 그대로입니다.
<김석균 / 당시 해경청장>
- 2014년 7월 국회 세월호 국조특위 해양경찰청 기관보고 -
"접근하면서 이제 그 뛰어내려라, 퇴선하라는 그 방송을 수차례 했다는 그런 보고를 받았습니다."
김경일 정장의 입단속을 한 정황도 있었습니다.
감사원 감사 당시 서해해양경찰청 직원이
김경일 정장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감사는 몇 번이나 받았고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는지 청장님이
궁금해한다"
"영웅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이 나라 언론이 한심하다"
"세월호와 교신 못하고,
선원을 먼저 구조한 것은 잘못이 아니니
소신껏 얘기해 이기라"는 내용입니다.
검찰 수사를 앞둔 시점에도
또 다른 서해청 간부가 문자를 보냅니다.
"123정이 잘못한 것 없다",
간부급 "회의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돕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니 "약해지지 말고 강해지라"고 했습니다.
구조 방기 책임을 끝까지 인정하지 말라고
독려하는 듯한 내용입니다.
<서해해경청 간부 B>
"언론에서 그렇게 공표한 거만큼 우리가 큰 그렇게 잘못은 없었어요. 물론 사소한 잘못들은 있었지만은. 방송해도 알아듣지를 못합니다. 여객선 내부에까지 들리기가 힘들어요, 그게."
해경은 여론전도 펼쳤습니다.
5월 25일 해경 홍보실의 주선으로
김경일 정장은 조갑제 씨와 인터뷰를 합니다.
퇴선 방송도 했고 선실 진입도 했다,
또 거짓 인터뷰입니다.
김경일 정장은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에게
인터뷰를 했다고 사후 보고까지 했습니다.
이같은 해경 수뇌부의 조직적인 거짓말 대응은
검찰 수사로 사실 관계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국회 국정조사에선, 대외비 문건 내용대로
퇴선 명령이 있었던 걸로 안다고
증언했던 김석균 해경청장.
이듬해 열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 청문회에선
기억이 안 난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김석균 / 당시 해경청장>
(김진 /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 : 증인 당시에 123정장에게 기자회견을 하라고 시키면서 퇴선방송 했었다고 알고 있었습니까?)
"제가 그 전에 한 번 직원들한테 한 번 들어봤어요. 여러분들이 어떻게 했냐. 그러니까 (세월호에) 올라가고 한 거 그런 걸 죽 얘기를 제가 들었습니다."
(거기에 승선방송이 포함되어 있습니까?)
"뭐 그렇게 승선방송 했다,안 했다 그런 사항은 제가 뭐"
(작은 사항이 아니라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이고)
"그때는 퇴선방송을 했니, 안 했니 제가 뭐 들을..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나고요“
304명이 숨진 참사.
해경 최고 책임자, 김석균 해경청장은
주요 질문에 대해
"모르겠다"는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김석균 / 당시 해경청장>
"저는 거기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건 지금 잘 모르겠습니다"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습니다"
"네,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기억이 현재 상태로 잘 안 납니다"
여전히 기억이 안 나는지,
해경의 거짓말은 알고 있었는지,
무엇보다 세월호 침몰을 보고 받은
오전 9시 5분부터 한 시간이 넘도록
무슨 지시를 했는지,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을 만나 물었습니다.
<김석균 / 당시 해경청장>
(안녕하세요. 김석균 전 해경청장님이시죠?)
"네"
(처음 뵙겠습니다. 4.16 4주기 돌아오는데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 가지고요)
"글? 뭐. 말씀드릴 게 없네요"
(그때 일단 그렇게 적정한 지시가 못 내려졌던 이유가 있나요? 상황실에서 어떤 지시들을 내리셨나요? TRS에서는 딱히 청장님의 지시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요)
"죄송합니다"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어떤 조치들을, 지시를 구체적으로 내리셨나요?)
"..."
(사전에 퇴선 명령 있었다고 보고 받으신 기억 나시나요? 처음에 보고 받았다고 기억하셨다가 그 뒤에 기억이 안 난다고 말을 바꾸셨는데)
"..."
(그때 왜 그렇게 아무런 상황 지시가 없으셨는지요? 상황 판단이 그렇게 안 된 이유가 뭡니까?)
"..."
(어떤 지휘를 내리셨는지 한 마디, 한 가지만이라도 예를 들어주십시오, 네?)
"..."
(해경청장으로서 어떤 지시를 내리셨나요, 구체적으로? 그때 퇴선 명령이 이뤄지지 못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유가족에게 하실 말씀 없으세요?)
"..."
(청장님, 304명이 죽었는데 당시 지휘 책임자로서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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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
김의성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해경은 초동조치 및 수색구조 쟁점이라는 시나리오를 써놓고 그 시나리오대로 연기를 했다는 거 아닙니까.
주진우
분명 연기였습니다. 단 한 차례도 퇴선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0여 차례 탈출 지시를 내렸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생명을 다투던 그 중요한 시각에 감사원, 검찰, 그리고 국회까지 모두 해경의 연기를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김의성
본인들은 영웅인데 언론 때문에 욕을 먹고 있는 거다. 참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가 없군요. 어떻게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양윤경
네. 황당한 일은 더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최고 책임자였던 김석균 청장이 2016년에 책을 씁니다. 바로 이 책인데요. 제목이 ‘해양안전해양보안’입니다. 이 책은 보시면 해양 안전의 의의, 인명구조관련협약, 대한민국의 해양수색구조 제도 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주진우
구조를 안 해서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구조 책임자가 해양 안전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아.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요. 이걸 이해하는 국민이 어디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요?
김의성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신의 책임의 면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정신
네, 알고 계신 것처럼 세월호 참사에서 123정 정장만 업무상 과실치사로 3년 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들여다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세월호 검찰 수사에서도 ‘꼬리 자르기’ 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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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
참사 6개월만에 검찰이 세월호 침몰 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침몰 원인부터 구조 책임, 유병언 비리까지
5개 분야에 걸친 대대적 수사 결과, 모두 399명을 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습니다.
그런데 해경의 구조 책임과 관련해선
123정 김경일 정장 단 한 명을,
그것도 불구속 기소한 게 다였습니다.
<조은석 / 대검 부장검사> (2014년 10월)
"수사결과 123정 정장이 세월호와의 교신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123정 승조원 등에게 승객 퇴선 안내 및 유도 조치를 지휘하지 않았으며..."
수사 착수 당시 검찰의 수사계획서입니다.
'지휘부'를 수사 대상으로 적시하며
"골든타임 기간 지휘 공백 및 구조 상황
허위보고나 공표 의혹"을 수사할 방침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은 세 차례,
김수현 서해해경청장과 김석균 해경청장은 한 차례 참고인 조사만 하고 말았습니다.
이들 구조 지휘부에 대해선
기소조차 하지 않고 수사 종결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지휘부가
퇴선 방송과 선내 진입을 123정에
명시적으로 지시한 것처럼 발표했습니다.
<조은석 / 대검 부장검사> (2014년 7월)
"123정장은 서해지방경찰청 및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승객들이 배에서 뛰어내리도록 고함치거나 123정 내 대공마이크를 이용하여 퇴선 유도하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상급 지휘관서의 명시적 지시조차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그런데 비슷한 시기 이뤄진 감사원 감사에선 이런 지휘부의 지시가 없었다고 적시했습니다.
<정길영 / 감사원 사무차장> (2014년 7월)
"구조본부(지휘부)에서는 다수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중인 상황을 파악한 후에도 123정 등 현장 구조세력에게 선실 내부진입, 퇴선유도 등을 직접 지시하지 않는 등 현장 구조상황 지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지휘부의 퇴선 유도 지시가
있었다는 검찰과 없었다는 감사원.
이 때문에 당시 구조책임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수사권도 없이 주로 당사자 진술과
자료 제출에만 의존하는 감사원 감사만도 못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박주민 의원/전 세월호 유가족 변호인>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는..지휘라인이 죽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들어가 있는데, 정작 검찰의 수사 대상 그리고 결국 기소 대상이 됐던 사람은 김경일이라는 현장에 나가 있던 현장 책임자 밖에 없었다. 그러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좀 부실한 수사가 아니었느냐"
당시 청와대 우병우 민정비서관의 수사 외압,
또 김경일 정장 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조차 있었다는
청와대의 집요한 방해,
그리고 유병언 일가 비리로 관심을 쏠리게 했던 이른바 '돼지머리 수사' 역시,
정부 책임론으로 확대될 수 있는
해경 지휘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누르고 비틀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주민 의원/전 세월호 유가족 변호인>
"해경에게 뭔가 책임을 묻는다, 즉 정부에게 뭔가 책임을 묻거나 그쪽 책임에 대해서 규명하려고 하는 작업에 대해서 굉장히 두려워했거나
누르려고 했다는 정황이 보이는 거잖아요.
(검찰 수사가) 유병언 쪽으로 많이 가게 된 것도 단순히 검찰이 자연적으로 또는 우연히 그렇게 간 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죠."
실제로
당시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엔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선장과 선원의 배반적 유기 행위와 해경의 초동 구조 작전의 실패, 그리고 유병언 일당의 탐욕을 지목하면서도,
청와대 보고 과정에서의 혼선은 X, 아니라고 적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책임이
청와대로 확산돼선 안된다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세운 겁니다.
<박종운 변호사/전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
"결국은 대통령의 7시간 또는 7시간반 그것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계속적으로 조사를 해가다 보면 청와대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고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어떤 생활을 했는 지에 대해서 밝혀지는 걸 두려워 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기까지 올라오기 전에 저 밑에서부터 계속 자르고 막았어야 되는 거 아닐까"
세월호 구조 지휘부에 대한 사법처리가 왜
안 됐는지, 검찰의 공식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해경 지휘부의 경우 신속하고 적절한 지휘를 하지 못한 사실은 확인됐으나, 부실하게 지휘한 것만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지휘부의 명시적 퇴선 유도 지시가 있었다는 과거 검찰 수사 결과 발표와는 다른 해명입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은 없었고, 새로운 단서가 나오지 않는 한 현재로선 재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