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아파트’의 비밀
2026.08.0232
■ '초고가' 아파트…세금은?
흰 외벽과 시원스러운 투명 유리가
조화를 이룬 세련된 외관에,
지그재그 형태로 배치된 넓은 테라스.
최고급 자재로 채워진 고급스런 인테리어,
영화관, 피트니스센터 등 입주민 전용 편의시설과
컨시어지, 세탁, 세차 등 다양한 서비스까지…
유명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모티브로 설계했다는
서울 용산의 '아페르파크'입니다.
전체 세대수는 단 24세대,
176㎡에서 최대 265㎡의 중대형으로만
구성돼 있습니다.
드넓은 용산공원에 인접하고,
뒤로는 남산이,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는 입지는
재물이 들어오고 자손이 번창하는
명당이란 점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 S Y N ▶ '아페르파크' 시행사 관계자
"모든 방에서 한강을 보실 수가 있으세요. 저희가 센트럴 파크랑 비교를 하는 거예요. 뉴욕 센트럴 파크 주변에 있는 하이엔드 주택은 이미 1천억 대를 넘어서 3천억까지 있어요.“
지난 6월 분양을 시작한 이곳의 가격은
가구당 1백억 원을 훌쩍 웃돕니다.
이 아파트 바로 앞에 비슷한 형태로
먼저 지어진 '아페르한강' 역시 마찬가지.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된다는 이점에,
2년 전 분양 당시,
연예인 부부가 펜트하우스를
전액 현금으로 120억 원에 매입하는 등
입주민의 30% 이상이 유명 연예인들로 채워지면서
'연예인 아파트'로 유명세를 떨쳤고,
26세대 전체가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초호화 아파트는 몇 년 전부터
이곳 일대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 S Y N ▶ '아페르파크' 시행사 관계자
"지금은 용산 시대에요. 이제는 150억 미만으로 지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 금액에 들어오시는 거는 정말 행운이신 것 같아요.“
최고의 부촌으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과 한남동 등지에도,
수백억 원대의 초고가 아파트들이
저마다 최고급 주택을 표방하며
상위 0.1%의 부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 S Y N ▶ 전양미
"강변도로 타고 가다가 지나가다 봐도, 너무 다르다… 일반인들은 꿈도 못 꾸는, 거의 저희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죠.“
◀ 조희원 기자 ▶
서울 한강변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초고가 아파트들.
100억 원은 예사고,
2백억, 3백억 원을 넘는 집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 세법엔 고급주택의 기준이 정해져 있고,
그 기준 안에 들면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요.
이런 초고급 주택 구매자들은
그에 걸맞은 세금을 내고 있을까요?
■ 100억 넘는데 '일반주택’
한창 분양 중인 서울 용산구의 '아페르파크'.
하지만 일반인들은
집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부동산 사이트엔 매물이 올라와 있지 않고,
인근 부동산을 통해 방문할 수도 없습니다.
◀ S Y N ▶ 청담동 'A 부동산' 관계자
"시행사 밑에 있는 분양 회사가. 보통 분양 절차, 계약서 절차 이런 건 분양 회사가 해요.“
유일한 방법은 공식홈페이지를 통한 방문상담 예약.
개인정보 등을 입력하고 신청하자
다음날 분양 대행사에서 연락이 왔고,
나흘 뒤에야 방문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보고 싶은 층수나 면적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들이 정해주는 집만 볼 수 있습니다.
분양 대행사 직원은 다른 집들을 보기 위해선
통장 잔고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약속한 날, 안내를 나온 시행사와 분양 대행사 직원들.
집 안으로 들어서자,
모든 게 최고급이라고 강조합니다.
◀ I N T ▶ '아페르파크' 시행사 관계자
"저희는 거의 호텔 창호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소음도 거의 안 난다라고 보시면 되시고요. 저희 주방 가구는 이태리산 아리탈 쿠치네 08 라인 최고 사양으로 들어갔고요. 가전제품은 가게나우 비스포크 밀레 제품으로 풀세팅되어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단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 S Y N ▶ '아페르파크' 시행사 관계자 - 분양대행사 관계자
"연예인분들이 오시면 '너무 꿈에 그리던 집인데 조금만 더 깎아주시면' 이 얘기를‥
(지금이 제일 저렴한데.) 맞아요.
(어떻게 더 깎아요. 100억 미만 찾기가 어려운데, 이 동네에서.)“
하이엔드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라고 말합니다.
◀ S Y N ▶ 분양대행사 관계자
"아파트로 가시면 뭐 정말 본인 자산은 10억밖에 없는 사람도 있고, 너무 다양하게 막 섞여 살다 보니까 굉장히 불편하고 싫은 점도 많죠.“
◀ S Y N ▶ '아페르파크' 시행사 관계자
"전세 금액도 그냥 넘사벽인 경우들이 많잖아요. 그 정도 되신 분들의 생각은 가십거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으시고, 자꾸 마주치면서 ‘여기 누구 살더라’, ‘뭐 하신다더라’ 이런 게 너무 싫고…“
둘러본 집의 정확한 면적을 물었더니,
대뜸 세금 얘기를 꺼냈습니다.
◀ S Y N ▶ '아페르파크' 시행사 관계자
<몇 평인 거예요?>
"세금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고급주택은 솔직히 고객님들이 전용을 잘 안 물어보세요. 실사용이 몇 평이냐고 물어보세요. 전용을 늘려놨다가는 큰일 나시거든요. 한 3배 내셔야 되시니까, 세금을. 87평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되세요.“
무거운 세금을 물지 않기 위해
전용면적을 늘리지 않았다...
왜 이런 말을 한 걸까.
우리 지방세법상 시가표준액,
즉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 원이 넘고,
동시에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이 245㎡,
복층구조일 땐 274㎡를 넘으면
고급주택으로 분류됩니다.
일반 주택은 집값의 1~3% 수준의 취득세를 내지만,
고급주택으로 분류되면 여기서 8%p의 세금이 추가돼
11%까지 대폭 높아집니다.
스트레이트가 찾아간 이 아파트의 실사용면적은
87평에 해당하는 287㎡.
하지만 확장해서 실내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발코니와
각각의 세대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지하창고 등이
전용면적에서 빠지면서,
공식 전용면적은 243㎡로 줄었습니다.
이 집의 분양가격은 무려 115억 원이나 되지만,
고급주택의 기준인 전용면적 245㎡에
단 2㎡ 미달돼 고급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취득세 중과세도 피했습니다.
현재 이 집의 취득세는 3억 4천만 원.
만약 전용면적이 2제곱미터만 넓었다면
취득세만 12억 6천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 S Y N ▶ 청담동 'B 부동산' 관계자
"돈 있으신 분들이든 없으신 분들이든 다 똑같으세요. 중개수수료도 마찬가지고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거라면 다 하시려고 합니다.“
시행사 역시 취득세를 엄청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아파트처럼 건물을 먼저 짓고 후분양하는 경우,
준공 직후 시행사가 취득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고급주택이 아닌 일반주택 세율이 적용되면서
50억 원가량 취득세가 줄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초고가 아파트 대부분이
개별 지하창고처럼 각 세대가 사실상 단독으로 사용하는 시설을
전용면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 S Y N ▶ '아페르파크' 시행사 관계자
"지하에는 기사 대기실과 라커룸들이 있습니다. 개별 창고도 있는데 이게 전용에 포함이 되어서 호화주택(고급주택)이 되어지기 때문에 저희가 임대 계약서를 쓰고 임대를 해주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불법행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가의 주택들이 즐비한
서울 한남동의 하이엔드 빌라 '베레사 한남'.
단 8세대 규모로
최신식의 세련된 커뮤니티 공간과
최고급 자재들을 자랑합니다.
◀ S Y N ▶ '베레사 한남' 시행사 관계자
"이 정도 퀄리티 최고급 자재들을 다 썼는데도 이 주변에는 이런 빌라들은 다 100억 이상 200억 이상일 건데 유일하게 100억 언더가 이거 하나예요.“
가장 넓고 비싼 세대는
복층 구조로 된 펜트하우스.
위층엔 큰 침실 2개와 사우나실,
간이 주방이 설치된 와인바,
천장이 열리는 미니 정원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아래층과 위층의 실사용 면적은
각각 179㎡로 총 358㎡, 108평에 달합니다.
가격도 60억 원이 넘고,
면적도 복층 고급주택 기준인 전용면적 274㎡를 훌쩍 넘지만,
이곳 역시 지방세법상 고급주택이 아닙니다.
위층 공간 전체를 '다락'으로 신고해
전용면적에 전혀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위층 다락 전체와 아래층 발코니 면적을 제외한 전용면적은
실사용면적의 1/3 수준인 117㎡에 불과합니다.
◀ S Y N ▶ '베레사 한남' 시행사 관계자
"여기 지금 2층은 전용 면적에 안 들어가요. 그래서 앞으로 세금 혜택이 어마무시해요. 여기 갖고 계시면. 1층만 소유하는 걸로 법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현행 건축법상 다락은 평균 높이가 1.8m 이하여야 하고,
일상적인 주거공간으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넓고 호화롭게
침실과 주방, 사우나실까지 갖춘 사실상의 주거공간을 갖추고도
위층을 다락으로 신고한 겁니다.
건축법상 불법인데도
오히려 절세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 I N T ▶ 박정연 건축사
"기본적으로 다락에서 화장실을 만들거나 주방을 만들거나 이렇게 물을 사용하는 공간을 만들면 안 되고 그다음에 기본적으로 바닥 난방은 안 되는 걸로. 이러면 좀 명확하게 법의 선을 넘은 것이 아닌가.“
<스트레이트>는 주거 시설을 갖추고도
다락으로 신고한 이유를 묻기 위해 시행사의 주소로 찾아갔지만,
사무실은 비어 있었고 연락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고급주택 면적 기준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방식으로
일반주택의 취득세만 내고 있는 주택들은 얼마나 많을까.
<스트레이트>는 전문가와 함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을 토대로,
최근 20년간 서울에서 거래된 공동주택 중
고급주택 기준인 전용면적 245㎡에 근접한
3,858호의 취득세 부과 현황을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1522호가
고급주택 기준면적인 245㎡ 바로 아래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I N T ▶ 박소정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244(㎡)까지는 한 1,500개가 넘는 호수가 있지만 245(㎡)를 넘어가는 순간에는 63호로 약 24배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이렇게 급감했다는 거는 사실 기존 제도를 회피하기 위해서 아니면 이걸 우회하기 위해서 이렇게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거를 저희가 추측을 해볼 수가 있고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청담동의 'PH129'.
대부분 세대가 복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150억 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는데도
고급주택의 면적 기준인 전용면적 274㎡보다
불과 0.04㎡ 작은 273.96㎡로 지어졌다는 이유로
세법상 고급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A4 용지 면적보다도 훨씬 작은 이 차이로,
일반주택의 세율을 적용받으면서
입주민들은 평균 약 7억 원,
시행사는 190억 원 가량의 취득세를
아낀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소 150억 원에서 270억 원 사이인
서울 한남동의 대표적인 초고가 아파트 '나인원 한남' 역시,
단층과 복층 가릴 것 없이 고급주택 기준보다
0.06㎡에서 0.65㎡ 작게 설계한 덕에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이 아낀 취득세 총액은
약 1천2백억 원에 달한 걸로 추산됩니다.
◀ I N T ▶ 박소정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취득세 부분에 있어서 면적과 가액을 동시에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거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을 해줬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계속 가게 되면은 이런 현상은 계속 고착화 될 것 같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과 면적 모두 기준을 넘어
고급주택으로 분류된 주택을 찾아보긴 쉽지 않습니다.
<스트레이트>가 시가표준 9억 원을 넘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종로구, 성동구의 아파트
36만여 세대를 분석해봤더니,
취득세 중과 대상이 된 세대는
불과 779세대, 단 0.21%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시가표준액이 무려 1백억 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 678세대 중에서도
고급주택으로 분류돼 고급주택의 취득세를 부과받은 곳은
단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백억 원을 웃도는 초호화 아파트 상당수가
면적 기준 탓에 고급주택에서 빠져
10억 원짜리 아파트와
같은 세율의 취득세를 내고 있는 겁니다.
◀ I N T ▶ 홍선기 헌법연구위원·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100억 원이 넘는 고급주택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과세랑 동일하게 하는 것이 과연 조세정의에 합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꼭 그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반인의 시각에서도 얼마든지 '이것은 조세정의에 합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조희원 기자 ▶
이렇게 100억 원이 넘는 초고급 주택들이
법적으로는 고급주택이 아니고,
그에 따른 세금도 피해 가고 있는 현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초고가 아파트들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운영 중인
분양가 상한제 역시 쉽게 비켜가고 있었는데요.
이렇다 보니 분양가가 기록적으로 높아지면서
주변 아파트값까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 '29세대'의 비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강변에 자리 잡은
초고가 아파트 '에테르노 청담'.
펜트하우스의 공시가격이 325억 원에 달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양 이후 지난 5월 처음 거래가 이뤄졌는데,
전용면적 231㎡ 집이 218억 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아이유, 송중기 씨 등 연예인들을 비롯해
여러 분야 유명인들이 분양받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20년 말 분양 당시,
분양가는 3.3㎡당 약 2억 원에 달했습니다.
'에테르노 청담' 등장 이전까지 4년 연속으로
전국 공시가격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지켰던
'PH129' 역시 마찬가지.
지난 2020년 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
골프선수 박인비 씨 등이 매입했을 당시 분양가는
3.3㎡당 2억 원을 웃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년 전, 불과 1km 떨어진 같은 청담동의 대단지 아파트
'청담 르엘'의 분양가는 3.3㎡당 7천 2백여만 원이었습니다.
'에테르노 청담'과 PH129'의 분양가는
이보다도 3배가량 높게 책정됐습니다.
아무리 고급 아파트를 지향했다 해도
분양가가 이렇게 높게 책정됐던 건,
이 두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S Y N ▶ 청담동 'A 부동산' 관계자
"분양할 당시에 시장 상황 봐서 이제 시행사가 (분양가를) 정하겠죠. 몇 층에 몇 호는 얼마 이렇게 정하겠죠. 거기에 분양되는 속도 이런 거에 따라서 자기 마음대로 고치는 거니까.“
서울 청담동 지역은 지난 2019년부터
줄곧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왔지만,
이 두 아파트는 피해 갔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바로 '세대수'였습니다.
현행 주택법상 30세대 이상 아파트를 짓게 되면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에 분양할 경우 입주자 모집과 분양가 등
공급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면
당연히 이 규제를 받습니다.
반면 29세대 이하로 지으면,
분양가 상한제를 전혀 적용받지 않습니다.
◀ I N T ▶ 이창수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그래서 뭐 동호회처럼 뭐 29명이 모여서 하는 경우도 있다 뭐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분양가 상한제라든가 뭐 여러 가지 피할 수 있는, 그래서 29세대로 많이 한다고…“
또, 29세대 이하로 지으면
공개 청약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따라서 분양가가 어떻게 산정됐는지도
공개할 필요가 없습니다.
◀ S Y N ▶ 청담동 'A 부동산' 관계자
"매뉴얼로 정해진 거 하나도 없어요. 원가가 얼마니까 나라에서 얼마 받아라 규제돼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 100억 하던 게 왜 200억으로 받느냐. 금융 비용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는 거예요.“
이 때문에 청담동, 한남동 등
땅값이 비싼 곳의 초고가 아파트 대부분이
30세대 미만으로 지으면서 아무 제약 없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었던 겁니다.
높은 분양가는 당연히 높은 시세로 이어집니다.
올해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 순위를 보면,
상위 10개 아파트 중 5곳이
'에테르노 청담' 등 29세대 이하로 지어진
초고가 아파트들이었습니다.
◀ I N T ▶ 이창수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땅값은 비싸고 상한제가 걸리면 이익이 안 남아서 못하는 경우들이 꽤 있거든요. 분양 가격이 100억, 200억 하면은 뭐 한 세대당 20억, 40억씩 남는다고 하니까 전체로 보면 몇백억은 남을 수가 있죠.“
국내 대형 고급빌라의 시초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의 '효성빌라'.
지난 2019년, 35년 된 청담동 효성빌라는
재건축을 통해 '효성빌라청담101'로 재탄생했습니다.
총 규모는 35세대였습니다.
2019년 이전에 시작된 사업이었기 때문에
원래 분양가 상한제는 적용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과정에서
17세대 규모의 A동과 18세대 규모의 B동으로 나눠
각각 별도로 등기에 올렸습니다.
29세대 이하로 각각 등기에 올렸기 때문에
공개 청약을 할 필요가 없었고,
분양가를 공개할 의무도 없어졌습니다.
'효성빌라'는 3년 뒤 바로 앞 부지에
2차 재건축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중이었습니다.
공급 세대 규모를 28세대로 했고,
당연히 분양가 상한제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공식 분양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3.3㎡당 최소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I N T ▶ 이창수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고급화, 이제 인테리어 자재나 이런 걸 갖다 붙이는 거죠. 다 좋은 거 쓰기 때문에 그걸로 차이가 난다는 생각은 안 해요. 어떻게 보면 마케팅 전략상 '하이엔드'라는 용어를 쓰는…"
초고가 아파트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는 방법은 또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초고급 아파트 '나인원 한남'.
341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는
원래 일반분양을 할 계획이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이었는데,
시행사는 분양가를 3.3㎡당 6천3백만 원으로 책정해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공사는 이 분양가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더 낮은, 3.3㎡당 4천여만 원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시행사는 일반 분양 계획을 철회하고
민간 임대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4년의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난 뒤,
원래 계획 금액과 비슷한
3.3㎡당 6천1백만 원에 분양했습니다.
민간 임대 아파트의 경우 공공 임대와 달리,
임대기간이 끝난 뒤 분양 전환할 때에는
분양가상한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겁니다.
이보다 앞서 지어진
600세대 대규모 단지 '한남더힐'도
비슷한 방법을 썼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3.3㎡당 2천만 원의 낮은 분양가가 책정되자
일반분양 대신 민간임대로 전환했습니다.
결국 5년간 임대아파트로 운영한 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3㎡당 약 5천만 원에 분양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168세대 규모로
사업을 진행 중인 '디애스턴 한남'.
◀ S Y N ▶ '디애스턴 한남' 시행사 관계자
"일단 빌레로이앤보흐 들어가고요. 그리고 변기는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는 미국 하이엔드 브랜드 콜러 제품 들어가고요. 눈에 보이시는 가전 제품은 TV 제외하고 전부 다 무상 제공을 해드리고 있어요.“
이곳 역시 일단 민간 임대 주택으로 공급한 뒤,
10년 뒤,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고
분양전환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시행사 측이 예상하는 분양전환 가격은
최소 3.3㎡당 1억 3천만 원 이상.
시행사 측은 임대기간에 들어오는 임차인들도
전매 제한 규제가 없으니
웃돈을 붙여 분양자격을 팔 수도 있어
이득이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 S Y N ▶ '디애스턴 한남' 시행사 관계자
"준공되고 10년 동안 꼭 실거주 안 해도 되고. 우리는 이거를 오직 투자 목적으로 봐서 원하실 때 언제든지 전매가 돼요. 프리미엄 붙여도 상관없어요. 전혀 무관하시고 그 프리미엄에 대한 양도세는 없습니다. 참고로.”
결국, 민간 사업자의 임대 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민간임대 제도를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우회로로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업자로선 이 방법으로
분양가 이익만 수백, 수천억 원까지 볼 수 있습니다.
◀ I N T ▶ 이강훈 변호사·세입자114 대표
"제도에서 안고 있었던 이슈였던 거죠. 이 제도 설계할 때 '10년 후에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거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정해라' 그런 방식이었으니까 당연히 지금 와서 그게 만약에 정해진 게 없었으면 지금 와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천정부지로 가격을 올린 초고가 아파트들이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에테르노 청담', 'PH129' 등과 인접한
한 아파트 단지 가격의 경우,
3.3㎡당 3천6백만 원 대에서
'PH129' 준공 시점인 2020년 4천7백만 원대로,
2024년엔 8천2백만 원대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 S Y N ▶ 청담동 'A 부동산' 관계자
"에테르노(청담)가 완판됨으로 인해 가지고 이 동네 집값이 다 배로 뛰었어요. 저 집도 100억, 200억, 300억 하는데 우리 집이 50억, 60억 못할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에테르노 청담' 길 건너편에 위치한 아파트 역시,
'에테르노 청담'이 들어선 2024년 전후로
3.3㎡당 2천만 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S Y N ▶ 청담동 'B 부동산' 관계자
"청담동 내부에 있는 고급빌라 전체적으로 다 금액이 올랐어요. 저희는 보통 이걸 견인한다라고 하는데 저쪽 금액이 이렇게 되니까 우리도 따라서 오른다…“
물론 주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게
전적으로 초고가 아파트의 등장 때문만은 아니지만,
주변 아파트의 가격을 끌어 올리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에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 I N T ▶ 유승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새로운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그 주변 집값이 올라간다는 것은 조금 어려운 말로 스페셜 오토콜레이션(공간적 자기상관)이라고 하거든요. 인프라를 구축하기 때문에 주변 가격이 올라가야 된다는 것은 학술적으로 밝혀진 바고요.“
◀ 조희원 기자 ▶
초고가 주택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관련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초고가 주택은
분양가상한제를 보란 듯이 피해 가고 있고,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세 제도 역시
51년 전에 도입한 면적 기준이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현재 보유세 강화를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초고가 주택 관련 제도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 무너진 '조세형평성'
지난 6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 한남'에서
가장 넓은 전용면적 273㎡의 복층형 세대가
새로운 주인을 찾았습니다.
거래 가격은 250억 원.
이 아파트 종전 기록과 같은 가격이자,
올해 거래된 국내 아파트 중 최고가입니다.
지난 1월과 3월엔 244㎡ 5층과 4층 집이
각각 140억 원과 156억 원에 팔렸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거래된 100억 이상 초고가 아파트는
'나인원 한남' 3건을 포함해 모두 17건.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반포의 '래미안원베일리',
한남동의 '한남더힐' 등에서
100억 원 넘는 가격에 여러 건이 거래됐습니다.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금액.
◀ I N T ▶ 김보섭
"그 지역을 벗어난 일부 다른 지역에서는, 와, 쳐다만 볼 뿐이죠. 너무 벽이 높아 가지고…“
그런데 이렇게 100억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 중,
고급주택 취득세를 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모두 고급주택 면적 기준인
전용면적 245㎡ 기준에 미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 I N T ▶ 한택규
"가격으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가격이 만약에 15억, 20억이 넘어가면 그 정도는 고급주택으로 봐야 되지 않나.“
◀ I N T ▶ 전양미
"경기도 외곽에 30평대 사시는 분하고, 거기 유엔 빌리지 30평대 사시는 분하고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으니까요.“
이 불합리한 기준에 대한 지적은
지난 2019년에도 제기됐습니다.
감사원은 당시 고급주택 가격 기준이었던
시가표준액 6억 원을 초과하는
서울 시내 주택 32만 3천 호를 전수 조사했는데,
면적 기준을 충족해 고급주택으로 분류된 집은
단 0.19%에 그쳤습니다.
특히 면적 기준 탓에
가격이 비싼 집은 낮은 취득세율을,
더 싼 집이 오히려 훨씬 높은 취득세율을
적용받은 경우도 발견됐습니다.
2019년 당시, 서울 종로구의 한 빌라는
시가표준액이 7억 6천만 원이었는데,
면적 기준인 전용면적 245㎡를
3㎡가량 초과해 고급주택으로 분류됐고
취득세 중과 대상이 됐습니다.
반면, 시가표준액이 54억 원이 넘는 용산구의 한 아파트는
면적 기준보다 불과 29.22㎡ 작다는 이유로
일반 취득세율을 적용받았습니다.
가격은 7배나 더 비싼 집이
오히려 취득세율은 3분의 1로 낮게 적용받은 겁니다.
감사원은 곧바로 제도 개선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고급주택 가격 기준만
시가표준 6억에서 9억 원으로 올렸을 뿐,
일정 면적을 넘어야 취득세를 중과한다는
면적 기준은 그대로 뒀습니다.
◀ I N T ▶ 홍선기 헌법연구위원·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감사원 지적에 대해) 행안부도 다 인정했어요. 이 얘기는 뭐냐면 몰라서 법을 안 바꾸는 거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알면서도 방치하는 게 아닌가. 그만큼 조세 저항은 어렵고 무섭습니다.“
우리 세법에서 고급주택을 지정해
취득세를 중과세하는 법안은
지난 1975년 유신헌법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당시엔
넓은 주택은 곧 사치행위로 인식됐고,
이에 따라 가격 기준과 별도로
특정 면적보다 넓어야 고급주택으로 중과세한다는
면적 규정이 들어간 겁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대형 주택보다 소형주택이
몇 배, 몇십 배 비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 I N T ▶ 홍선기 헌법연구위원·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고급주택의 기준은 가액 기준이지, 우리처럼 면적을 하는 나라가 아직은 제가 못 찾았어요. 면적 기준이란 게 1975년도에 만들어진 건데, 이게 아직까지도 유지가 되고 이제 편법으로 절세라는 수단으로 활용됐었구나.“
지자체가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번번이 가로막혔습니다.
지난 2023년, 서울시는
용산구의 고급아파트 '나인원 한남'을 실사한 뒤,
지하창고·엘리베이터 홀 등 공용면적으로 분류된 공간을
각 세대가 주거공간처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적발했습니다.
따라서 전용면적 기준으로
가구당 245㎡를 넘은 걸로 봐야 한다며
고급주택 취득세를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시행사 그리고 분양자들을 합해
2천억 원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나인원 한남' 측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을 청구했고,
조세심판원은 '나인원 한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애초에 지자체가 건축물대장 서류를 승인할 때,
해당 공간이 전용면적에서 빠져있었다는 이유였습니다.
'한남더힐' 등에서도 비슷한 조세심판이 있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방세법상 고급주택 규정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지적에
한국지방세연구원은 면적 기준을
전면 폐지할 것을 제안한 상태입니다.
◀ I N T ▶ 권오현 숭의여대 경영세무과 교수
"미국이나 뭐 다른 어떤 나라들의 (취득세) 기준들을 보면 다 금액 기준으로 돼 있거든요. 뭐 면적이라든가. 어떤 설비 조건을 가지고 고가주택을 판단하는 거는 시대에 안 맞죠.“
동시에 가격 기준은 현실에 맞게 세분화해
구간별로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상위 1%에 해당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삼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 I N T ▶ 박소정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이 제도가 최초에 나왔을 때는 그 대상이 전체 1% 이내의 가구, 그 가구를 중심으로 사실 설계된 법인데, 그 취지에 부합해서 가게 된다면 지금도 그 정도 수준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초고가 아파트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우회해
집값을 올리는 제도의 빈틈 역시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난 2024년, 4년 의무 임대기간을 끝내고
분양 전환을 시작했던
경기도 성남의 민간임대 주택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시행사가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약 5천만 원.
임차인들이 예상했던 금액보다
1천만 원 이상 높은 금액이었습니다.
결국 임차인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현 제도에선 민간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할 때는
시행사가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임대기간이 끝난 뒤,
시행사들이 분양가를 터무니없이 높일 수 없도록,
분양가 가산 방식에 대한 합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I N T ▶ 이강훈 변호사·세입자114 대표
"임대인도 임차인도 알 수 있는 변수로 통제를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 가격에 대해서 합의가 형성될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지겠죠. 예를 들어서 '지금 현재 분양가격을 얼마로 한다' 그리고 '그 분양가격에 대해서 가산하는 가산이자를 어떤 방식으로 책정하자' 그런 걸 따져서 분양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재명 정부는 여러 차례 국민대토론회를 거쳐
집값 안정을 위한 보유세 강화 방침을 공식화했습니다.
하지만 낡은 법 규정 탓에
초고가 아파트들이 고급주택에 걸맞은
취득세를 내지 않는 현실에 대해선
별다른 개선 움직임이 없는 상태입니다.
◀ S Y N ▶ 청담동 부동산 관계자
"집값을 잡는다고 난리법석을 하면서 저렇게 고급주택 분양할 때는 규제가 전혀 없었어요. 돈 있는 사람이 쉽게 쉽게 그런 거 분양을 받잖아요. 규제가 없으니까, 내 돈 주고 내가 사는 거니까 집값이 뜬 거예요.“
집값 안정과 조세 형평성.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목표들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을 그대로 둔다면,
이 중요한 목표의 실현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