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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이 비었다

2026.09.0622

■ "곳간이 비었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거쳐
새롭게 출범한 민선 9기 지방정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상황', '위기'를 선언하는
광역 단체장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 S Y N ▶ 박찬대 인천시장 (7월 10일)
"우리 시의 살림살이 전체가 지금 심각한 비상 상황입니다.“

◀ S Y N ▶ 허태정 대전시장 (7월 30일)
"대전시의 재정은 더 큰 위기로…“

◀ S Y N ▶ 신용한 충북도지사 (8월 27일)
"총 채무가 1조 3,866억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이…“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이자
재정자립도가 높은 경기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추미애 지사는 같은 당 소속 전임 김동연 지사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다고 비판했습니다.

◀ S Y N ▶ 추미애 경기도지사 (8월 5일)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가리는 동안 경기도 재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마저 놓치고 말았습니다.“

발행 가능한 지방채의 99.6%,
즉 최대치를 거의 꽉 채워서 발행해
후임 도지사가 끌어쓸 돈이 없다는 겁니다.

지난 민선 8기 전국 17개 광역단체가
발행한 지방채, 즉 빚을 낸 금액은
2023년 2조 1천억 원에서
2025년 6조 2천억 원으로,
무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 조희원 기자 ▶

지난 선거에서 서울과 경남, 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단체장이 교체됐습니다.

재정상태가 비상이라는 선언이 잇따르는 데에
이런 배경이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이는데요.

하지만 광역지자체들의 부채가 폭증했고,
지방 정부의 비상금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안정화계정 역시 크게 줄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먼저,
지역 주민들, 그리고 시민단체들로부터
예산 낭비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들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 혈세 먹는 '애물단지’

대전 도심 한복판에서
버스 전용차로를 달리는 길다란 초록색 차량.

대전시가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세 칸짜리 전기 굴절버스입니다.

지하철보다 저렴한 비용에
최대 230명까지 태울 수 있다 보니
시민들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 S Y N ▶ 시민 (MBC 생방송 오늘 아침 4월 16일 방송)
"3칸짜리는 처음 보는 거기도 하고, 대전에 이런 게 생기니까 신기하네요.“

이 전기 굴절버스 도입을 추진한 건
지난 2023년 이장우 시장 때였습니다.

지난해 4월,
대전시는 이 버스 입찰을 공고하면서
연말까지 납품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실제 계약 이후 버스 납품까지
주어진 시간은 채 6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이 짧은 기한을 맞추겠다고 한 업체는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대전시는 이 업체의 요구대로
버스 값의 80%인 72억 원을
먼저 지급하기까지 했습니다.

납품을 받기도 전에 물품값 80%를 지급하는,
보기 드문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이 버스는 지금
본격적인 운행은 시작도 못 한 채,
대전의 한 병원 주차장에 방치돼 있습니다.

교통안전공단의 안전검사에서
운행 부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 S Y N ▶ ☎ 대전교통공사 관계자
"예를 들면 ‘운전실에 유리창을 깰 수 있는 망치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근데 망치가 설치 안 돼 있었어요. 그다음에 운전자 화면에 등 표시가
오른쪽에 있어야 하는데 이게 왼쪽에 있다든지. 국내 버스법에 맞지 않는 것들이…“

게다가 납품 기일에서 8개월이 더 지났지만,
대전시가 주문한 버스 3대 중
나머지 2대는 아직 납품되지도 않았습니다.

계약 업체의 경영난으로
버스 확보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전시는 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갔지만,
이미 지급한 72억 원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 S Y N ▶ ☎ 대전교통공사 관계자
"11월 3일 날짜가 돼야지 계약 해제의 조건이 돼요.
그때 가서도 업체가 자기들 납품하겠다고 하면 법정 싸움을 해야 하는…“

지역 시민단체들은
대전시가 버스 도입을 서두른 건,
지방선거 전에 성과물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I N T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시장의 치적이 될 만한 느낌이 드는 그런 사업들을 좀 구상하면서
그거를 무리하게 집행하면서 사실은 시민들의 혈세가 별로 필요 없고
이상한 곳에 쓰이고 있다, 저희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스트레이트는 이런 비판에 대해
전임 이장우 시장 측의 입장을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높은 층고의 유리 천장이
개폐식으로 설계된 드넓은 건물.

천장 전체를 거대한 캔버스 삼아
화려한 조명쇼가 펼쳐집니다.

지난 2024년,
인천광역시가 인천항의 옛 곡물창고를 활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상상플랫폼'입니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열겠다며
인천시가 이 사업에 투입한 돈은
877억원에 달합니다.

인천시는 상상플랫폼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거라고 자신했지만,
개관 1년이 지난 지금,
이곳 상가 내부는 빈 곳이 수두룩합니다.

입주했던 임대 사업자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잇따라 철수했고,
새 사업자를 공모해도 나서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I N T ▶ 민운기 인천시민단체 '스페이스빔' 대표
"행사 때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는데 그거 끝나고 나면 이제 그 밀물처럼 싹 빠져나가고… 시민들이 편히 와서 여기를 즐기고 여기서 쉴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전혀 지금 조성되어 있지 않아요.“

상상플랫폼과 함께 지난 2024년
본격 추진된 동인천역 일대 개발 사업.

심하게 노후화된 역 앞 전통시장을 철거하고
주거와 상업, 업무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전체 사업 부지 중
단 5%만 보상이 완료된 상태에서
지난해 12월 초, 대대적인 착공식을 열었습니다.

역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뭔가 보여주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 I N T ▶ 심현무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운영위원
"보시다시피 입구 쪽만 이렇게 철거했어요. 착공식 하면서
거기만 철거하면서 뭔가 하는 거라고 생색내기는 딱 좋잖아요.“

하지만 착공식 이후,
토지 보상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개발 진행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철거를 하다만 건물은 흉측하게 남아 있고,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뚝 끊겼습니다.

◀ I N T ▶ 김정열 송현자유시장 상인
"선거에 가까울 때나 조금 목소리가 높지, ‘아 또 속았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선거를 앞둔 생색내기 착공식이라는 비판에
대해 유정복 전 시장 측 입장을 물었지만,
역시 답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큰고니를 비롯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1종 등,
다양한 조류와 어류, 식물 5백 여종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50년 넘게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온 곳이지만,
지난 2006년, 부산시는 이곳 근처에
대규모 다리를 짓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전임 박형준 시장 때부터
건설 사업이 본격화됐는데,
두 사업의 총사업비는 7천억 원이 넘습니다.

환경단체들은 기존 교량으로도 충분한데도
무리하게 철새 도래지를 파괴한다고 반발했지만,

지난 2024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자
교량 건설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년 뒤인 지난해,
한국조류학회는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
핵심 근거로 활용됐던 논문,

즉 교량이 철새 서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논문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조류학회지 게재 취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 I N T ▶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큰 서식지가 이렇게 다리나 도로가 들어서 가지고 작게 작게 쪼개지면서,
이걸 서식지 파편화라고 그러는데, 생물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생물학적인 상식을 부정하는 논문인데 그게 사실일 리 없지 않습니까?“

문제의 논문 공동저자는
당시 부산시 환경정책을 총괄하던 이 모 실장.

그는 지난해 2월 부산시 산하
부산환경공단 이사장이 됐습니다.

◀ I N T ▶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
"굉장히 비윤리적이죠. 부산시의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직접 나와서
개발 사업에 대해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키기 위한 논문 자체 작성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 이사장은 과거의 논문은
현재의 직무와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밝혀왔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지금이라도
교량 건설을 중단시키기 위해
공익감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조희원 기자 ▶

우리나라 지방 정부의
재정 자립도는 42.4%에 불과합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재정자립도가 점점 취약해지는 추세입니다.

지역 주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선별해 추진해야 하지만,

4년마다 선거로 평가를 받는 단체장들은
일단 눈에 보이는 사업에
집착하기 쉬운 게 현실인데요.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 불투명한 '씀씀이’

지난해 12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인근에 들어선
'태화루 스카이워크'.

울산의 상징 고래를 형상화한 디자인에,
스카이워크 끝자락에 세운
거대한 체험용 전동그네와,
용의 머리를 부각시킨 조형물까지‥

73억여 원의 시 예산이 투입됐지만,
8개월가량 지난 현재,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 I N T ▶ 정재효 인근 시장 상인
"아예 없어요. 저거 개장했을 때만 진짜 조금 있었고.
그때 설날 때인가 좀 있었고…“

이곳에서 1km 남짓 떨어진
'세계음식문화관'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월 개장 당시, 울산시는
국내 유일의 '교량 위 미식 공간' 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태화강을 바라보며
다리 위에서 이탈리아, 일본, 베트남, 태국 등
6개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더위에 취약한 건물 구조와 비싼 가격,
멀리 떨어진 화장실 등 불만이 속출하며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 S Y N ▶ 김기훈 울산시민연대 정책국장
"그전에는 보행 공간으로 많이 쓰고 있었는데, 또 한편으로는 강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조망권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는데, 굳이 왜 이렇게 돈 들여서
이런 시설물을 지었는지 모르겠다…“

이 사업들은
제대로 된 절차를 밟고 진행된 걸까.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나 건물 등
공유 재산을 취득해 사업을 진행할 때는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세계음식문화관의 전체 사업비는 26억여 원으로,
울산시 조례상 기준인 20억 원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울산시는
감리비와 시설부대비 등을 제외한 건축물 취득가격은
20억 원을 초과하지 않았다며
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태화루 스카이워크가 들어선 태화강변은
울산시가 중점 경관 관리구역으로 지정한 곳이지만,
역사경관위원회나 공원위원회와의
협의 없이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울산시가 절차를 무시하고,
불필요한 사업을 강행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습니다.

◀ I N T ▶ 김기훈 울산시민연대 정책국장
"시민 여론이라든가 아니면 학교 전문가라든가 아니면 용역 보고서라든가
이런 절차 없이 결국 단체장의 어떤 잘못된 판단, 그리고 밀어붙이는 행정들이
문제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시민단체의 비판에 대해 김두겸 전 울산시장
측의 입장을 물었지만 역시 답하지 않았습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유명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의 부산 분관 건설 사업.
부산 시 예산 1천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었습니다.

지난 2024년 7월,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쳤는데,
당시 제출된 안건엔 '퐁피두'라는 이름조차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퐁피두 측과의 협약 내용도 비공개였고,
관련 상임위원회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 I N T ▶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의회 협약 동의안에는 퐁피두라는 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땡땡땡’ 처리됐었고요. 협약안도 당연히 비공개고,
그 협약안을 논의하는 과정도 비공개로 진행됐고…“

내년 9월,
부산 북항 해양문화지구에 문을 열 예정인
'부산 오페라하우스'.

오페라, 뮤지컬, 발레 등을 공연할 수 있는
1천8백석 규모의 대극장을 비롯해,
3백석 소극장, 전시실 등을 갖춘 초대형 건물입니다.

총사업비 4천억 원 중
부산시가 3천억을 부담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 4월 부산시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배우들을 초청해
베르디의 대표작 '오텔로'를 공연하겠다며
시 의회로부터 예산 115억 원의
사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개관 기념공연으로만 115억 원을 쓰겠다는 건데,
그 돈의 구체적인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 I N T ▶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공연을 올리겠다고 시의회에 제출했는데 세부 내역이 하나도 없는 겁니다.
그럼 115억이 적어도 시의회에 올린 거는 어디에는 몇억 어디에는 몇십억
이런 게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런 게 하나도 없고.“

반발이 커지자 부산시는
전임 시장 시절 추진됐던
퐁피두센터 분관 건설 사업과
오페라하우스 개막 공연에 대해,

뒤늦게나마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지역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꼼꼼히
심사하는 게 지방의회의 역할이지만,

단체장과 같은 당이 지방의회 다수일 경우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4월,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인천시의회는 시가 제출한 2천억 원 넘는
민생 추경안을 그대로 통과시켰습니다.

인천지역화폐인 '인천e음카드'의
캐시백 비율을 늘리는 데
전체의 절반가량인 1천 1백억여 원을
투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인천시 하반기 재정이
4천 6백억 원이나 부족한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 두 달 전에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시의회가 그대로 통과시키면서 선거용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 I N T ▶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
"인천시 재원으로 나가는 건데 그렇게 선거를 앞두고 2~3개월 만에
캐시백을 올리면서 결국 예산을 퍼주다 보니까 결국 빨리 고갈됐고.“

현행법상
주민들이 지역 예산을 감시하는 방법으로는
주민감사청구제도가 있습니다.

감사를 청구하려면
지자체의 예산 집행 내역을 알아야 하는데,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주민들이 정보를 취득하기도 쉽지 않고,

일정 수 이상 주민의 서명을 받아야
감사청구가 가능한데,
개별 주민들이 일일이 직접 받기도 어렵습니다.

주민소송제도도 있지만
역시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해
사실상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지방정부의 예산 낭비를 적극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주민감사청구제도와 주민소송제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I N T ▶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재정에서의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들은 주민들이,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만큼의
가치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재정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가 보장될 수 있게
법적으로는 ‘국민소송제’나 뭐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됐으면 좋겠다…“

지방자치체 실시 이후
30년 넘게 반복되는 예산 낭비 논란.

내가 낸 혈세가
정말 나를 위해서 사용되는지,

그 누구든지 감시하고 확인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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