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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에 관하여

2024.03.051,617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일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그러나 원인불명의 척수염으로 하반신 마비에 걸린 자, 뇌동맥류 수술 후 후유증으로 극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자, 뇌출혈로 쓰러진 뒤 움직이지 못하고 8년째 누워만 있는 자, 그들이 말하는 존엄한 죽음은 ‘고통스럽고 무의미한 연명 치료가 반복되지 않는 것’이었다. 남의 도움 없이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못 하는 상황, 그렇게 연명하며 맞이할 죽음은 결코 그들이 바라는 ‘존엄한’ 죽음은 아니었다.

■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스위스로 간 사람들

최소 10명. 2016년부터 스위스 조력 사망 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망한 한국인의 숫자다. PD수첩은 스위스에 방문했고, 어렵게 A 조력 사망 단체 회장을 만나 조력 사망의 과정과 행해지는 장소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제작진은 조력 사망을 선택한 한국인 故 허 모 씨의 유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와 떨어져 지낸 지 10여 년 만에 스위스에서 만났다는 아들 허OO씨는, 아버지가 반복적으로 강조한 말이 있다고 한다.

“아들아, 나는 자살하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존엄한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 조력사망자 故 허 모씨


폐암 말기였던 아버지에겐, 온전한 정신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었던 것. 아들은 아버지가 오히려 고통에서 해방된다며 후련해 보였다고 한다.

■ 우리는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을 원합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에서는 어떻게 사느냐 보다, ‘어떻게 죽느냐’가 더 큰 화두다. 향후 자신의 연명의료중단 여부를 미리 결정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자 수가, 제도 시행 약 5년만인 지난해 200만 명을 돌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기기에 의지해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제작진이 만난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자들은 한목소리로 ‘어떻게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한편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주제로 한 영화 ‘소풍’의 주연 배우 김영옥, 나문희 씨가 PD수첩을 찾았다. 배우 나문희 씨는 오랜 시간 투병 끝에 작년 겨울 사별한 남편의 이야기를 전하며, ‘저도 나중에 병에 걸리면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지만, 그 치료가 내 존엄성까지 해친다면 연명 치료를 포기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당하는 죽음보단 스스로 결정하는 죽음을 원한다는 두 배우.
누구나 원하지만, 모두가 누리진 못하는 존엄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3월 5일 화요일 밤 9시 PD수첩 <나의 죽음에 관하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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