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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말 충숙왕 복위 6년(서기 1337년)
명문대가 댁 정원, 귀족의 자제로 보이는 도령이 정원의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꼭 감은채 바르르 떨고 서있다. 도령의 머리 위에는 한지위에 동그랗게 대강 먹으로 그린 과녁이 바람에 서서히 나풀거리고 있고, 맞은편에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주인공 묘덕이 표적을 향해 짧고 예리한 단도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맞은편 정원에서는 담소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는 묘덕의 부와 계모 그리고 정안군, 수춘옹주가 보인다. 칼을 던진 순간 묘덕부, 계모, 정안군, 그리고 수춘옹주는 이 광경을 보고 놀란다. 그 순간 바로 묘덕부는 경악하며 고함을 치며 다가온다. 하지만 보란 듯이 칼은 정중앙에 그대로 꽂혀있는데....
묘덕을 다그치는 부모와 달리 정안군은 묘덕을 두둔하지만, 묘덕부는 묘덕에게 산사로 근신을 다녀오라 엄명한다. 

산사로 근신 가던 중 묘덕은 멀리서 한 스님(백운)이 웅크려 뭔가를 파묻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게 뭔지 몹시 궁금해진 묘덕은 뒤에 숨어 보다가 참지 못하고 불쑥 백운의 앞에 서는데... 고개를 든 백운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묘덕의 자태를 본 순간 잠시 놀라지만 곧 ‘나무관세음보살’을 눈을 꼭 감고 합장하며 외운다. 

땅에 파묻은 물건은 낡고 보잘 것 없는 구리 반지. 묘덕은 그것을 땅에 묻으려는 사연이 궁금해 묻지만 백운은 말이 없다. 가르쳐 주지 않으면 돌려 드릴 수 없다고 하지만 백운은 땅에 묻으나 타인의 손에 있으나 내게서 떠난 것은 다를 바 없다며 돌아서 합장을 하고 산사로 돌아간다. 이후 묘덕은 엉겁결에 반지를 보관하게 된다.

근신을 다녀온 후 왕궁에 덕비를 만나러 들어간 묘덕. 충숙왕이 그립지만 원나라 공주가 두려워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운 덕비의 사연을 들은 묘덕은 그 자리에서 덕비에게 자신의 묘책을 말하는데.... 흐뭇한 덕비는 반대로 묘덕에게 감사의 표시로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 그 자리에서 바로 묘덕은 산사의 중 하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묘덕은 스님이라면 기를 쓰고 들어오려 안달하는 왕궁의 내불당의 부름을 백운이 정중히 거절했다는 사실을 덕비에게 듣고, 구리반지를 아프게 묻으려던 건장한 백운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반지의 사연에 더욱 궁금해 한다. 

백운을 찾아 산사에 가지만 주지에게 한 달째 면벽수도 중이라는 말만 전해들은 묘덕은 땡중인 주제에 자신의 청을 거절한 백운에게 기분이 상한다. 그리고 자신의 하녀인 아지에게 문수보살이 땡중을 만나려고 삼천 배를 하고 있다 전하라고 한다. 대웅전에서 삼천 배를 하기 시작하는 묘덕. 중간에 불러줄 줄 알았는데 삼천배가 다 끝나도록 전갈이 없는 백운. 억울하고 괘씸하지만 기어이 삼천 배를 다 마치고 묘덕은 암자로 찾아간다. 약이 머리끝까지 올라 당도했던 암자에서 그의 한 점 사심 없고 맑은 미소와 마주한 묘덕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느낌을 받는다. 면벽한 그의 넓은 어깨와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약간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