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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100회 무엇을 담았나?
한미관계와 한국전쟁을 중심으로
정 용 욱 (서울대학교)

1. 프로그램의 의의와 상징성
1) 의 의 ; 프로그램 영어 호칭이 "untold story". 한국의 근현대사는 ‘알려지지 않은unknown, 잊혀진forgotten, 말할 수 없었던’ 등의 수식어가 붙는 史實들이 허다. 이제까지 말할 수 없었던 구조적 제약 요건이 존재함을 의미. 그러한 제약 요소와 금기를 극복하고, 현대사의 알려지지 않은, 잊혀진 단면들을 발굴, 폭로했다는 데 본 프로그램의 1차적 의의가 있음.

2) 상징성; 체계적인 은폐와 선전(프로퍼갠다)이 존재. 프로퍼갠다와 데마고기의 영역에서 고의적으로 축소, 왜곡, 확대 과장되거나, 기만적으로 선전 또는 조작됨. 이 과정에서 언론이 큰 역할. 언론 자체의 힘으로 이러한 왜곡과 기만을 걷어내는 단초(실마리) 역할을 했다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음

3) 대중화; 방송이 가진 대중성이 발휘됨으로써 현대사를 대중화하는 역할. 현대사에 대한 대중적 요구를 일정하게 충족시키는 한편, 현대사에 대한 국민들의 호기심과 지식욕을 자극. 또 학계의 연구성과를 대중화함으로써 현대사 인식 수준을 높임

4) 신문과 차별성; 매체적 특성 or 내용적 차별성? → 80년대가 정치투쟁, 이념투쟁의 시기였다면 90년대는 사실은 ‘역사전쟁’의 시기. 보수신문들이 이승만과 박정희 되살리기에 주력하는 한편 해외 발굴 자료를 가지고 각종 현대사 특집 기획 기사를 연재. 한편 정신대 문제가 최초로 공식화된 것이 1991년. 이어서 4·3, 노근리 피해자 등 민초들의 진상 규명 요구 등 ‘잊혀지지 않기 위한 투쟁’, 역사적 복권의 요구가 연속적으로 일어남. 그런 면에서 역사전쟁. 현재의 과거사 청산 문제로 이어짐.

5)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발언권 회복 → 언론의 민주화와 언로의 민주화(양자는 사실은 다른 문제)

6) 역사적 탐사보도, 다큐멘터리의 한 사례 제시. 부산물로서 현대사 연구를 위한 자료 발굴과 수집 역할

2.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전반적, 개별적 평가

1) 전반적 평가

- 소재의 발굴, 소재의 소화 가능성 등이 작용했겠지만 개별 아이템의 주제의식을 뛰어넘는 전반적 방향의 설정은 다소 미흡하지 않았나. 사후적 범주화가 아니라 처음부터 일정한 기획 하에 범주별로 목표를 설정하면 더 좋았을 것임.

2) 한미관계

- 한미관계는 단순한 양국의 외교관계나 한국의 대외관계가 아니고 사실은 종속성 문제.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미국의 세계전략 내지 동아시아 전략에서 한국(대한정책)이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를 잘 드러냄

- 프로그램은 의존하는 자료로부터 기인하는 바 크다고 생각하지만 이 문제를 접근하는 아이템들은 미국의 대한정책이 한국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관철되는 기제나 한국 정권의 종속성에 관한 것. 한국 사회, 또는 한국의 민초들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어떤 의미인가를 전달하려는 소재의 발굴이나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아쉬웠음.

3) 한국전쟁

- 포로에 관한 아이템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전쟁의 숨겨진 사실들, 논쟁 중인 사실들,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세균전, 일본 참전 등). 그런 면에서 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측면, 진실’들을 드러내는 역할. 아이템들은 대중적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 나름대로 객관적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대중적 차원에서 전쟁사 인식을 확대, 심화하는 계기를 제공.

- 포로 3부작은 전쟁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을 해명한다는 차원과 함께 전쟁이 그 이후 또는 현재의 한국 사회의 문제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또 개인들의 현재적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제시. 한국전쟁을 강의할 기회가 있어서 포로 3부작을 학생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있었는데, 학생들의 보고서는 대부분 현재에도 지속되는 분단 구조의 비인간성, 전쟁 위험,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평화운동의 중요성, 인권 문제 등을 제기. 드라마티이즈라는 다큐멘터리로서는 다소 형식 파괴적 방식을 도입했으나 전쟁이 우리 사회의 현재의 삶과 가진 연관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음.

3. 과제와 바램

1) 제약 요건은 사실은 구조적인 문제. 개별 사건의 발굴과 폭로를 넘어서 어떻게 그러한 구조적 연관성을 드러내고 해결 전망을 제시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

2) 고발과는 차원이 다른 역사성이 좀 더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매 아이템 사 이의 연관성, 또는 매회 내용에서 1회성을 뛰어넘는 역사적 배경과 전망의 강조.

3) 언론 문제를 앞으로 좀 더 많이 다루었으면. 왜곡과 악용, 가능성과 한계, 전 망을 포함할 수 있는 소재들을 많이 발굴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