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cast 이정길
어장주 이자 한약국 주인"과거의 질곡을 안고, 몰락해 가는 집안을 속수무책으로 회한에 잠겨 쳐다본다. 쓸쓸하게 운명 앞에 끌려가는 불행한 남자."
비극적이고, 어두웠던 김씨 집안의 역사를 모두 마음속으로 삼키고, 인생에 대한 회한과 슬픔을 간직한 인물. 어렸을 적 비상을 먹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죽어간 어머니 숙정과 요절한 사촌누이 연순을 사랑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정신적인 충격으로 현실에 대한 저항도 집착도 하지 못하고 살아온 그는 딸들의 비극 앞에서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불행한 아버지다. 전근대적인 인물로 집안의 결정들을 주도하고, 겉으로는 근엄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상을 가지고 있으나, 세파와 근대화의 물결, 그리고 집안의 어두운 숙명에 쓸쓸하게 끌려간다. 자손이 귀한 집안으로 고아였던 자신도 큰아버지의 양자로지냈다. 그 만큼 아들에 대한 아쉬움은 크나, 그것을 딸들에게 내색하지도 않을 뿐더러 딸만 낳은 부인에 대한 원망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렸을 때 첫사랑에 대한 상처와 근엄한 성격 때문에 부인과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있다. 감정표현에 서툴러 부인에 대한 애정표현 뿐 아니라 타인들에게 자신을 감정을 쉽게 보여주지 못한다. 다만 가끔 아들처럼 믿는 어장 책임자 기두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내심 기두를 자신이 가장 예뻐하는 셋째딸 용란의 사위로 생각하나그것마저 뜻대로 안된다. 큰딸 용숙이 과부가 되지만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병들어 죽어가는 사위한테 무심했던 게 괘씸하고, 애초부터 욕심 많고 허황된 큰딸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둘째딸인 용빈을 아들처럼 여겨 가끔 집안 일을 의논하지만, 쉽게 기대지는 못한다. 그나마 셋째인 용란(정열적인 성격이 자살한 어머니와 같아)에게는 애정을 보이는데 자기 집 머슴이었던 한돌과의 연분을 알게 되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아들이기를 고대했던 막내는 딸로 태어나자 작지 않게 실망한다. 자기 집 머슴의 아들이었던 정국주의 음모로 빚을 내 구입한 배가 물귀신이 되어 돌아오자 몰락의 길을 걷는다. 자기의 불행뿐 아니라, 불행해지는 딸들의 비극에 손도 못대고, 괴롭게 지켜보던 그는 결국 부인과 막내딸이 비명횡사하자 기력을 잃고 병에 걸려 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