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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

최승희cast 김래원

시나리오 작가. 영화 감독. 초등학교 때 호주로 이민.
시드니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첫 단편영화가 세계 영화재에 입상.
주위의 이목을 집중 시키며 일약 촉망 받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귀국 후 만든 첫 장편 영화의 실패. 평단의 혹평, 그 와중에 연인을 잃었다.
그가 직접 운전하던 자동차가 트럭과 충돌했는데 자신만 살아남고 연인은 죽어버린 것. 그녀의 죽음 이후 일체의 작업을 접고, 두문불출 이년 째다.

왕년의 영화감독 최수일과 배우 박화연의 왼아들로 무책임한 부모 밑에서 외롭게 컸다. 예술가적 기질이 농후했던 아버지는 언제나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아 가정은 나 몰라라였고, 어머니 역시 자기 문제에만 바빴다.

쓸쓸했던 어린 날에 벗이 되어준 것이 영화. 골방에 틀어박혀 세상의 온갖 필름들을 섭렵하면서 청춘을 견디었다. 워낙에도 변덕 많고 괴팍한 성격이었는데 연인의 죽음 이후 더욱 비뚤어졌다. 죽은 연인 해수와 꼭 닮은 소녀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외양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저 다른 게 아니라 백팔십도 반대라고 해야겠다.
친절하고 우아했던 그녀와는 극과 극... 온 몸에 촌티가 줄줄 흐르고 무식한데다 당돌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런 그녀에게 꼼짝을 못하겠다.

그녀의 이름은 김복실.
복실이와 좌충우돌하며 지내는 사이... 그는 마치 순한 양처럼 길들여진다. 조금씩 조금씩, 얼어붙었던 그의 마음 속에 봄바람이 날아든다.
김복실

김복실cast 정려원

강원도 태백산맥 기슭의 어느 첩첩 두메 산골, 인구가 도합 삼십 명도 안되는 작은 산골짜기 마을에 사는 아가씨.

가장 가까운 읍에 나가려 해도, 최소한 차로 두어 시간은 굽이굽이 험준한 산길을 달려야 하는 오지 마을이다. 봄이면 산나물과 약초를 캐고 여름엔 감자밭을 매고 가을이 오면 송이버섯을 따러 다니는 그녀, 봄 여름 가을 겨울... 일과가 똑같이 정해져 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해가 뜨면 금새 또 해가 진다.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어쩌면 모든것이 똑 같을 것이다. 그저 나날이 늘어가는 흑염소 마리 수와 산비탈의 감자밭 평수 키우기에 생애의 모든 희망을 걸고 살아간다.

학력은 고등학교 중퇴. 인근의 읍에서 종합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엄마의 지병이 도지는 바람에 2학년 때 관두고 말았다. 하루 한 번 다니는 버스가 툭하면 끊어지기 일쑤.
더 이상 아픈 엄마만 놔두고 집을 나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연탄가스 사고로 지능이 열 살 수준으로 떨어진 엄마, 태어나기도 전 모녀를 버린 아버지... 불우한 가정사에 묶여 산골에 묻힌 청춘이다. 그녀라고 왜 불만이 없겠는가. (복실이라는 이름도 너무 부끄럽고 맘에 안 든다. 요즘 누가 이런 이름을 짓는가! 요즘엔 강아지한테도 이런 이름 촌스러워 안 지어준다) 하지만 매사 강인한 생명력과 밝은 성품으로 씩씩하게 헤쳐 나가고 있다.

생에 대한 과도한 긍정성은 어쩌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기제일지도 모르겠다. 저녁마다 분교 운동장 화단에 앉아 공상의 나래를 펼치는 게 유일한 낙이다. 공상 속에서 그녀는 가수도 되고 아나운서도 되고 선생님도 되고 남자도 되고 미국 사람도 되었다.

꿈이 있다면 제주도에 한 번 가보는 것. (서울도 못 가봤지만) 좀 더 욕심 내자면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대학에 가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날렵한 구두를 신은 오피스 걸이 되는 것. 아침마다 지하철로 출근하고, 직장 생활에서 모은 돈으로 예쁜 집을 지어 평생 결혼하지 않고 엄마와 함께 사는 것...
그러나, 이 모든 게 현재로선 요원한, 그야말로 꿈이다.
어쩌면 이 작은 산마을에서 뼈를 묻을 수도 있겠다고 자포자기 할 즈음, 인생을 뒤바꾸는 계기를 만난다. 그 남자, 승희와의 만남이다.
윤미현

윤미현cast 강정화

이회장의 외손녀. 복실의 고종 사촌 언니.
호주에서 작곡을 전공.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의사인 아버지와 함께 일찌감치 호주로 이민 와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모두 호주에서 마쳤다. 유학 온 외사촌 혜수와 친자매 이상으로 지냈었다. 그런데, 혜수와 혜수의 연인 승희 그리고 미현, 셋이서 어울려 다니던 중 자기도 모르게 승희를 흠모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런 사고로 혜수가 죽었고, 이후 더 이상 승희 곁에 가까지 자기 못했다. 해수 사후 죄책감에 시달린다. 실은 늘 혜수와 승희가 헤어지기를 속으로 간절히 빌었기에... 때론 해수한테 무슨 일이 났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기에...

일년 전 귀국하여 외숙모인 진희의 집에 머물고 있다.
자식과 남편을 잃고 힘들어하는 외숙모 곁에서 살갑게 위로 하다보니, 어느새 모녀 이상의 정이 들었다. 때론 미국에 있는 친엄마보다 더 엄마 같다는 기분마저 느낀다. 요컨대, 말이 통했던 것이다. 어느덧 외숙모와 하루에 대여섯 번 씩 통화하고, 모든 걸 의논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날, 정훈과 함께 산속에 칩거하고 있다는 승희를 찾아 나섰다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고 만다. 승희가 죽은 혜수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침내 복실이가 혜수의 동생 혜림으로 밝혀진 후... 교양과 매너를 가르치는 개인 교사 역할을 맡는다. 옷 입는 법, 영어 회화, 화술, 운전 연수, 미술품 감상법, 화장하는 법 등등...

할아버지와 외숙모의 명을 받아 복실이를 혜림이로 돌려놓기 위한 그 모든 교육을 책임진다. 이지적인 외모, 절제되고 박학다식한 언변, 분위기 파악 빠른 영리함과 승부근성, 세련된 유머까지 두루 갖춘... 촌여자 복실이 보기에 그야말로 완벽한 여자다. 티브이에서나 보던 바로 그런 여자다. 허나... 사촌 자매의 넘치는 우애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운명의 장난처럼 승희를 두고 다시 라이벌 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정훈

한정훈cast 박시후

승희의 고교 선배.
유서 깊은 출판사 회문각의 설립자가 그의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들까지 삼대 째 내려온 회사는 어느덧 공연과 음반 기획, 광고와 영화 제작으로까지 영역을 넓힌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일년 전 급작스런 뇌출혈로 작고한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대표를 맡고 있다. 부모의 철저한 가정교육 덕에,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사려 깊은 품성이 몸에 뱄다. 외유내강의 전형적 인물. 그러나 알고보면 목표에 대한 집념과 승부근성이 이만저만 아니다. 실력과 친화력으로 젊은 세습 경영자에 대한 수근거림을 일거에 잠재워버렸다. 최근 회사를 확장하면서 작고한 조부의 친구이자 재력가 이영노 회장의 대대적 투자를 유치했다. 이회장과는 친손자 조부 같은 사이.
이회장의 손녀 혜수를 만나자마자 마음에 들었지만, 혜수는 함께 나갔던 후배 승희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언제나 그랬다. 여자들은 정훈의 젠틀함, 반듯함 보다 승희의 불손함에 더 이끌린다. (그날도 승희를 데리고 나가는 게 이니었다.)
암튼 그 이후 승희와 혜수의 관계를 축복해줄 수 밖에 없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혜수가 죽었다. 깊은 좌절에 빠져 폐인으로 살고 있는 승희를 찾아내 격려하고 재기 시키고자 노력한다. 승희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승희의 아픔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의지처다. 좋은 형, 좋은 리더, 좋은 남자... 항상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때로는 엄청난 자기 모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차츰 깨달아간다.

칩거하는 승희를 찾기 위해 물어물어 들어간 산골 오지. 거기서 만난 한 아가씨, 혜수를 꼭 닮은 그녀에게서 대뜸 한 소리를 듣고 말았다.

"아저씨는 왕자병이 심하네요!"

친절한 그의 표정이 잠깐 일그러진다. 처음엔 그저 친절로, 동정심으로만 대했던 산골 처녀 복실이. 속으로 무시하면서도 겉으로만 예의바르게 대했다가 자꾸만 들키고 큰 코를 다친다. 그러는 사이 점점... 어이없게도... 그녀가 좋아져버렸다. 도무지 이러는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대는 고교 중퇴에, 바보 미혼모의 딸, 두메 산골 촌년이 아닌가.
그런던 어느날, 그녀가 죽은 혜수의 잃어버린 동생 혜림이일 수 있겠다고, 제일 먼저 예감하고야 마는데...! (역시 그의 안목은 탁월했나보다. 공주님을 알아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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