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준cast 박서준
모스트 부편집장
환골탈태란 말은 그를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말일지도 모른다. 남성 패션지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늘씬한 현재 모습과 달리, 사춘기 전까지는 외모도 성격도 찌질 그 자체였다. 또래보다 키는 10센티쯤 더 작았고, 몸무게는 10킬로그램 쯤 더 나갔으며, 여자애들과 눈도 못 마주치고 수업시간에 발표도 못할 만큼 성격은 소심함의 끝을 달렸다.
옆집 사는 같은 반 인기걸 혜진과 소심보이 성준 사이에 한동안 교류랄 게 없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단짝이 되고, 엄마의 죽음이란 큰 사건을 겪으며 혜진은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특별한 존재가 되지만. 성준네의 갑작스런 미국행으로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만다.
처음 이민 갔을 땐 말도 안통하고, 뚱뚱한 외모 때문에 놀림도 많이 당했다. 친구도 없고 할 것도 없어 하루 종일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고, 공부만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전교에서 제일 공부 잘하고 그림도 제일 잘 그리는 애가 돼있었다. 그러자 그를 무시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뭐든 그렇게 이 악물고 1등을 했다. 그래야 누군가 다가와 줬으니까. 그래야 친구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새 뭐든 top이 아니면 못 견디는 어른이 됐고, 명문 디자인스쿨 파슨스 수석 졸업 후, 글로벌패션매거진 ‘더 모스트’의 뉴욕본사 수석에디터로 근무하던 중. 모스트의 한국판 발행사인 ‘진성 매거진’의 최연소 부편집장으로 파격 스카웃, 15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된다.
뭐든 1등에 대한 강박이 있는 워커홀릭인 탓에 일에 관해선 철저한 프로며, 자기 고집도 강하고 독단적인 편이다. 좋게 말하면,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 나쁘게 말하면, 싸가지를 어따 갖다 팔아먹은 듯 건방지기 짝이 없는 재수없는 스타일이다. 일 할 땐 누가 말을 걸어도 못 듣고 코앞의 사람도 못 볼 만큼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지랄 맞은 말본새 덕에 ‘지랄준’이란 별명으로 통하게 된다.
1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생각 난건 어머니, 다음은 혜진이였다. 그동안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마음 한 구석엔 늘 혜진에 대한 궁금함과 그리움 같은 게 있었다. 가장 행복했고 슬펐던 시간을 함께하며 위로받고, 추억을 공유했던 인생 유일의 진정한 친구이자, 소중한 첫사랑. 생각만으로도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그녀를 다시 찾고 싶은 그. 결국 첫사랑 그녀 혜진을 만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