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을 보기 전까지는 죽지 않겠다. 덕천의 고향은 황해도 신천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아름다운 고향 산천이 꿈결같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아직도 1년에 한 두번은 어린 아내와 부모님을 뒤로하고 피난길에 나섰던 그 날 그 장면이 생생하게 꿈에 보인다.
돈이 최고인 할머니. 딸인 청자의 눈을 피해서 몰래 도박판에 갔다가 딱 걸렸다. 내가 나이 먹고서 돈 좀 쓰며 살아보겠다는데, 딸은 도움은커녕 늘 잔소리다. 흥! 돈이 많으면 당연히 조용히 살지!
1000억 재산가인 당숙 덕천은 시아버지인 억만과 이종사촌 사이. 근데 당숙한테는 핏줄이 아무도 없다. 따라서 시아버지인 억만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남편인 달호가 대신 1000억 유산을 물려받을 거고, 그럼 나는 1000억 상속자 마누라?! 최선을 다해서 잘하자. 남한이고 북한이고 이 세상천지에 친척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는데, 정말 정성으로 잘하자.
착하고 우직한 성격의 달호는 덕천의 상가건물관리를 맡고 있다. 아버지인 억만이 사업실패의 충격으로 돌아가시고, 은행 빚에 집까지 넘어가자 할 수 없이 덕천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아버지 유언처럼 덕천을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으로 여기며 모신다.
덕천을 따라 전쟁 중 월남했다.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면서 경제적으로 덕천의 힘을 많이 빌렸다. 항상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던 도중 사업 실패의 충격으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내가 살아있을지 모른단 한 줄기 희망에 덕천이 수소문 중이다.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못한다. 비밀이 많은 엄마를 지켜주고 같이 살고 싶을 뿐이다. 나에겐 엄마 신애, 친구 유성이, 친구 같은 아저씨 대훈 밖에 없다. 이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