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남하는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고, 그 생각에 젖을 때면 그만 삶을 끝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딸인 미풍과, 손자 유성이 아직 영애 곁에 있다. 유성과 미풍을 위해서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고 열심히 벌어야 한다.
월남 도중 압록강에서 총을 맞아 죽음을 맞이한다. 모두가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겨우 죽을 고비를 넘긴 대훈은 브로커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과거 외교관이었던 위풍당당한 대훈의 모습이 아니다. 10살 시절의 기억까지만 가지고 돌아온 대훈. 신애는 두려움에 떨고, 미풍과 영애는 반가움에 눈물짓지만 그들이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다. 다만 기억이 되살아나길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