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나야, 그냥 나랑 같이 솔로로 늙어 죽자.”
믿었던 남자친구가 개로 변한 자신을 보고 학을 떼고 도망가는 걸 보고,
다신 남자 따위 만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혼자서 고독사 하는 건 좀 무서워서 해나랑 죽을 때까지 둘이 살 작정이다.
그래서 해나가 연애 상담 같은 걸 해오면 사실 대충 대꾸만 하는 편인데,
해나가 저주에 걸리면서 심각해졌다.
저주를 빨리 풀어야 할 텐데, 상대가 개를 싫어한단다.
동생이 영원히 개가 될까 봐 무섭다.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어 덤덤한 척하는데… 와, 어떡하지?
집안 저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해준 남편을 만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두 딸을 낳고 키웠다.
“자나 깨나 키스 조심!”
혹여나 두 딸이 잘못 키스해 영영 개로 변해버릴까, 부러 엄하게 키웠다.
그런데 만사가 어디 결심대로 계획대로 되나.
몇 년 전엔 첫째 유나가 홀랑 남친을 믿고 키스했다가 위기에 빠지더니,
이제는 둘째 해나가 사귀는 사이도 아닌 남자와 키스를 했단다.
아이구, 두야!
사람 좋고, 정 많다.
아직도 사랑을 믿는다는 점에서 두 딸보다 더 로맨틱한 아빠.
유나가 나쁜 놈에게 된통 당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딸들이 평생 외롭게 살 걸 생각하면 안타깝다.
두 딸 모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해나네 가족이나 다름없는 소꿉친구.
해나와 유나 집안의 저주에 관해서도 알고 있으니 말 다 했다.
그 저주, 그냥 알게 된 게 아니다. 직접 당했으니까.
어린 시절, 저주가 진짜라고 믿지 못하는 우택을 붙잡고 유나가 냅다 뽀뽀를 갈기며
그의 첫키스를 가져가 버렸다.
저주를 풀기 위해 직후에 다시 유나와 뽀뽀를 해야 했으니 두 번째 키스도 유나가 가져간 셈.
그 후로 해나와 유나에게 위기가 있을 때면 우택이도 늘 한 몸처럼 출동한다.
18년 전, 저주를 풀지 못해 영원히 개로 변해버린 해나의 외삼촌.
기타와 오토바이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낭만가이였지만,
사랑에 실패해 개가 되어버렸다.
그 퍼석하던 사료가 어째 점점 입맛에 맞아가더니,
산책의 짜릿함에 네 다리가 먼저 반응하게 된 견생 18년차.
연애와 음악 같은 인간 시절의 즐거움은 자꾸 잊혀져가 어쩐지 조금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