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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다리 세진이

2009.05.150

<로봇다리 세진이>

▶ 나는 나쁜 엄마입니다


세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는 기쁨에 앞서 나쁜 말을 견뎌내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했던 엄마 정숙씨. 앞으로 세상이 세진이에게 던질 아픔과 상처를 준비시켜야만 했
다.

“너는 장애인이야. 너는 병신이고, 너는 바보라고 놀림 받을 거고 이보다 더
한 욕도 들을 수 있어.
그럴 때는 어떻게 답해야지? ‘응’이라고 말하면 돼” - 엄마의 인터뷰 中

“매일 하나님한테 기도했어요. 거짓말 하지 않고 착한 아이가 될 테니까,
다리를 달라고,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 세진이 인터뷰 中



세진이는 입양아다. 아기들이 너무 좋아 매일같이 보육원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하
던 정숙씨.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운명을 맞이한다. 자신
의 품에 안겨 방실방실 웃는 아기를 내려놓을 수 없었던 그녀, 아이를 가슴에 품기
시작한다.

“자식은 내게 오는 거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세진이가 저를
필요로 했고
저는 세진이의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가 봐요.” - 엄마의 인터뷰 中


장애인 입양이라는 험난한 과정에서 이혼까지 감수하며 세진이를 선택한 정숙씨. 이
제 세진이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한 혹독한 연습을 시작하는데..


▶ 저는 가진 게 많은 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못 걸어요. 엄마 돈 많아요? 그럼 한번 걷게 해보세요.”
- 엄마의 인터뷰 中


아이를 안고 처음 찾아간 병원, 의사는 세진이의 다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병원
을 나오면서 엄마는 아이의 신발을 사며 다짐했다. 세진이는 반드시 걸을 수 있을 거
라고, 엄마가 꼭 그렇게 해주겠노라고... 의족을 하기위해 뼈를 깎는 5차례의 수술
을, 세진이는 웃으며 견뎌냈다.

"걷고 싶었어요. 걸으면.. 걸을 수만 있으면 세상이 달라지잖아요. 제가 다가
갈 수 있잖아요” - 세진이 인터뷰 中

“걷다가 넘어지면 크게 다치잖아요. 다치지 않는 연습을 하기 위해 바닥에 이불을 깔
고 세진이를 수백 수천 번 밀어뜨렸어요.” - 엄마의 인터뷰 中



8살 마라톤 완주, 9살 로키 산맥 등정 성공.. 이제 의족을 통해 세진이는 세상을 다가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만 13살. 세진이가 만나게 되는 새로운 꿈은..?


▶ 세 가지 거위의 꿈

다리 기형으로 점차 척추가 휘는 척추 측만증 치료를 위해 시작한 수영. 물 속에서
처음으로 세진이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땅에서는 불편하잖아요. 근데요 물에 들어가면 자유로워요. 제가 가고 싶
은 곳에 쉽게 갈 수 있구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라요..” - 세진이의 인터뷰 中


엄마는 세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러나 세진이를 받아주는 수영장이 없
었다. 수영장 사람들은 마치 전염병을 옮기는 벌레 보듯 세진이를 대했다. 제발 오
늘 하루만 수영하게 해달라고 구걸해야 했다.

“수영장 영업이 끝나면 락스로 혼자 수영장 구석구석을 청소해줘야 했죠. 세
진이 다리를 보고 수영장을 나가는 손님들한테는 환불도 해줘야 했구요...” - 엄마
의 인터뷰 中

“평생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잖아요.. 전 그게 가장 가슴에 남아요..
왜 저런 애가 여기 와서 수영하냐는 말..” - 세진이의 인터뷰 中



그렇게 비참하고 남루하게 배워온 수영. 하지만 수영 실력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
나갔다. 또래 일반 선수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기록. 두 다리와 한 손이 기형인 세
진이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제 세진이에게 세 가지 소원이 남았다. 박태
환선수를 만나는 것. 영국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것, 그리고 국가대표가
되는 것!

과연 세진이의 세 가지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아들아! 너의 몸이 똑바로 서있으면 너의 그림자가 흔들리지 않는단다
타고난 것으로 실망하지 마라
너의 귀한 몸으로 노력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단다
-엄마의 편지 中


▶ 특별한 모자를 위한 특별한 목소리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특별한 인연이 목소리로 함께 참여한다. 그 주인공은 탤런트
신애라와 박지빈 군. 두 사람은 2006년 영화 <아이스케키>에서 모자로 출연한 것에
이어,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엄마 정숙씨와 세진군의 목소리로 각각 참여하게 되었
다.
현재 가슴으로 낳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신애라씨는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을 환기시키고 소외받은 아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후원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입양아를 키우고 있는 같은 엄마로서 세진 엄마 정숙씨의 목소리를 그 누구보다 잘
소화해줄 것이다.
아역연기자로서 현재 최고의 연기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박지빈군. 2008년 휴먼 다
큐 사랑 ‘울보 엄마’ 편 나레이션 참여에 이어, 올해도 휴먼다큐 사랑과 특별한 인연
을 맺게 되었다. 세진의 목소리가 되어 세상을 향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해 줄 지
빈군의 활약이 기대된다.


▶ PD의 辯

세진이를 만나기로 한 날. 사지 기형이란 장애와 입양이라는 경험 때문에 기죽은 얼
굴을 하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었습니다. 기우였습니다.

너무나 밝은 얼굴로 해맑게 웃는 세진이를 보고 안심했습니다. 수영장에서 모자란
두 다리로 힘차게 헤엄치며 앞으로 나가는 세진이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
다.

이런 세진이 뒤에는 바로 엄마 정숙씨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입양이라는 어려운 길
을 택했으면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정숙씨. 오히려 세진이가 세상의 편견과
만날 때마다 엄마는 너무나 미안해 했습니다. 병신이라는 말을 먼저 가르치고 의족
을 한 세진이를 밀어 넘어뜨릴 때마다 가슴 속으로 흐느껴 우는 엄마의 모습을 저희
제작진은 볼 수 있었습니다.

누나 은아는 세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으로 걸어다녔습니다. 세진이를 함
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맞서 싸우기도 합니다. 은아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
터 그렇게 세진이의 또 하나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세진이 가족이 매일같
이 세상과 싸우며 힘겹게 사는 건 아닙니다. 거의 매일같이 꺄르르 웃으며 행복해 합
니다. 세진이 가족은 돈도 별로 없습니다. 경기도 이천에서 월세로 살고 있죠. 이 가
족이 어떻게 행복해할 수 있을까요?

박태환 선수마저 반해버린 세진이의 미소 속에 그 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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