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위기의 공교육, 희망은 어디에?”

2014.10.0742

▶ 즐거워서 졸업하고 싶지 않은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지난 9월 12일, 서울시 암사동의 한 고등학교 강당에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가 모였
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학생 참여 형식의 수업을 더 해달라고 거리낌 없이 말하
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수준별 수업에 대한 예산 지원 사정을 공유한다. ‘교복을
입느냐, 입지 않느냐’ 하는 문제로 학부모와 아이들이 서로를 설득한다. 선사고등학
교의 ‘2014 공동체 생활협약 포럼’의 모습이다. 이곳의 구성원들은 매년 모두 모여 이
렇듯 학교와 관련된 여러 사안에 대해 약속하는 시간을 갖는다. [PD수첩]은 서울시
의 선사고등학교와 삼각산고등학교를 찾았다. 두 학교 모두 학교 교육을 통해서 아
이들이 살아난 곳이다. 두 학교의 수업 시간은 발표 수업과 모둠별 수업 등 학생 참
여형 수업이 주를 이룬다. 축제나 수학여행 등도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다. 또한, 학
생들의 자발적인 학습 모임도 있다. 이 외에도 1인 1프로젝트(삼각산고등학교), 모
둠 일기(선사고등학교) 등 각 학교별로 특색 있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두 학교 학생
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학교생활이 주체적이고 즐겁다는 것이다.

“저 같은 경우 솔직히 말해서 졸업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거든요. 일단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학생들에 학업을 요구하기보다 활동이나 개인적으로 자기 주도적으
로 뭔가 스스로 진행시키고 그럴 수 있는 걸 강조해주는 곳이어서 저는 솔직히 졸업
하고 싶지 않아요.”
-삼각산고등학교 3학년 임동희


▶ 교육의 혁신, 혁신학교
선사고등학교와 삼각산고등학교는 모두 서울형 혁신학교이다. 혁신학교란 입시 위
주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학교로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105조에
의거한 공교육 혁신의 모델학교이다. 2009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에 의해 시작
된 혁신학교는 현재 서울, 경기, 강원, 광주, 전남, 전북 등의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
으며, 앞으로 부산과 제주 등 여러 지역에 도입될 예정이다. 혁신학교는 학교 운영
의 민주성과 학생들의 학력 측면에서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2013년 경기도교육
청에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하여 실시한 경기교육정책 설문조사에서 초등학
교 교사의 60.5%, 중학교 교사의 69.4%, 고등학교 교사의 59.2%가 혁신학교 재직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또한, [PD수첩]이 만난 혁신학교의 졸업생들은 혁신학교에서
의 여러 경험이 대학 입시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가 논술공부를 한 번도 안 해봤어요, 한 번도 안 해봤는데 (...) 고대 논술이 특
히 인문계만 있는 게 아니고 수리논술까지 같이 봐서 아마 그냥 제가 애들이랑 같이
수학공부하고 이랬던 그 수학능력 그런 걸로 여기 (고대에) 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 두레활동을 하면서 수학두레를 했거든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정인주(삼각산고등학교 졸업생)

“(저는) 입학사정관제(현 학생부종합전형)로 대학에 왔는데 그게 (학생을) 내신 성
적이랄지 수능성적으로 딱딱 자르는 게 아니잖아요. (그 학생이) 어떻게 고등학교 생
활을 전체적으로 보냈는지, 거기서 잠재력을 평가한다고 말하더라고요. 내가 했던
그런 활동들이 어떻게 보면 내 역량을 늘려주고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활동들이었
잖아요.”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권택현(선사고등학교 졸업생)


한 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공교육을 살리는 방안으로 혁신학교를 확대 추진하겠
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성과를 낸
혁신학교와 그렇지 못한 혁신학교의 차이가 두드러지고 혁신학교의 재정지원 및 혁
신학교의 교육목적에 맞는 교사의 수가 적다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조언한
다.

“혁신학교 중에서 저희 쓰는 용어로는 무늬만 혁신학교인데 무늬만 혁신학교가
실제로 있어요. (···) 자칫해서 혁신학교를 수적으로 늘리는데 집착하게 되면 무늬만
혁신학교가 더 늘어날 거예요. 그래서 혁신학교를 수적으로 늘리는 것은 그런 측면
에서도 좀 경계해야 될 측면은 틀림이 없는데···.”
-경기도교육연구원 백병부 연구원


혁신학교에서는 왜 학생들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것일까? 무엇이 학생들을 자발적으
로 공부하게 만드는 것일까? 혁신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본질은 무엇이며, 진정
한 의미의 교육은 무엇일까? 이와 더불어 형평성, 학력저하, 예산불공평성 등 혁신학
교의 문제점에 대해 [PD수첩]이 취재했다.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에서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할 학생들이 소외되고 있다. [PD수
첩]은 두 혁신학교의 사례를 통해 공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바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공교육 위기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다.


당신을 위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