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병’이 앗아간 세 가족의 행복 2015년 6월, 김경동 씨는 출장길에 아내와 딸을 데려갔다. 일을 마치고 여수 바다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향하던 길, 이름처럼 예쁜 ‘미소’로 웃던 딸에게 그 날의 바다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대형 화물트럭이 미소 가족의 승용차를 덮쳤기 때문이다. 승용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찌그러졌고 함께 있던 아내와 3살 딸아이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제일 후회가 되는 게 살아남은 거요. 같이 죽었으면… 미안하지도 않고, 같이 갔으면 좋았을걸.… 살아남은 게 제일 후회가 돼요.“
대형 화물 트럭이 사고를 낸 이유는 ‘음주’때문이었다. 트럭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기 몇 시간 전, 소주 1병 가량을 마셨다. 혈중알코올농도 0.163%의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아 2명이 사망했지만 가해자가 1심에서 받은 형량은 ‘4년’. 아내와 딸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김경동 씨는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서른 살, 다리와 함께 잃어버린 꿈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던 이재영 씨는 갑작스런 타이어의 이상으로 고속도로 중앙 분리대와 충돌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뒤 차와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삼각대를 세워두고 돌아오던 중 사고가 났다. 뒤 차가 시속 100km 속도로 달려와 그대로 들이받아버린 것. 가해차량이 사고를 낸 이유 역시 ‘음주’로 인한 졸음운전이었다. 이재영 씨는 그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던 이재영 씨는 아직도 자신에게 닥친 일이 믿기지 않는 상황.
“제가 외동아들이여서 당연히 저밖에 모르고 사셨고, 앞으로도 그렇게 사시겠다고 말씀 하시는데 아버지 눈을 보면 항상 빨개져 있어요. (부모님께서는) 제정신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게 아니라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하루하루 버티는 거죠…“
하지만 이재영 씨의 가족은 재판 결과에 더 분노를 느낀다. 가해자는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법원에만 반성문을 제출하고, 재판 하루 전 공탁금을 걸었다. 그 결과 재판부는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고 3천만 원을 공탁한 점을 반영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제 서른 살, 이재영 씨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보다 가해자가 음주운전으로 상해를 입혔는데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도 억울하다.
과연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 기준은 누구를 위한 법일까?
■ 음주운전해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 2010년~2014년 기준 음주운전 재범률 42%! 일각에서는 다른 범죄에 비해 음주운전 재범률이 높은 이유가 너무나도 ‘관대한 처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음주운전은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5년 이하의 징역형이 대부분인데, 우리나라의 법에서는 음주를 ‘고의성이 있는 범죄’라기 보다는 ‘과실’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알면서도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한 걸 쉽게 용서해 주면 안 되는 거죠. 음주운전 피해자 가족들은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다를 바가 없어요. 지금보다 훨씬 더 무겁게 처벌해야 이 땅에서 음주운전이 사라질 수 있는 겁니다.“ -한문철 교통사고전문변호사 INT 中
일본의 경우 2002년,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혈중알코올농도 0.05%였던 단속기준을 0.03%으로 강화했다. 이외에도 음주운전에 대해 강력한 처벌로 10년 만에 음주운전 사고 발생률을 4분의 1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매 해마다 음주운전 사망자는 수백 명씩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이대로 지켜보고 있을 것인가? [PD수첩] 1065회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현행 음주운전 처벌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