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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그리고 애모

2016.05.2219

■ ‘원조’ 차트 역주행의 가수, 김수희

1993년 전국을 ‘애모’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대중가요계 여왕 김수희. 90년대 최고의
인기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을 제치고 1위에 등극! 그해 대상을 모두 휩쓸어 버린다.
1991년에 발표해 3년 만에 큰 사랑을 받은 ‘애모’는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차트 역주
행’을 한 것. ‘애모’ 뿐만 아니라 ‘너무합니다’ ‘멍에’등 신기하게도 그녀의 대표곡들
은 모두 시간차를 두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실 김수희의 어릴 적 꿈은 시나리오 작가였다. 하지만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
에 시달리면서 대학 진학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고등학교 졸업조차 여의치 않았다.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970년 18세의 젊은 나이에 미 8군 ‘블랙캣츠’ 보컬로 가
수 활동을 시작한 김수희.
윤복희의 오빠이자 한국 최초 록밴드 ‘키 보이즈’ 멤버 윤항기에게 ‘너무합니다’라는
곡을 받아 발표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 했던 그때! 故 이종환이 라디오를
통해 <너무합니다>를 부른 가수를 찾게 되면서 김수희의 화려한 가수 인생이 펼쳐
진다.

1982년 <멍에>로 당시 인기 음악방송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골든컵을 수상,
허스키한 목소리에 독특한 국악 창법으로 모든 연령층을 사로잡은 그녀. 그런데! 뜨
거운 대중의 관심 속에 그녀가 놓친 것이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하나뿐인
딸 이순정이다. 무명시절이 지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때, 딸은 겨우 4살. 어머
니의 빈자리를 외할머니가 채워줬지만, 부모님이 헤어지게 되면서 마음에 큰 상처
를 받은 딸은 마음에 문을 닫아버린다. 3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도 어머니가 어렵 기
만한 그녀. 모녀 사이를 가로막은 세월이라는 벽 앞에 김수희의 노래 인생처럼 딸과
의 관계 또한 역주행할 수 있을까.


■ 아직도 어색한 이름 ‘엄마 김수희’

2015년 10월 신곡 ‘찰떡’을 발표한 가수 이순정. 그녀는 가요계의 대모 김수희의 딸이
다. 1999년 써니라는 예명으로 데뷔했던 그녀가 16년 만에 트로트 가수로 컴백했다.
국민가수 어머니 덕분에 가수 이순정의 이름 보다 ‘김수희 딸’로 더 잘 알진 그녀는
1993년 김수희가 ‘애모’로 각종 차트를 휩쓸 무렵,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14세
의 어린 딸은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김수희는 당시 공부를 잘했던 딸이었기에 비싼
학비를 들여 미국 생활을 지원했는데... 딸은 돌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돌아와 가수
가 되겠다고 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김수희. 3년 동안 딸과 연락을 끊기
도 했는데...

“저 몰래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했어요. 나중에 제가 알게 됐거든요.
저는 미국에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하고 있었을 때
막 두들겨 패주고 싶었어요“
김수희 인터뷰 中-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처럼 딸의 꿈을 위해 첫 앨범을 만들어준 김수희. 그러
나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발표한 1집은 생각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갑작스러운 결혼과 함께 활동을 접었다. 어릴 때는 음반만 내면 가수가 될 줄 알았다
는 그녀. 오랜 고민 끝에 어머니의 도움은 전혀 받지 않고 36세의 나이에 다시 도전
장을 내밀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한다는 그녀. 전국 방방곡
곡을 다니며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어렵게 시작한 만큼 악착같이 버티는 이유는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 바로
가요계의 대선배인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아직 신곡 음반조차 어머니에게 드리지 못
했다는 그녀는 어머니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날이면 더 긴장하게 되는데... 딸이라
도 봐주는 법이 없는 어머니는 음악 앞에서는 냉철한 선배 가수로 변한다.

“어머니 때문에 더 긴장하고 더 떨고...
어머니가 계시면 더 잘 해야 될 거 같고 혼날 거 같고...
어머니에게 평가받는 게 세상에서 제일 떨리는 거 같아요”
-이순정 인터뷰 中-


앞만 보고 가야 돼 너무 뭐.. 이런 표현 너무 직설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지금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신인이잖아. 그러니까 앞만 보고 갈 수밖에 없어.
아직은 좀 돌아보고 할 수 있는 여유는 아직 너한테 없다고 생각해“
-김수희 인터뷰 中-




■ 나를 너무나 닮은 당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가 엄마와 딸이라고 하지만 김수희 모녀는 떨어져서 지
낸 세월만큼이나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예나 지
금이나 어머니, 그러니까 순정이의 외할머니다. 김수희의 어머니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어린 딸과 함께 부산 초량시장에서 조그만 포목상을 운영했다. 홀로 자식을
키워야 했기에 누구보다 강인했던 어머니는 김수희에게는 늘 엄격하신 분이었지만
헌신적이셨던 어머니. 가수가 된 딸을 뒷바라지하느라 하루도 편히 쉬신 적이 없었
다. 김수희 또한 딸에게는 엄격하지만 뒤에서는 혼자 고생하는 딸을 위해 몰래 반찬
을 갖다 주고, 딸의 무대를 긴장하며 지켜보는 엄마다.

“할머니 잔소리를 닮아가는 어머니가 제가 봤을 때는 몇 년, 몇 십 년 후엔
내 모습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해요.
어머니도 할머니랑 막 티격태격 많이 하셨거든요”
-이순정 인터뷰 中-


김수희는 23년 전 딸에게 방송을 통해 영상편지를 보냈다. 당시 13살이었던 딸이 부
모님 문제로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찢어졌다는 김수희. “사랑한다
고 얘기하면서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느냐”라는 딸의 질문에 그
녀는 언젠가는 세월이 지나 엄마 나이가 됐을 때 같은 여자로서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때 당시의 김수희의 나이에 접어든 딸과 함께 다시 꺼내보는 영상편지.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그리워 한 만큼 깊은 곳에 숨겨뒀던 사랑을 되찾게 된다. 시간을 되돌아
보며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모녀의 감동 스토리가 <사랑이 좋다>에서 펼쳐
진다.

“모녀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것. 그런 것 같아요.
갈등도 있고 그렇지만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 같지만 때로는 또 너무 쉽게 풀리는
관계“
-김수희 인터뷰 中-


“아직 어머니를 다 이해한다고 하면 솔직히 다 거짓말이고요.
하나씩 알아가는 거죠. 왜냐면 저는 똑같이 어머니 뒤를 걸어가고 있으니까“
-이순정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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