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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이긴 하지만 그 지방에서 행세께나 하는 유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사람만 좋고 맺고 끊음이 불분명한, 술. 여자. 친구를 좋아하는 한량인 아버지 덕분에 대대로 물려받은 꽤 많던 논밭은 거의 다 없어지고, 지금은 면소재지에서 조그맣게 약방을 운영하며 근근히 살고 있다.

진상이 초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양조장과 방앗간을 운영하며 동네 유지행세를 톡톡히 하여 진상도 어디를 가나 도련님 소리를 들으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진상이 대처로 유학을 나와 있던 중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국회의원 선거에 몇 번 출마하면서 집안이 완전히 몰락해 버린다.

철들면서 알게 된 아버지의 실상(사람만 좋고 무기력한, 그래서 이리저리 사람들에 이용당해 폐물로 전락)에 실망한 진상은 대처로 유학 나와 있던 중학 시절 이후 고향에 발길을 거의 끊고 지내다가 집안이 경제적으로 몰락한 이후에는 아예 남처럼 지낸다.

고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근처 농촌으로 시집 간 여동생, 형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고 농고를 나와 농사를 짓고 있는 남동생, 아직도 옛날의 영화만을 되뇌이며 한량처럼 살고 있는 아버지, 자기만 보면 절절 매는 엄마.

진상은 이 모든 게 싫을 뿐이다. 지금과 같은 경쟁사회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며 그것도 승자로서 살아 남았을 때만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진상은 점점 외로운 들개처럼 성장한다.

중학교 때부터 혼자 자취를 하면서 식구들과는 거의 인연을 끊고 지내 아주 가까운 친구들도 그의 환경에 대해 전혀 모른다. 자기에게 득이 될 수 있는 사람과만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득이 안된다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버리는 냉정한 성격으로 변해가는 진상.

24시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완벽함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끊이질 않고 특히 여자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 다른 사람들은 그저 능력있는 부잣집 아들 정도로 생각하고 부러워한다.잘 나가는 회사에 입사하여 야망을 키워가던 어느날 감추고 싶은 자신의 모든 과거와 집안사에 대해서 낱낱이 알고 있는 데다가 어린 시절 집안의 돈과 권력으로도 안눌러지던 유일한 라이벌 만호가 나타나 긴장한다.

진상과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대졸 여직원. 스스로 재색을 겸비했다고 생각하는 오만불손한 여자.

새벽부터 일어나 화장하고 퇴근 후에는 몸매관리를 위해 헬스클럽에 다니느라 시간이 없다. 진상이가 벤처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만호 회사의 주문 전화 상담요원. 딸만 셋인 집안의 둘째. 욕심꾸러기 철부지 언니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시집가면서 집을 팔아 혼수를 마련해 가는 바람에 대학진학 대신 취직을 한다.

그 일로 언니 뿐 아니라 부모와도 원수가 되어 한동안 말도 하지 않고 지내지만 막내의 등록금을 얼마 안되는 자기 월급을 쪼개 내 주는 의리파다.

워낙 직설적이고 급한 성격인데다가 대학에 한이 맺혀 대학교 나왔답시고 잘난 척하는 여자들만 보면 돌아버린다. 능력있고 매너 있고 잘 생긴 진상 앞에서만 다소곳한 여자가 된다.

강원도 두메산골의 가난한 집에서 1남 2녀의 맏이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신동소리를 들으며 자란다. 진상과는 같은 반 친구이지만 만호의 부모는 진상이네 땅을 부쳐먹는 소작인이다.

언제 어디서나 떠받듦을 받는 진상은 만호에게서도 그런 대접을 받길 원하지만 공부와 운동, 그리고 싸움까지도 진상은 만호의 상대가 되질 않는다. 일대일로는.

초등학교 시절 줄곧 1등을 해 도시로 유학 가라는 담임의 권고가 있었지만 편찮으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진상이네 땅을 혼자 소작하다시피 하는 어머니의 수입으로는 하숙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면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을 한다.

고등학교를 마친 다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생계를 도맡은 어머니를 돕겠다는 일념으로 대학진학은 꿈도 못 꾼 채 선반공 조수로 취직을 한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직장 동료를 대신해 회사와 맞서 싸우다가 회사에서 퇴직당한 후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에 열받아 대학에 진학한다.

온갖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버느라 남들보다 조금 늦게 대학을 마치고 취직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진상이 다니고 있는 회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