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1947년생 별명 '안나'여사. '앗! 나의 실수'라는 프로그램 이름을 잘못 알아 듣고서 "안나의 실수? 안나가 누군데?'"물었던 덕분에 얻어진 별명이다. 신랑과는 딱 두달간의 신혼을 보냈을 뿐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쌍둥이 남매를 조산한다. 원래부터 계산속이 없던 그녀는 이후로 더욱더 세속적 가치기준에 둔감해지고 마냥 어리숙한 숙맥이 되었다. 남편의 보상금으로 서점을 차렸을 때에만 해도 신랑이 남겨준 이 선물을 근거삼아 궁핍하지 않게 살며 아이들을 잘 키우리라, 다짐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 서점에 밀려 문 닫고,전통찻집,문방구점,분식집등 하는 것마다 다 망하기만 해서 지금은 신도시의 할인매장 계산원으로 일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임대아파트(친구의 대출에 담보로 들어 있는)와 쌍둥이 아들 딸 이외의 다른 재산은 없다. 지난 달에 알량한 2백만원짜리 적금을 타서 아이들 등록금에 보탤 계획이다가,아이들이 장학금을 받자 그 돈으로는 드라마 작가 교육원에 등록할까 생각 중. 남편과의 짧았던 결혼생활을 글로 써서 라디오 드라마 소재 공모에 냈다가 뽑힌 적이 있고보니,동생댁들이 비웃거나 말거나 극본 쓰는 법을 한번 배워 보고 싶다. 그러나 작가 교육원에 등록하자마자 암 걸린 남편 대신 사업에 뛰어든 친구에게 보증 서준 것이 잘못되어, 옹색하나마 비바람 가려 주던 세식구의 보금자리가 날아가고, 일자리도 날아가 큰동생네집으로 들어간다.

이 드라마의 話者로,명랑 솔직한 꾀순이. 돌발 상황에서도 머리가 멈칫하지 않고 계산이 착착 되는데, 문제는결정적인 순간에 선한 마음과 순정이 복받쳐 멜로 영화 같은 대사가 튀어나오곤 한다는 점. 하얼빈에서 대학 마치고 중국인 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좀 하다가, 자본주의가 마지막으로 꽃피는 이 시대에 돈을 벌어야지,하는 결심으로 상해로 갔다. 한국의 무역 업자들 통역을 해주면서 한국 진출의 기회를 엿보던 중, 지극히 합법적으로 한국 진출에 성공. 상해를 떠나오기 전 우연히 중국에 취재차 온 스포츠 신문 기자 조기원을 곤경에서 구해준다. 그리곤 한국에 도착한 첫날 다시 공항에서 재회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강원도 봉평 출신이고 부모와 함께 살았던 곳은 각지의 조선족들이 모여 살던 하얼빈이라 말투가 완전히 혼합이다.

스포츠 신문의 연예부 기자. 병역 면제자라 동기들보다 사회 생활 일찍 시작했다. 스스로 대단한 엘리트라 자부하지만 실은 철이 없고 사치스럽다. 일류 브랜드 마니아. 여자도 그런 기준으로 취하려 하다보니 당연히 실속없는 1회성 데이트만 많다.그러던 중 최고의 신부깜으로 꼽히는 멋쟁이 아나운서에게 딱지를 맞자 기분이 몹시 울적하여 만만한 옥화를 불러내곤 한다. 조선족,연상,그런 등등의 코드들이 부담없이 느껴져서 말이다. 함께 술을 먹다가 흑심이 동하면 우리 결혼하자는 말까지 마구 한다.옥화가 언감생심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랴 싶은 것인데,그러나 그것이 족쇄가 될 줄이야. 옥화는 절대 부담없는 여자가 아니고 언감생심도 감히 품는 실속파였던 것이다. 옥화와의 관계가 알려져 수렁에 빠지면서 용훈은 영원히 만만한 존재인 고모 남득에게 도움을 청하지만,그것은 더 치명적인 실수. 수렁은 점점 깊어진다.

남득의 딸. 수재도 아니고 건망증이나 남의 말 덜컥 믿는 점 등은 엄마와 수준이 비슷하지만,그래도 엄마보다는 현실감각이 있다고 자부한다. 노인복지학과에 들어간 것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시대의 흐름을 읽은 덕이라고 큰소리치며 자신의 선택에 후회 없이 잘 다니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인 봉숙이가 수진을 좋아한다고 은밀히 고백하며 초코렛을 전해 달라 부탁하자, 수진이 걔 아직 어리다고, 남자가 아니라고 만류하다가, 그러면 둘이 잘 안되어도 우리 우정은 절대 변치 말자는 맹서를 교환하고서야 봉숙의 선물을 전한다. 봉숙에게 더 적극적으로 나가라고 작전지시를 하지만 정작 자신은 짝사랑 상대인 경영학과 복학생을 멀리서 보기만 해도 발이 땅에 붙어버린다.

내외종간인 미진과 혜원이 다니는 학교의 경영학과 복학생. 오래된 부잣집 아들. 부모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너 하고 싶은대로 살라는데 할머니가 심하게 간섭하며 가업 승계,세도가와의 결혼 등을 강요한다. 그래서 자주 곤혹스럽다. 노는 것은 좋아하지만 유학생 파티 같은 건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애교덩어리 트렌디 걸 혜원과의 연애도 한계가 있다.취향이 다른 것이다. 미진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모르고,집안의 문제아(?)인 할머니를 즐겁게 해 주는 것만 다행스레 여기다가, 마음이 쏠린다.

남억과 영숙의 딸. 미진과 같은 학교 기악과에 다닌다. 초등학교 때부터 첼로를 했고,각종 콩쿨을 위해 숱한 명곡들을 연습했지만 그 명곡들이 그녀의 정서나 인생에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다. 애교도 넘치고 샘도 많다. 고종 사촌 미진이 연적이 되자 이성을 잃는다.

미진의 여고 동창.단순 명랑한데 열등감이 좀 있어서 소심하다.친구도 미진 뿐이다. 키만 컸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외모에, 이미 늙어버린 부모님(막내다), 출가하여 빠듯하게 사는 언니들 도움으로 전문대 유아교육과 간신히 나와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노릇 잠깐 하다가 그만둔 자신의 처지도 그렇고, 모든 것이 한심하다. 수진이 자신의 오랜 짝사랑을 받아줘서 기쁘긴 하면서도 화끈한 애정표시 없이 느물느물 놀려먹기나 하는 수진에게 점차 유감이 생기는데,그러던 중,길거리에서 픽업이 되어 상상도 못하던 스타 인생을 경험하게 된다.

남득의 쌍둥이 남매 중 위. 노어노문학과 2학년 마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동사무소에 배치되어 근무 중. 남의 말 잘 믿는 어머니와 누이동생 미진,미진의 친구 봉숙 등 순진녀 트리오를 '믿거나 말거나 시리즈' 같은 걸로 속여 먹는 게 취미.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정신 빠진 놈'이라고 호통치는 외삼촌들과는 달리 '어머어머 너 그럼 인제 닥터 지바고 원서루 읽게 되는 거야?'하며 눈을 빛내던 엄마 '안나'여사를 무지하게 사랑하고 심지어 귀여워한다.

남득의 첫째 남동생.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아서 늘 돌진하는 자세로 달려 왔다. 군대 조직같은 대기업 임원으로 있다가 도산하자 협력업체의 사장이 된다. 집안 일은 전폭 아내에게 일임하고 일만 해왔기 때문에 인생의 디테일을 모른다. 중대 사안이 발생하면 호통을 치는 걸로 역할 끝. 그 자신 누나와 조카들을 퍽 아낀다고 생각하지 만 그게 기만이라는 게 드러난다

남억의 처. 대학 때 만난 남억을 꽉 잡아,전략적으로 임신.손윗 시누이가 미혼이거나 말거나 졸업식 직전에 결혼식을 올렸다. 욕심 많은 전형적 강남 아줌마. 알거지가 된 시누이 남득에게 어차피 생활비 보조를 해줘야한다면 아예 그집 세식구 불러들여 가정부 내보내고 살림 맡기면,신경은 좀 쓰여도 돈도 절약되고 낯도 선다고 판단,결단을 내린 것인데, 사윗감으로 점찍은 청년이 남득의 딸미진에게 마음을 뺏기자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광분.내쫓고만 싶다. 거기다 아들은 조선족 연상녀에게 코꿰었다. 어째 내게 이런 재앙이 닥치나...손아랫동서와는 필요에 따라 사이가 좋았다 나빴다 한다.

남득의 둘째 동생. 정형외과 의사. 외견상 냉철해 보여서 누나도 어머니도 관심밖이고,조각과 출신의 아내와 함께 음악가 후원이나 미술품 수집 등,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부부 사이는 오래 전에 금갔다.두 딸은 파리에 유학가 있어 단 부부가 마주 봐야 하는데, 휴식이 안되는 가정은 지옥이다.고된 육체 노동(수술 등)과 통음 속에 날아간 청춘도 보상이 안된다. 남득이 요즘 어떠냐고 물으면 일언지하에 누나나 잘 해,그런다

남식의 아내. 오래 전부터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다. 이혼은 못하겠고, 죽기 전에 격정적인 연애나 한 번 해봤으면 좋겠는데 몸은 점점 늙고...그러던 중에 무시해온 시누이 남득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말을 듣자 너무 부러워 혼자 눈물 흘린다.

남득의 막내동생. 80학번으로 원로 386. 늦둥이로 태어나 누나의 정을 흠뻑 받으며 자랐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뉴질랜드에 이민 갔다가 너무 빈둥거려 이혼당하고 혼자 귀국한 이혼남이다.재혼에 대한 희망이 있어서 독신녀 많이 꾀는 모임에 열심히 나간다. 거기서 대학 시절 견원지간이던 여자 동창을 만나 재회 기념으로 대판 싸움을 한바탕 벌인 뒤,쉰내 나는 연애를 시작한다. 아직 백수. 그의 정의에 의하면 백수란 이 사회에 정신적 정서적 자양분을 공급하는 귀한 존재들이다.

남기의 대학 동창. 페니미즘적 결혼을 구현할 남자를 찾느라 이도 저도 다 놓쳤다.통곡할 일이다. 결혼도 못해본 이 인생 설악산 가서 소주 마시고 끝낼 생각까지 했는데 원수같은 조남기와 재회한다. 미국의 직업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대안문화 기획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남기와 결혼하고 싶어 남득에게 잘보이려 든다.

기원이 근무하는 스포츠 신문사 연예부 선배로 기원과 나이는 같지만 입사가 빠른 선배. 기원을 사이에 두고 옥화가 견제하는 인물.

일제때 작위까지 받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부잣집에 시집와 왕녀처럼 호사스레 살아온 골수 친일파 할머니. 천박한 외부세계와는 담을 쌓고 지낸다. 아들 며느리가 금슬 좋은 것도 마음에 안들고,오직 손자 민석이 자신의 손안에서 놀아주기를 바라지 만 기대에 부응해 주지 않는다. 옛날로 치면 교전비 삼아 미진을 고용한 것인데,처음엔 언행에 기품이 없다고 잔소리를 해대다가 차츰 정이 든다.

봉숙의 엄마.남득이네와 아래 윗층에 살고,남득과 형님 아우 하는 사이,할인매장 동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