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대에 들어선 한국 드라마, 특히 미니 시리즈는 분명 위기에 처해 있다.
전형적인 캐릭터와 개연성이 무시된 이야기, 남녀 주인공의 천편일률적인 ‘짝짓기 놀음’ 등에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어느 틈엔가 미니시리즈는 그저 ‘시간 때우기’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80년대 후반에 똑같은 이유로 위기에 처했던 미국 드라마계의 재판(再版)이라 할 수 있다.
스타일의 복제에 급급하던 로맨틱 코미디가 더 이상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던 것.
하지만 90년대에 들어 이런 침체기를 역전시킨 드라마가 두 작품이 나왔는데, 바로 <E.R>과 <뉴욕경찰 24시 N.Y.P.D. Blue>였다.
드라마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이 두 드라마는 다큐를 보는 듯 생생한 현장감과 그 안에서 숨쉬는 인물들의 앙상블로 대중들을 다시 TV 앞으로 불러 들였다.
이 드라마들은 현재까지 10여년 넘게 장수하며 검증되고 있는 중이다.
이는 대중은 더 이상 가짜 이야기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줌과 동시에 부진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 TV 드라마를 구원해줄 유일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그것은 다름 아닌 ‘리얼한 직업의 세계’와 ‘살아있는 인간의 이야기’의 조합인 것이다.
<하얀 거탑 白い 巨塔>은 이러한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드라마다.
대학 병원을 배경으로 한 천재 의사의 야망을 향한 끝없는 질주와 그 종말을 그린 이 작품은, 의학계 이면을 현미경처럼 보여줌과 동시에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보는 이에게‘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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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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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안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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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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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