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미니시리즈 ‘웰컴2라이프’(연출 김근홍/ 극본 유희경/ 제작 김종학프로덕션)가 지난 24일 화요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가운데 드라마를 힘있게 받쳐주고 속도감 있는 호흡과 뭉클한 울림을 전하며 톡톡히 기여한 음악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첫 드라마 음악작업이지만 남다른 감각으로 ‘웰컴2라이프’를 ‘시간 순삭’ 드라마로 만드는 데 일조한 이희승 음악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음악을 언제부터 시작했나?
A.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음악을 전공하기로 결심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예원학교, 서울예고로 진학했고, 이후 연세대를 졸업하고 유학하여 피바디 음대에서 석사과정과 연주자과정을 마쳤습니다. 돌아와서는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음악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활동으로 지경을 넓혀가던 중에 기회가 닿아 이번에 ‘웰컴2라이프’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음악 작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바는 무엇인가?
A. 드라마 음악의 본질을 지키면서 동시에 다른 드라마 음악들과 차별화된 음악 작업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연출감독님과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통을 했고,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는 우리 드라마만의, 독자적인 음악적 톤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김근홍 감독님은 드라마에서 음악이 맡는 역할을 굉장히 비중있게 보고 계셨고, 김 감독님과 적극적으로 상의하면서 우리 드라마에 맞는 톤을 찾아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음악들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러면서 드라마 전체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타이틀곡을 드라마와 같은 이름으로 웰컴2라이프라는 곡으로 작곡했고 다른 노래들도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을 잘 살릴 수 있는 테마곡 형태로 작업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BGM으로 사용하는 음악만 200곡이 훌쩍 넘는 양을 작곡했죠. 노래와 BGM의 비중을 적절히 고려하되 곡 수가 많아지고 자칫 음악이 많아 산만해질 수 있는 우려들을 고려해서 음악의 통일성에 신경을 썼습니다. 드라마가 마무리된 지금은 작품 자체에 집중하고자 했던 노력이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근홍 감독님과는 이번 작품을 함께하기 전부터 다양한 작품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 왔습니다. 감독님의 연출 철학과 소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드라마 제작이 진행되면서 감독님의 철학이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자극도 받고 의지할 수 있었어요. 부족한 면이 많았을 텐데 끊임없이 응원을 해 주셔서 저의 음악적인 정체성을 살리고 발휘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웰컴2라이프’의 음악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A. ‘웰컴2라이프’가 로맨스, 코믹, 수사, 법정,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 음악’ 안에서도 수사, 법정, 공포 등 장면에 들어가야 할 다채로운 음악들이 필요했습니다. 처음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고 대본분석을 하면서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음악의 톤 앤 매너를 구상할 때에도 드라마 자체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과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음악적으로 모든 색들을 더 빛나게 살려내기 위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광고, 무대 음악 등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작업하던 저희 팀 모든 스태프들이 저의 디렉션을 잘 이해하고 따라와 주었고 감사하게도 저의 음악적 의견들을 믿고 지지해줬기 때문에 좋은 팀웍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많은 곡들이 삽입되었지만 서로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웰컴2라이프’의 전반적인 음악 작업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A. 워낙 많은 곡들을 준비해서 어느 하나로 설명 드리기는 어렵지만, 인물들의 감정표현과 관계묘사가 중요한 장면들은 주로 피아노나 기타의 선율을 중심으로 잔잔하고 덤덤하게 표현했습니다. 코믹음악들 또한 드라마의 완급을 조절하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한 음악들이라 과장되지 않으면서 장면을 살릴 수 있는 음악들을 쓰고자 신경을 썼습니다. 긴장 음악의 경우에는 음악이 영상보다 넘치게 자극적이거나 강렬해지지 않도록 선을 지키는 부분에 집중했구요. 그에 따라 테마를 가진 모음곡 형태의 곡들을 쓰면서 악기사용이나 사운드면에서 통일성을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드라마 안에서 표현되는 극적인 감정들이 음악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끌어당겨지거나 음악으로 인해 과장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음악이 적절히 밑받침되어 고조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극적인 장면에서 도리어 절제된 음악을 사용해서 인물의 감정과 장면의 분위기가 음악과 대비를 이루면서 감정의 깊이가 부각되도록 표현하는 데도 공을 들였습니다.
Q. 드라마 음악과 일반적인 음악의 제작에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지금껏 클래식 음악을 해온 저에게 있어서는 순수음악과 상업음악, 무대(공연)예술과 영상예술, 정형과 비정형의 차이로도 느껴졌습니다. ‘웰컴2라이프’의 음악 작업은 양쪽의 간극에서 접점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가장 큰 차이점은 음악이 그 자체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한 요소로서 기능을 해야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좋은 드라마 음악은 그 자체로도 듣기 좋고,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드라마의 본질인 재미, 감동,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보탬이 되는 음악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삶에 있어서 음악적으로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조화와 균형(Harmony & Balance)을 늘 중요시 여겨왔는데, 이번 작품에서 조화와 균형에 대해 또 한 번 그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음악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의 영상에 음악을 넣으면서, 조화롭게, 그리고 균형 있게 작업을 해야 했고 이 때 항상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 ‘드라마의 본질인 재미와 감동,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영상, 대사, 효과음과 균형있는 조화를 이루는가’ 였습니다. 또한 이런 작업을 통해서 드라마 한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여러 구성원들과의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음악이 드라마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에 비해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드라마의 본질을 놓치지않는 기능적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때 좋은 드라마 음악이 되고, 음악 자체로 아무리 훌륭해도 드라마의 본질을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좋은 드라마 음악이라고는 할 수 없겠죠. 원론적인 답변일 수도 있지만 이 핵심을 놓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작업하는 게 정말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MBC 월화미니시리즈 ‘웰컴2라이프’는 자신의 이득만 쫓던 악질 변호사가 의문의 사고로 평행 세계에 빨려 들어가 강직한 검사로 개과천선해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 수사물로 지난 9월 24일 막을 내렸다.
iMBC연예 김재연 | 사진제공 김종학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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