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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끌고 '세치혀' 민다, 식지 않는 썰 예능 열풍 [2022총결산]

2022-12-09 09:00

남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이젠 스마트폰 하나만 있다면 누구나 온 세상 '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 대중의 니즈에 맞춰 올해 방송가도 다양한 썰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꼬꼬무' 끌고 '세치혀' 민다, 식지 않는 썰 예능 열풍 [2022총결산]

◆ 무거운 이야기도 쉽게, '꼬꼬무'→'알쓸범잡2'

모든 이야기가 웃음 지으며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참혹했던 역사, 끔찍한 범죄, 결코 잊힐 수 없는 그날의 사건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재구성됐다.

SBS 예능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지난 2020년부터 방송돼 현재 시즌3까지 이어진 썰 예능 대표주자다. 세 명의 이야기꾼 장도연, 장현성, 장성규가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지인에게, 가장 일상적 공간에서 1대 1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사건의 리얼함은 출연진으로부터 나온다. 시청자를 대리해 청자 역할을 하던 출연진이 직접 화자로 나서,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여기에 게스트들의 격한 리액션은 긴장감과 몰입을 더한다.

일상적인 화법, 직관적인 연출은 어린 연령층의 눈높이까지 맞췄다는 평.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동시간대 2049시청률 1위를 여러 번 경신하며 MZ세대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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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방송된 스토리텔링 콘텐츠 중엔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범잡2'(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도 있다. '꼬꼬무'와 같이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나, 이야기의 주제를 범죄로 한정하고 생생함을 강조하기보단 전문가 패널들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연출을 지향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부터 물리학자 김상욱, 소설가 장강명, 변호사 서혜진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국을 누비며 취재하고 조사해온 자료들을 아낌없이 대방출했다. 한층 풍성해진 이야기는, 썰 풀이의 생생한 맛을 십분 살리며 호평을 받았다.

시즌1에 이어 이들의 대담에 함께 참여하며 한 편의 수업을 듣는 것 같다는 평도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등 시의성 있는 주제에 접근해 경각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아무리 무거운 이야기도 쉽게 풀어낸다"는 두 예능프로그램의 지향점이자 성공 전략이기도 하다. 유튜브를 필두로,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금, 경량화 전략은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 수 분 남짓 길이의 클립으로 유입된 대중이 TV 앞으로 모여 시청자층을 이루는 역유입 현상의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 썰 예능 열풍 계속, '세치혀'·'미스토리 클럽'

'꼬꼬무' 끌고 '세치혀' 민다, 식지 않는 썰 예능 열풍 [2022총결산]

썰 예능 열풍은 올해 말까지 식지 않고 있다. 역사, 범죄 사건을 비롯해 연애담, 공포 괴담까지 무수히 쏟아지는 썰 예능 홍수 속, "썰 예능은 단순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에 도전장을 내민 예능 프로그램들이 신규 런칭을 예고했다.

3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이하 '세치혀')가 새 썰 예능의 포문을 연다. 대한민국 예능 최초 링 위에서 펼쳐지는 '썰 스포츠'를 지향했다. 나이, 직업, 장르를 불문한 썰 고수들이 스토리텔링 맞대결을 펼쳐 일인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세치혀' 연출을 맡은 한승훈 PD는 "조선시대 이야기꾼 전기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실제로 전기수는 사람들에게 돈을 걷은 후 어느 정도 모이면 뒷이야기를 풀었다고 한다. "이런 점이 웹툰, 웹소설에서 결정적인 순간 끊고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방법과 닿아 있었다. 전기수 방식대로 대결을 펼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유튜버부터 작곡가, 이혼 전문 변호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일반인이 출연하는 만큼,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일반인들의 리얼한 현실을 담은 여러 썰들을 TV 앞에서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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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미스토리 클럽'도 이날(9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미스토리 클럽'은 대중에게 친숙한 마피아 게임과 토크쇼를 결합한 프로그램. 믿기지 않는 3가지 이야기 중 단 하나의 가짜 '이야기'를 찾는 포맷이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코너 '진실 혹은 거짓' 콘셉트를 활용해, 추리와 재미를 극대화할 예정. 범람하는 이야기 속에서 가짜를 찾고, 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야만 하는지 그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대중에게 썰을 푼다"라는 기존의 포맷은 유지하되, 흥미 위주의 스몰 토크로 변주를 준 두 프로그램은 썰 예능 포맷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썰 예능은 이야기가 곧 콘텐츠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은 아무리 흥미로운 썰을 내놓아도 인터넷만 있다면 굳이 TV 프로그램을 찾을 이유는 없다.

이들을 다시 TV 앞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 화수분 같이 쏟아지는 흥미로운 썰들을 십분 활용하기 위한 전략은 지금도 방송가에서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제공 SBS, tvN,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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