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순(30세)cast 김선아
파티쉐(제과 기술자)그래서 그녀는 계약연애를 받아들인다. 경매에 넘어갈 뻔한 집을 구하기 위해서, 그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서, 돈을 빌린 대가로 연애하는 척 하기 위해서, 계약서에 싸인을 한다. 계약연애 만세! 사기연애 만만세! Allelujah!
강남에 소재한 무궁화 다섯 개짜리 초특급 호텔의 소유주이며 경영자다. 전문 CEO 들도 인정할 만큼 경영능력이 뛰어나다. 젊어서부터 친정아버지인 나회장으로부터 사사를 받았고 호텔도 나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남편은 학문을 좋아하는 교수였으나 40대에 돌연사 했다. 아이들에게 낭만적인 성향이 있다면 그건 남편의 몫이다. 큰아이 진태가 가장 그랬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죽었다. 기대했던 둘째 진헌은 죄책감에서인지 밖으로만 돈다. 이제 슬슬 진헌을 워밍업 시켜 이 호텔을 맡기고 싶은데 이 아이는 레스토랑에만 미쳐 있다. 게다가 삼순이라는 이상한 여자아이에게도 미쳐 있다. 그녀는 진헌을 빨리 결혼시켜야 한다. 진태가 남겨놓고 간 손녀딸 미주에게 엄마 노릇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헌과 삼순의 연애가 가짜인 것 같아 사람을 붙여놓기도 한다. 속정이 깊지만 웬만해서는 드러내지 않는다.
진헌에게는 평생 가슴을 아리게 할 존재. 죽은 형을 대신해 아빠노릇을 하지만 쉽지 않다. 사고후유증인지 아직도 말을 못한다. 병원에서도 정신적인 문제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저 아이가 알아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말을 안하는 것 외에는 정상이고, 수줍음 많고 내성적이다. 일주일에 한번 놀이치료에 참가한다. 진헌이 피아노 쳐주는 걸 좋아한다. 삼순이 아줌마도 좋아하게 된다. 그녀와 함께 케이크를 만들면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
20대에 호텔에 들어와 Cashier, Front, Banquet 등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서른 넘기면서 사무직으로 전환, 나현숙 사장의 비서가 된 지 10년 째. 눈빛만 보고도 나사장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안다. 가끔 예고도 없이 사장실에서 마리아 칼라스가 터져 나오면 알아서 전화 따돌리고 스케쥴 조정하고 한다. 얼굴도 예쁘고 독신주의도 아닌데 싱글인 이유를 사람들은 모른다. 그녀도 몰랐다. 한때 결혼하고 싶어 안달했는데 사주만 보면 남편 없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젠 포기했다. 40대의 독신생활은 적적하고 밋밋하긴 하지만 속은 편하다. 몇 년 전에는 아예 나사장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산다. 그러니 공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나사장의 오른팔이다. 전혀 웃음기 없고 날카로운 얼굴인데 하는 짓은 다소 엉뚱하여 같이 있는 사람까지도 엉뚱하게 만든다. 나현숙 사장도 윤비서와 함께 있으면 엉뚱해진다. 마침 나사장과 이름이 같아 주위 사람들은 몰래 ‘숙자매’라고 부른다. 본인들만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