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순(30세)cast 김선아
파티쉐(제과 기술자)그래서 그녀는 계약연애를 받아들인다. 경매에 넘어갈 뻔한 집을 구하기 위해서, 그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서, 돈을 빌린 대가로 연애하는 척 하기 위해서, 계약서에 싸인을 한다. 계약연애 만세! 사기연애 만만세! Allelujah!
‘보나뻬띠’에 오면 누구나 한번씩 놀라게 되는데 홀 전체를 관장하며 미소 짓고 있는 총지배인이 환갑 넘은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의아하고 낯설지만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은 할머니 지배인이 주는 편안함을 좋아하게 된다.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으로 전직이 초등학교 교사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아들 하나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운전 중이던 아들이 중앙선을 침범한 차와 충돌해 즉사한 것. 시간이 흘렀다. 아들 죽은 걸 부인하기도 하고 억울하고 원통해 방바닥을 치며 대성통곡을 하고 1년을 그렇게 살았다. 1년 쯤 지나니 가해자의 가족도 두 명이나 죽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오르고 운전했던 청년은 다리가 부서져 아직도 걷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차도로 뛰어든 강아지를 보고 갑자기 피하려다 그랬으니 그 청년도 참 운이 없었구나, 안쓰러운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용히 그를 찾아가 위로도 해주고 힘내라고 손도 잡아주고 그랬었다. 그런데 1년 전쯤 지금의 사장인 그가 찾아왔다. 레스토랑을 오픈하니 와서 총지배인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지배인이라니, 평생 아이들이나 가르쳤던 그녀가 무슨 재주로. 하지만 그는 완강했다. 아이들 가르치듯 손님을 대하면 된다고, 이렇게 빚 갚음 하게 해달라고... 몇 년 전 정년퇴직하고 자식도 손주도 없이 쓸쓸하게 늙어가는 그녀를 진헌은 일터로 불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삼고초려 했고 어쩔 수 없이 그녀도 받아들였다. 이제는 이 일터가 삶의 낙이 되었다. 그녀는 이제 진헌을 죽은 아들 바라보듯 한다. 진헌도 살갑게 굴지는 않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상담도 하면서 제 엄마보다 더 신뢰하고 존경한다. 하지만 레스토랑 식구들은 사장과 그녀의 이런 관계를 잘 모른다. 그러니 그들에게 오여사는 약간 신비한 인물이다.
보나뻬띠의 총 지배인으로 자기 요리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맛 봐달랬다고 함부로 품평했다가는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다이어트하겠다고 자기가 만든 요리를 반 이상 남겼다고 홀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삼순의 언니 이영을 만나게 된다. 꾸미기 좋아하는 그녀를 호통 쳐 맨얼굴로 다니게 하고, 청바지에 티셔츠 달랑 걸치게 만들고, 10cm짜리 하이힐 벗겨 운동화 신게 만든다
요즘 아이 같지 않게 맑고 순진무구하다. 저 밑에, 전라남도 어느 도시의 관광관련전문대를 졸업하고 이 곳에 취직이 되어 상경했다. 면접 볼 때 처음 서울구경을 했을 만큼 촌아이다. 과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취직이고 고향에서는 서울에 취직이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사 났다고 했었다. 서울 생활 6개월째. 그녀는 아직 서울이 무서워 자취방과 레스토랑 외에는 가본 데가 별로 없다. 표준말도 잘 못쓴다. ‘아니어라’ 하다가 ‘아니에요’ 하는 건 너무 어렵다. 레스토랑 안에서는 삼순과 잘 통하는 사이로 삼순에게 제과를 열심히 배운다. 세상물정 모르지만 자기만의 소박한 꿈과 줏대를 갖고 있어 어른스럽기도 하다.
오지배인 다음으로 홀 고참이다. 자기가 예쁜 줄 안다. 공주병이 중증이다. 나름대로의 미모를 무기로 진헌에게 눈독을 들인다. 당연히 삼순이가 눈에 가시다. 툭하면 으르렁대며 영자씨! 삼순씨! 하며 각자의 치부를 건드린다. 진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