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cast 문근영
태어날 적부터 시각, 후각, 미각, 청각 그리고 촉각이 발달한 아이.
그 오감을 오로지 도자기를 만드는 데에 쓸 줄 아는 아이.
빛나는 눈은 그릇의 품격을 구별해내고,
정갈한 코는 꼭 필요한 흙을 찾아낸다.
단정한 입술로는 유약을 맛보고,
부드러운 귀는 불의 움직임을 듣고,
섬세한 손은 물레 위 흙 반죽을 ‘작품’으로 변모시킨다.
가마에서 태어나 가마신의 기운을 받았다고들 한다.
柳井이라 쓰고 ‘정이’라 부른다.
천명을 깨닫기 전까진 재미로 흙을 만지는 소녀일 뿐이었다.
더욱이 그 시절, 조선에서는 여자가 사기장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소녀’, 불합리한 믿음이나
일반적인 관습에 좀체 좌절하지 않는다.
제 눈 앞에서 죽어간 아비, 을담. 정이는 결심한다.
아비처럼 조선 최고의 사기장이 되어
아비의 원수를 갚고,
아비가 못 이룬 꿈을 이루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