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 설거지나 이삿짐센터 포장 도우미등, 일당을 받고 그때그때 들어오는 일을 하며 연명한다. 어렵게 번 돈인데도 아직도 화장품이나 싸구려 옷에 제일 먼저 손이 가는 실속 없고 철도 없는 스타일. 속은 여리고 머리는 나빠서 일생 남에게 이용이나 당하고, 제 자식도 제 손으로 거두지 못한 처량하고 한심한 인생.
이름도 생각해내지 못하는 진한이 측은해서 힘닿는 대로 돌보아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오히려 도움을 받은 건 그녀 자신이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한 없이 위축되던 그녀에게, 세상과 맞설 용기를 주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으니까.
천진난만하고 다정다감한 성격. 경태가 착한 남자라고 생각해 사랑했던 것은 아니다. 헤어질 결심을 안 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경태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긴다는 상상은 꿈속에서도 할 수 없다. 경태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을 때, 자신을 사랑한다는 여자한테 할 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경태가 나쁜 놈이 아니라, 연쇄살인범이라고 해도 기꺼이 사랑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경태의 손만 잡고 있어도, 온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마음이 그득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