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건cast 이상우
난생 처음 ‘사랑해서는 안 될 여자’를 만난, 천재 의사!
꽤나 실력 좋은 의사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가 유럽 어딘가에서 허밍을 하며 기타를 튕기는 방랑자인 줄 알 것이다. 쭉 뻗은 키에 어딘지 부스스한 머리, 단추는 한 칸씩 밀려 마구 잠그고, 짝짝이 양말을 신고도 ‘소탈한 매력’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건, ‘의사하기 아까운’ 미모 때문일 것이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니까. 교통체증과 무관한 스쿠터를 몰고 다니고, 제너럴 닥터로써 봉사도 하고, 캠핑을 빙자한 천연 노숙을 하며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 남들만큼 좌절을 겪어보기도 한 그가 여전히 화사하게 웃을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런 그에게도 빈틈은 있다. 아니, 일상이 구멍이다. 혼자서는 즉석 밥 하나 데워먹지 못 하고, 자기 집 냉장고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심지어 자신의 통장에 잔고는 얼마인지 도통 모르는 ‘생활력 제로’에, 통화하며 전화기 찾는 건 기본이요, 밥 먹는 건 예사로 잊는 데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 하는 ‘건망증’은 중증 수준이다. 사실 그 짝짝이 양말 패션도, 이름을 부르지 못 해 자꾸만 웃어 보이는 것도 다 그 놈의 건망증 때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신 총각들을 제치고 돌싱남이 인기를 독차지 한다는 볼멘소리만 들릴 뿐. 그렇게 잘 잊는 그에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아픈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의 한 가운데에 있는 한 여자, 그 여자를 어느 새 사랑하게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