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소리 크고 풍채도 좋고, 명품으로 휘감아 재벌 회장님 같은 포스를 풍기지만 종종 튀어나오는 무식한 졸부 티는 돈으로도 어쩔 수 없다. 명문가 코스프레를 즐기고, 가문의 영광과 입신양명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정계 입문도 준비 중이고 은별이를 대필 작가로 자서전도 쓴다. 십여 년 전, 태권도 승부 조작을 일으켜 한주의 선수생활을 끝장나게 만든 원흉. 약해 빠진 민호를 강하게 키우려고 태권도를 시켰는데, 지금도 성에 안 차 못마땅하다. 세상 그 어떤 아비가 제 아들이 미울까. 민호의 여린 성품을 알고 있었기에 단단히 단련시킨다는 게 그릇된 애정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그런데 예뻐했던 사돈처녀가 최씨 놈의 아들과 결혼을 한단다. 인연을 끊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사돈지간이라니, 남의 결혼 파토 놓을 수도 없고, 잘 사는 아들 며느리 이혼 시킬 수도 없고 머리가 띵하다.
부드럽고 고상한 듯 보이지만 며느리 길들이기란 미명 아래 금별이를 우아하게 잡는 무서운 시어머니. 돈은 넘쳐나고, 남편은 가정적이고 아이들은 문제없이 잘 컸다. 너무 걱정이 없어서 걱정인 팔자인데, 딱 하나! “수성재”를 둘러싼 최씨 집안과의 오랜 악연이 골치덩이다. 그런데 재수 없게 사돈처녀가 그 집구석 며느리가 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그 집구석 아들하고 우리 아들이 동서지간이라구? 태권도 선수였던 그 애가? 설상가상 남편한테서 낯선 여자의 냄새가 나는데...!
아들로 태어났으면 하는 아쉬움을 주는 영민하고 현명하고 대범한 딸. 속물적이고 천박하고 가벼운 집안 분위기가 싫다. 가족 간의 대화는 늘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 식품 회사의 갑질 사모님에 대한 탐문을 하던 중, 고문 변호사인 최동주와 악연으로 엮이게 된다. 돈벌레에 싸가지 없는 그가 최씨 집안 아들이란 걸 아니 더 재수 없지만 고택에 대한 그의 주장을 듣다 보니 묘하게 마음이 움직인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조상이 최씨 집안 집문서를 강탈했다는 건데.. 기자의 촉이 발동한다. 고택에 관련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여기저기 분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