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지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어린 딸을 떼놓고 교도소에 갔다. 저 혼자 어떻게 컸는지도 모를 일인데 매번 찾아오는 딸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그것이 예지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출소 이후 시장통에 일거리를 얻어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내 딸, 예지를 향한 관심을 끊을 수가 없어 주위를 맴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잘 자랐는지, 노심초사 딸 걱정뿐인 고운이다.
예지네에 참극이 벌어진 후 예지를 맡아 키운다. 예지에게 고시원 방 한 칸을 내어주고 월급 없는 총무로 부려먹지만 오갈 데 없는 고아 조카 건사한다며 주변에 생색은 다 내고 다닌다. 그 애가 밉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예지가 자신의 피붙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누가 괴롭히는 꼴은 못 본다. 예지를 구박하고 욕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녀, 지영 뿐이다.
솜씨 좋은 목수,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 예지에겐 따뜻한 고모부로 그녀를 가엾게 여겨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지영의 등쌀에 많은 걸 해주진 못해도 용돈도 주고 야식도 챙겨 가져다주는데. 예지가 혼자가 아님을, 식구가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예지가 좋았다. 불행 속에서도 엄살떨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자. 얼굴도 예쁜 언니.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 부르고 운동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는 언니. 그런 예지를 친언니처럼 따른다. 공부에 취미가 없어 간신히 대학 졸업은 했지만 취직을 못해 지영의 구박이 극심해지던 즈음 무슨 속셈인지 예지의 시어머니가 회사 자리를 내준다. 찜찜하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렇게 진환A&C 입사 후 밝은 친화력으로 예지 주변 사람들과 두루두루 가깝게 지낸다.
예지와 한 동네서 자랐다. 손잡고 같이 학교에 다닐 만큼 친했고 어른이 되면 예지와 결혼하겠다고 할 만큼 좋아했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변호사인 아버지에게 부탁해 예지 모녀를 도왔다. 그러나 재판이 끝난 후 아버지는 예지와 절교를 명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 은밀한 연을 이어갔지만 결국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후 인정받지 못하는 관계에 예지와 끝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승민의 마음속엔 아직 예지를 향한 마음이 남아있다.
친구가 별로 없는 예지의 대학생활에 의지가 되어준 선배. 동양화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며 학부 조교가 되었다. 화목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2녀 중 맏딸로 밝고 단단한 성격. 예지를 동정하지도, 가르치려고 들지도 않는다. 다만 팩트 중심으로 뼈아픈 말도 가감 없이 하는 스타일이다. 두 번이나 휴학하며 학업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던 예지를 끌어주고 밀어주며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도와준 일등 공신. 알바 소개도 숱하게 했다. 예지가 교직을 포기했을 때 누구보다 아쉬워했지만 세라믹 아티스트로 전향한 그녀의 꿈을 믿고 응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