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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호

민준호 cast 유연석

사실을 말하는 남자,   심장외과 전문의
부드럽고 반듯한 얼굴.
의사 가운마저 버버리 코트로 보이게 만드는 훤칠한 체형.
메스를 잡을 때는 한 치의 오차도 허락지 않는 완벽주의자이지만,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유머를 알고 웃을 때면 아이 같은 천진함마저 엿보인다.
높은 지능에 뛰어난 감각, 게다가 선한 성품까지.
한마디로 완벽해 보이는, 아니 완벽한 사람이다.

개인병원 원장이었던 아버지와 교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귀한 외동아들로 자랐다. 어려서부터 영재로 주목받았던 준호는 모두의 기대에 걸맞게 의대에 진학했다.
그리고 처음 심장이식 수술을 참관하던 날, 가슴이 뛰었다.
한 사람의 운명을 손끝으로 결정지을 수도 있는 일.
심장을 수술하는 의사에게는 사자의 심장이 필요하다. 빠르고 정확하게, 때로는 대담하게 결단해야 한다. 촌각을 다투며 한 치의 오차로 생명을 살리고 죽이는, 극한 긴장감 속에서 전쟁처럼 펼쳐지는 심장외과 수술. 준호는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하루하루가 완벽했다.
그러다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삶이 점차 시들해졌다.
아들 현수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삶의 가장 큰 기쁨이 되어 주시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늘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현수의 학교 교사인 지선을 우연히 만난 준호는 오랜만에 호기심과 떨림을 느꼈다.
소녀와 같은 낭만을 품고 자유롭고 엉뚱한 여자. 문득 쓸쓸함이 비치다가도 이내 단단함이 느껴지는 사람. 준호는 그녀가 궁금해졌다.
우연이 겹치면서 준호는 결심을 굳혔다.
그녀와 잊을 수 없는 멋진 데이트를 하겠다고.
강지선

강지선 cast 서현진

진실을 주장하는 여자,   초등학교 사서교사
아버지는 순진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남들의 거짓말도 진실로 믿었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작은 사업체를 함께하던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했고, 가족은 하루아침에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처지가 되었다.
정직하게 사는 것만으로는 자신을 지킬 수 없다는 것.
지선은 너무 일찍 그 사실을 배웠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백일장과 토론대회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지선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도 공부를 놓지 않았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대학에 진학해 문헌정보학을 전공했고, 글과 언어에 대한 관심은 사람의 말에 담긴 속뜻으로 이어졌다.
말과 문장의 리듬, 침묵의 간격, 시선이 멈추는 위치까지..
지선은 들리는 말 너머의 의도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었다.
사립 초등학교 사서교사를 하며 삶은 어느 정도 평온해졌다.
학기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아이들과의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했고,
취미로 시작한 바다 서핑은 지선에게 일종의 숨구멍이 되어주었다.
바다를 향해 파도를 타넘는 순간, 지선은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어느새 서른 중반의 나이. 조용한 일상에 한 남자가 들어온다.
민준호! 심장외과 전문의.
처음엔 그저 멋진 학부모라고 생각했다.
세련되고 조심스러운 태도, 선을 넘지 않는 배려.
그런데, 그가 남자로 다가온다. 거침없이, 당당하게.
수업을 맡은 학생의 학부모인 것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만, 더 알아보고 싶다.
그도, 그에게 반응하는 자신의 마음도.
첫 데이트 날, 지선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 목걸이를 하고 펜던트에 입맞춤한다.
머리보다 먼저 반응한 심장의 소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화영

이화영 cast 옥자연

상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
평범했던 가정이었고, 평범할 뻔한 어린 시절이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 날, 동네에서 귀금속 소매점을 하던 아버지가 강도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화영은 관련 뉴스를 빼놓지 않고 보았다. 경찰들이 조사를 하는 과정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날을 경계로 화영의 세상은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나뉘었다.
화영은 쉽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동정 어린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다.
이성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원칙주의자.
특히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하는 사람은 용납하기도, 용서하기도 어려웠다.
경찰이 된 것도 가족과 공동체 모두를 지키고 싶어서였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을 듯 살아왔지만, 마음 한편에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기를 바랐다. 겉과 속이 한결같은 남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남자, 믿음직한 직업군인인 해군 남편과의 결혼은 그런 믿음에서 시작됐다.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남편의 해외 장기근무로 함께 하는 날보다 혼자 보내는 날이 많았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에도, 입덧으로 힘든 초기에도 곁에 남편이 없었다.

일터에서 아버지 같은 리더십을 보이는 경찰 팀장에게 정서적인 의지를 했다.
그러나 그날의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되었다. 온화한 가부장이 때로는 타인에게 잔인한
배타성으로 변질될 수도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