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선
cast
서현진
진실을 주장하는 여자, 초등학교 사서교사
아버지는 순진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남들의 거짓말도 진실로 믿었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작은 사업체를 함께하던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했고, 가족은 하루아침에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처지가 되었다.
정직하게 사는 것만으로는 자신을 지킬 수 없다는 것.
지선은 너무 일찍 그 사실을 배웠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백일장과 토론대회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지선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도 공부를 놓지 않았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대학에 진학해 문헌정보학을 전공했고, 글과 언어에 대한 관심은 사람의 말에 담긴 속뜻으로 이어졌다.
말과 문장의 리듬, 침묵의 간격, 시선이 멈추는 위치까지..
지선은 들리는 말 너머의 의도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었다.
사립 초등학교 사서교사를 하며 삶은 어느 정도 평온해졌다.
학기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아이들과의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했고,
취미로 시작한 바다 서핑은 지선에게 일종의 숨구멍이 되어주었다.
바다를 향해 파도를 타넘는 순간, 지선은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어느새 서른 중반의 나이. 조용한 일상에 한 남자가 들어온다.
민준호! 심장외과 전문의.
처음엔 그저 멋진 학부모라고 생각했다.
세련되고 조심스러운 태도, 선을 넘지 않는 배려.
그런데, 그가 남자로 다가온다. 거침없이, 당당하게.
수업을 맡은 학생의 학부모인 것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만, 더 알아보고 싶다.
그도, 그에게 반응하는 자신의 마음도.
첫 데이트 날, 지선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 목걸이를 하고 펜던트에 입맞춤한다.
머리보다 먼저 반응한 심장의 소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