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첫사랑을 시작하다.
대한민국에서 30대 미혼 여성으로 산다는 거요?
사회 초년생 딱지 뗀지 한참, 성과도 꽤 좋고요, 인정도 받고요, 더불어 꽤 안정된 통장 잔고와 근사한 취미도 하나쯤 있죠.
주말이면 여행과 맛 집을 즐기며 자유롭고 화려하게 살아가죠. 기품 있는 그녀의 스틸레토처럼요.
미혼 아니, ‘비혼’이라 불러주시는 게 좋겠어요.
그래요. 인터넷에선, 드라마에선, 남들은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내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요.
새끼손톱만큼 아껴 써야 하는 안티 에이징 크림. 나잇살이라는 군살, 시집 잘 간 엄마 친구 딸.
아줌마, 새댁도 모자라 때론 ‘사모님’이라고도 불리고요. 그 뿐인가요? 아직 캥거루족에, 때론 부양해야 할 천근만근의 부모도 있다는 거예요.
더더욱 절망적인 건 연애는 커녕 모태솔로도 못 벗어나고 남자 몸 한 번 탐구해본 적 없는데,
친구들은 애 낳고, 것도 몇씩 낳고 일 하고 살림도 잘 하는 슈퍼우먼이 돼 있더라고요.
어째 저 쨍한 햇볕이 나만 따갑게 비추는 것 같네요. 그래도 별 수 있나요? 그냥 저 햇볕을 즐길 수밖에.
에이 뭐, 결혼 좀 늦게 하면 어때요. 까짓 것 안 하면 어때요.
오늘 잘 살았잖아요, 이런 보통의 날들로 내일도 살아갈래요.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그런 당신들에게 보내는 거예요.
화려한 연애도 쿨 한 섹스도 없는, 아직 철들지 않고 철들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의 30대 미혼 여성들,
한마디로 겉 멀쩡한 얼간이들. 네에, 바로 당신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