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나는 드라마’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곧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종일 병상에서 보내는 건 외로운 일이었다.
TV를 틀었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극단적인 설정과 핏대 세우는 연기로 채워진 드라마들을 보고 나면 오히려 힘들었다.
죽음이 나를 둘러쌀수록 내가 더 절실히 필요했던 건 로맨스와 웃음이었다.
그때 결심했다.
다음엔 꼭 사람냄새 물씬 나는 로맨스와
건강한 웃음이 넘치는 그런 드라마를 써야지.
‘안' 하는 남자
여기 완벽한 남자가 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조건은 다 갖췄다.
쭉 뻗은 키, 빛나는 얼굴, 조각 같은 몸매, 넘치는 재력, 나쁜 남자의 매력까지.
그의 이름은 한비수.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드라마 작가이자
배우들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비주얼로 여자들 꽤나 울릴 것 같지만,
사실 비수의 정체는 사랑 같은 건 ‘안 하는’ 남자.
‘못' 하는 여자
여기 연애는 하고 싶지만 돈 버느라 바쁘고 아픈 엄마를 간병하느라
연애를 ‘못 하고’ 산지 퍽이나 오래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오주인!
화면 속에선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늘 연애 중인 로코퀸이지만
현실은 특별한 취미도 없이 한옥을 되찾겠다는 목표뿐인 ‘외로운’ 여자.
두 사람은 드라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집에서 동거를 시작하는데...
‘오! 주인님’
남한테 피해 안 주고 피해 안 받고 사는 게 인생의 철칙이며
매사에 깔끔 떨며 완벽을 추구하며 살던 남자는
자신과 모든 것이 정반대인 여자의 동거하면서 서서히 변해 간다.
드라마는 현실의 냉정한 반영이라고 주장하던 남자는
어느새 드라마에 사람 냄새를 풍기고 희망을 심고 웃음을 터트린다.
사람한테 배신당하고 사람 때문에 죽고 싶어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세상엔
결국 사람만이 다시 숨 쉬게 해줄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다.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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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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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김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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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오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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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
조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