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법정 싸움을 위해 변호사를 믿고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들. 하지만 의뢰인의 믿음을 저버리는 변호사가 있다? 사건 수임 후 연락이 두절되는 변호사, 변론기일에 고지 없이 출석하지 않는 변호사, 판결문을 위조하고 공탁금을 가로채는 변호사까지. 변호사의 행동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법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PD수첩은 이런 ‘불량 변호사들’의 행태를 추적하고 이들이 어떤 식으로 의뢰인을 기만하는지고발한다. 또한 일부 불량 변호사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취재했다.
▶ 2년 동안 의뢰인을 속인 판결문 위조 변호사 휴대전화 도매업을 하는 김현민(가명) 씨는 2년 전 위약금 청구 소송을 위해 법무법인 A 소속 이OO 변호사를 선임했고, 수임료와 공탁금 등 지금까지 약 1,70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했다. 소송을 시작한 지 약 1년 후, 변호사로부터 승소 소식을 들었지만 판결문은 받지 못했다. 사건번호를 알려달라고 해도 변호사는 차일피일 미루며 변명을 일삼았다. 어렵게 받아낸 판결문에 의심이 들어 직접 법원으로 찾아간 그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건은 접수조차 된 적 없었고 판결문은 변호사가 만들어낸 가짜였다.
“돈 주고 사기 체험한 거예요. 재판을 안 해놓고 이겼다고 거짓말하면 어떻게 눈치를 채냐 이거죠.” - 불량변호사 피해자 김씨
왜 그런 짓을 한 건지 물어봤지만, 이 변호사는 “제가 정신병 걸린 것 같아요. 저도 이해가 안 돼요.”라고 답했다. 감쪽같이 속은 피해자는 그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 또다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해당 변호사가 이미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2천만 원의 징계를 받은 것. 설득 끝에 이OO 변호사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왜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인지 묻는 제작진에게 그는 어떤 입장을 전했을까?
▶ 사건 수임하고 나 몰라라, 불성실 변호사 빠르고 쉽게 변호사와 상담할 수 있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 법을 처음 접하는 의뢰인들은 변호사와 부담 없이 상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 플랫폼을 자주 이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 플랫폼의 편의성을 악용하는 변호사가 있다. 플랫폼 A에서 만난 진OO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다가 결국 그와 소송까지 가게 된 피해자가 있었다. 진OO 변호사는 여러 차례 재판일을 연기시키고 심문기일에도 불참했다. 결국 의뢰인의 소송은 기각됐고, 피해자는 이긴 줄 알았던 재판에서 패소했다는 사실을 1년 후에야 알게 되었다. 또한 해당 변호사는 다른 플랫폼에서 수임한 의뢰인의 고소장에 허위 사실을 적어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위험을 초래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민원으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된 그는 후배 변호사의 명의로 사건을 수임하고 있었다. 후배 변호사는 직접 MBC로 찾아와 자신이 진OO 변호사 대신 의뢰인과 연락하며 대리 변제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지난 4년간 상담한 건수만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하는 진OO 변호사. 그는 왜 이토록 무리하게 사건을 수임하려 하는 것일까?
▶ ‘불량 변호사’는 변호사 징계로 막을 수 있을까? 비위 변호사에 대한 징계 수위는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한다. 2019년부터 2024년 9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에서 의결된 품위유지·성실의무 위반 징계 중 81%가 경징계인 과태료나 견책에 해당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오히려 의뢰인과 성실한 변호사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과태료를 내면 다시 변호사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1,500명 이상의 신입 변호사가 배출되는 변호사 3만 명 시대. 의뢰인들을 불량 변호사로부터 보호하고 대다수의 성실한 변호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