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 슈바이처. 허름한 산부인과는 그가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풀기 위한 공간이자 그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런데 외식산업을 시작하는 <은하그룹>이 나원장의 5층 건물을 시작으로 주변 상권을 잠식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고, 나원장은 그 계획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그 날도 나 원장은 건물 문제로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응급 산모의 아기를 영자가 받다가 산모가 사망하는 사고가 난다. <은하 파머스> 측은 그 일을 빌미로 나 원장의 발목을 잡는다. 의료법 위반, 살인죄로 영자를 형사 고발하겠다는 말에 나봉일은 무릎을 꿇고 마는데...
남한테 베풀고 퍼줄 줄만 알았지 우리 집 쌀통 사정은 모르는 남편 덕에 심신이 바쁜 인생이다. 인건비 줄이려 병원 부엌일을 도맡은 지 벌써 25년. 그녀의 미역국 맛은 정평이 나 있고 간식으로 나가는 호박죽도 장안에 최고라는 평판이 자자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 빼앗긴 건물, 백화점 판매사원이 된 영자.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지만 김하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여기서 시작하면 된다고 딸들을 독려하는 억척스런 세 딸의 엄마다.
친정아버지 의사에 남편도 의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준 재벌 쯤 되는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벌기보다 퍼주는 데 더 주력하는 아버지, 가난이 졸졸 흐르는 시댁 개천에서 겨우겨우 용이 되어 레지던트 3년차가 된 연하의 남편. 돌아보면 한숨만 나오지만 그 덕에 생활력 하나는 강하고 카리스마도 작렬이다.
통영에서 여객선을 타고도 닿지 않아 통통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소매물도에서 유일하게 서울로 그것도 의대에 진학한 인사다. 지금은 출신대학병원 레지던트로 일하지만, 월급은 대부분 소매물도에 계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부치고 남는 것은 그야말로 쥐꼬리. 6개월만이라고 못 박고 시작한 처가살이가 어느새 6년이다.
싹싹하고 책임감 있고 둥근 성품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론 결핍이 많다. 동생 영자처럼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언니 영진처럼 억척스럽지도 않았어서인지 언제나 부모 관심 밖에 있다 생각하며 자랐다. 그래서 오래된 짝사랑, <은하 파머스> 사장 아들 이선호와의 사랑을 꼭 이루고 싶었다. 그런데 선호 집과 철천지원수라니.
눈만 뜨면 공부하라는 엄마 때문에 살 수가 없다. 다른 아이들도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아빠 말대로 인생은 고통의 연속인가보다. 장래 희망은 아파트 경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