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삼cast 이중옥
이장의 죽마고우
왜.. 뭔일인디.. 나한테만 얘기혀 봐. 내 입 무거운 거 알잖여?
“이거 진짜 비밀인데...”하고 말했다간 읍내 사람들까지 다 안다고 해서 옹화마을 자칭 타칭 방송국으로 불린다.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라며 신나게 떠들지만 듣다 보면 사람 열불나게 하는 재주가 있다. 눈치가 없는 건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건지 요상하다.
국민학교 3학년 때 일이다. 반장이 되고 싶었다. 반 친구들을 설득할 만한 공약이 뭘까 장장 열흘 밤을 고민했다. 드디어 반장선거 날. 달달 외운 대본을 달달 떨며 발표하고 내려왔다. 그리고 다음 이장의 차례. 이장이 올라가 뱉은 선거 공약은 단 한 마디였다. “나를 반장으로 뽑아준다면 나가 우리 반 모두에게 돈가스를 쏘겠슈!” 이어지는 반 친구들의 환호소리와 박수갈채. 그렇게 덕삼은 그 학기 반장이 아니라 청소반장이 되었다.
늘 이장의 그늘에 가려 2인자의 삶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딸 아름이가 태어났다. 항상 이장을 부러워하던 건 자신이었는데, 자신을 부러워하는 이장의 시선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장이 딱하긴 하지만, 남몰래 정화수를 떠놓고 매일 밤 기도했다. “삼신할매, 요 딸은유... 지만 줘야 해유. 꼭이유.”
둘도 없는 불알친구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이장을 재끼고 1인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드디어 때가 왔다. 차기 이장선거가 다가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