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동(58세)강남길
동창생들이 기억하는 그는 삼베 빤쓰. 조실부모하고 조부와 살던 가난한 집 아이는 어쩌다 체육시간에 전 학년 앞에서 낡은 속옷을 들켜버린다. 그리고 그길로 학교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소년은 40여년 뒤에 외식사업계의 거물이 되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출산 도중에 잃어버린 탓에 심청부친 못지않은 정성으로 갓난 아들을 혼자 키워낸다. 혹시라도 그 불쌍한 아들이 구박받을 까봐 재혼 하지 않고 버티다가 늦게야 분수에 넘는 여자를 만났다. 자신에게는 동전조차 아끼지만, 아들만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주는, 사랑이 지나쳐서 탈이 된 아버지. 아들을 사랑하고, 오직 음식 만드는 일만 신나던, 쉐프라고 불리기보다는 주방장님이 어울리는 이 남자. 손에는 상처가 가득하고, 인감도장은 이주머니 저주머니 뒤져야 겨우 찾아내는..사업의 사짜도 모르는 이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