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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으로 돈을 다 날리고, 이혼까지 당한 준기(김유석)는 시골에 아들을 맡긴 채 서울에서 방값이 가장 싸다는 가리봉까지 오게 된다. 준기는 가리봉 시장 주변에서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10만원짜리 허름한 벌집 쪽방을 얻는다. 벌집 주인은 준기의 노트북을 보고 작가가 아니냐고 묻고, 준기는 체면상 몰락한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 그렇다고 말한다. 주인은 그곳에 사는 태식(이영준)과 나씨(정승호) 등을 소개해 주지만, 준기는 그들에게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 그들은 그들대로 준기를 경계하며 시선을 피한다.

그날 밤, 준기는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유정 다방에 들르게 된다. 연변 출신의 유마담(김혜영)이 운영을 하는 유정 다방에는 예쁘장한 레지 동숙(정은경)이 일하고 있다. 연변에서 중학교 조선어 선생이었던 동숙은 마침 그녀를 보러 온 태식을 통해 준기가 작가라는 얘기를 듣고 그에게 호감을 가진다. 동숙은 위장결혼으로 입국하였으나 상대를 잘못 만나 국적을 얻지 못하고 현재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그런 그녀의 소망은 한국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 그러나 한국 남자는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심양 출신의 태식만이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태식의 은근한 구애에 동숙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튿날 새벽, 준기는 남구로 역에서 노동자들 속에 섞여 있다가 건설현장으로 가는 봉고차에 올라탄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미 나씨와 태식이 타고 있었고, 준기는 묻지도 않았는데 ‘생활이 묻어나는 글’을 쓰기 위해 봉고에 탔다고 둘러댄다.

일을 마치고 일당을 받는 자리에서 준기와 태식은 일당에서 2만원을 떼인다. 준기는 아무리 일을 제대로 못했다손 치더라도 임금을 깎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작업반장에게 대든다. 이 과정에서 준기는 태식이 조선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태식이 임금을 깍인 이유는 바로 조선족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준기는 내친 김에 작업 반장에게 바락바락 대들어 태식의 돈까지 받아준다. 태식은 준기에게 고맙다며 술을 한 잔 사기로 한다.

보훈처에서 편지가 왔다는 전갈을 받은 태식은 이제 국적을 얻게 되었다며 기대에 부풀어 작은 할아버지 집에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