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58세)정보석
겉으로 잔정 따위 표현하지 않는 무뚝뚝한 한국 남자. 그 시절 가난한집 장남들이 다 그렇듯 가족의 희망으로 산 인물. 임원 진급 코앞에 두고 인사권 쥔 상사의 부당한 요구에 사표 던지고 창업. 한동안 고전했으나 지금은 건축업으로 성공해 동네에서는 부자 소리까지 듣는다. 강직하고, 가부장적이지만 더러 사업상 필요하단 핑계로, 작은 일탈도 했던 서울의 보통 남자. 그저 쉽게만 살려고 하는 요즘 젊은 놈들, 딱 질색이다. 초면에 정강이를 차 버릴 만큼 마음에 들지 않던 둘째딸의 연인 광재. 그러나 겪어볼수록 녀석이 괜찮다. 쓸 만한 그 녀석이 샛길로 엇나가자, 외면하지 않고 붙들어와 자기 식으로 혹독하게 조련시키는 부정(父情)의 소유자. 모든 것이 이만 하면 족하다 하는 최고의 순간, 무언가에 덜미를 잡히는 이 사람. 그는 의연하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아들로서의 자신을 돌아본다. 이 남자의 서툴고 급하고 거친 사랑표현은 온 가족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