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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를 공격하라!’.. 그들이 노리는 것

2025.02.1635

■ ‘헌재를 공격하라!’ … 그들이 노리는 것

◀ 이휘준 ▶

이어서
헌법재판소를 향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공격의 실체와 의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임명찬 기자 나와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전광훈 목사나 극우 세력 말고도

여당 지도부까지 헌법재판소 공격에
합류했습니다.

◀ 임명찬 ▶

네, 법리적 다툼이라면 모르겠는데,

재판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과연 근거는 있는 것인지,
그 부작용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 헌재를 공격하라

지난 8일 서울 광화문광장.

◀ S Y N ▶박웅범 /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 공동대표
헌재를 국민 여러분들이 파괴해 주십시오!

헌법재판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외치며
폭력을 부추깁니다.

◀ S Y N ▶
"문형배를 밟아! <밟아! 밟아! 밟아!> 이미선을 밟아! <밟아! 밟아! 밟아!> 정계선을 밟아<밟아! 밟아! 밟아!> 정정미를 밟아!<밟아! 밟아! 밟아!> 마은혁은 안돼 <안돼! 안돼! 안돼!>"

현재 헌법재판소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형두, 정정미, 김복형 재판관
국회에서 선출한 조한창, 정계선 재판관

이렇게 8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불신의 불씨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던졌습니다.

◀ S Y N ▶ 최거훈 변호사 / 윤석열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 2월 4일)
"부디 이념, 소신 이런 걸 다 버리시고 적어도 이 재판정에서는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이 재판을 맡을 수 없는 조건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관과 당사자가 배우자나 친족 관계인 경우, 재판관이 사건에 대해 증언, 감정을 하거나, 당사자의 대리인이거나 대리인이었던 경우 등입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아예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기피와 회피 규정을 이용했습니다.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지난달 13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민주당 추천이었던 정계선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습니다.

정 재판관의 배우자가 속한 재단의 이사장이 국회 측 탄핵소추 대리인단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탄핵 절차가 가시화되던 지난해 12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선영 전 의원을 장관급인 진실화해위원장에 임명한 바 있습니다.

박 위원장은 정형식 헌법재판관의 처형입니다.

◀ S Y N ▶ 오수미 / 삼청교육피해자유족회 대표 (2024년 12월 10일)
"계엄령을 선포해 놓고 다시 박선영이라는, 5·16을 정당화시키는 이런 사람을 이 자리에 보낸 것은 저희는 참을 수 없습니다."

결국 헌재는 기피신청을 만장일치로 기각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정계선, 문형배, 이미선 3명의 재판관에 대해 '회피 촉구 의견서'를 냈습니다.

◀ S Y N ▶석동현 변호사 / 윤석열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2월 1일)
"편향성을 가진 재판관들이 좀 우리가 상식적으로 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하면."

하지만 '회피'도 아니고 '회피 촉구'라는 건 법에도 없는 절차입니다.

◀ I N T ▶이헌환 /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피 촉구 의견이라는 자체가 법적으로는 전혀 의미 없는 것인데 그분들이 이제 기도하는 것은 이제 정치적으로 그렇게 촉구 의견서라도 냄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심리적인 압박이라든지 또 논쟁을 지속한다든지 그다음에 또 지지자들을 결속한다든지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그런 회피 촉구 의견서라고 하는 거를 이제 대외적으로 공표를 하는 것이지요."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헌법 재판소 공격을 거들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하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친분을 문제삼았습니다.

◀ S Y N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1월 22일)
"2020년도 이재명 대표의 모친께서 돌아가셨는데 그때도 상가에 방문 다녀온 것을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들한테 얘기할 정도로 굉장히 가까운 사이입니다."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헌재는 "문형배 권한대행은 이재명 대표의 모친상에 문상을 한 적이 없으며 조의금을 낸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했고

권 원내대표는 "잘못 전해들은 것 같다"고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공격은 계속됐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미선 재판관의 동생이 민변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특위 부위원장을 맡았다는 점과
문형배, 정계선, 이미선 재판관 모두 법원 내 진보적인 학술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도 물고 늘어졌습니다.

◀ S Y N ▶권영세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1월 31일)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3명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S Y N ▶권성동 /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 기자간담회, 1월 30일)
"민주당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을 사법 요직에 앉히고, 이들은 좌편향 판결로 보답하며."

그런데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신의 판결을 두고는 전혀 다른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23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법조계의 '엘리트 카르텔'로 비판받는 '민사판례연구회' 소속이라고 공격했습니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 23명도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당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었던 권 의원은 특정 모임 출신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법연구회' 얘기를 꺼냈습니다.

◀ S Y N ▶권성동 / 당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 (2023년 9월 20일)
"저도 문재인 정부 때, 부당 기소에 의해서 재판을 받은 사람입니다. 근데 제1심 재판장이 나중에 몰랐는데 재판 끝나고 나중에 보니까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더라고요. 그런데 정확하게 판단을 합디다. 그래서 우리가 그런 편견은 또 고정관념은 가급적이면 배제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권 의원이 언급한 재판은 지난 2019년 6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1심 판결.

◀ S Y N ▶권성동 /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강원랜드 채용 비리’ 1심 선고, 2019년 6월 24일)
"대한민국의 정의를 실현하고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신 그리고 공정하게 판단을 내려주신 우리 사법부에 경의를 표시합니다."

그로부터 5년 뒤.

서울서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긴 해당 판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권 원내대표는 똑같은 판사를 두고 '짝퉁' 영장을 발부했다고 비난했습니다.

◀ S Y N ▶권성동 /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1월 7일)
"이런 짝퉁 영장을 들고 집행을 지휘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위조지폐로 물건을 사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 I N T ▶윤광일 /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과거의 자기가 지금의 현재 자기를 부정하잖아요. 근데 그런 것도 사실은 그 사람들은 그게 모순이라고 판단을 안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건 자기는 부정하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어떤 원칙이라기보다는."

◀ 이휘준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렇게 입맛에 맞는 해석으로
재판을 흔드는 건

예전에도 없던 일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최근 상황을
더 심각하게 봐야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임명찬 ▶

재판 흔들기가
정치적인 주장으로만 유통된다면
파급력은 제한적일 겁니다.

하지만 탄핵심판 국면에선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진실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국 헌법기관의 신뢰가 무너지고
헌정 질서 자체가 위기에 빠지는
더 큰 상흔을 남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 위험수위 다다른 헌재 흔들기

지난 2017년 2월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 기일.

박 전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주심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국회 대리인'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 S Y N ▶김평우 변호사 / 당시 박근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2017년 2월 22일)
"아니 이분들(국회 측 대리인)이 발견을 못한 거를 재판관님이 발견해서 꼬집어줘요? 그러시면 그거는 오해에 따라서는 청구인의 수석 대리인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법관이 아니에요, 이거는."

곧바로 이정미 재판관이 제지했습니다.

◀ S Y N ▶이정미 /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2017년 2월 22일)
"변호사님 말씀이 조금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조금 언행을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이정미 재판관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 S Y N ▶김평우 변호사 / 당시 박근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2017년 2월 22일)
"이거 또 죄송하게 됐네. 바로 이 이야기를 하게 돼서. 대통령 탄핵심판이라고 하는 역사적, 국가적, 국제적 사건의 심판 시한이 이정미라는 특정 재판관의 퇴임 일자인 3월 13일 이전 선고에 맞추어서
증거조사 및 변론 절차를 과속 졸속으로 진행한다면."

당시 국회 측 탄핵소추 위원장이었던 권성동 의원도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의 이런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 S Y N ▶ 권성동 / 당시 국회 측 탄핵소추 위원장 (2017년 2월 22일)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났을 경우에는 아마 문제 제기를 하지 아니할 것이고 그와 반대의 결론이 났을 때 이 탄핵심판의 정당성을 부인하거나 또 비난하는 그런 요인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이고."

2017년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8명의 헌법재판관들.

◀ S Y N ▶이정미 /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2017년 3월 10일)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서."

그런데 이 8명 중 7명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에서 인용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강일원, 이정미 재판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사건의 청구인은 박근혜 정부였습니다.

◀ S Y N ▶박한철 / 당시 헌법재판소장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2014년 12월 19일)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

현재의 헌법재판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과 비위 의혹이 있는 이정섭 검사 탄핵심판은 전원일치로 기각했습니다.

보복 기소 의혹이 있는 안동완 검사 탄핵은 기각 5 대 인용 4로, 방통위법 위반 논란이 있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은 4 대 4로 기각됐습니다.

모두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탄핵소추였는데, 현재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의 타깃이 된 재판관들은
국회의 손을 들어줄 때도 피청구인의 손을 들어줄 때도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편파적으로 결정을 한다는 비난이 근거가 부족한 이유입니다.

◀ I N T ▶김선택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명은 좀 '리버럴'하다. 약간 진보적이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편향적인 재판을 할 우려가 있으니까 재판에서 빠져달라'고 그러는데 저는 거꾸로 말하고 싶어요. 나머지 다섯 분인지 네 분인지 그분은 컨서버티브하다는 거예요. 보수적이죠. 그럼 보수적으로 편향된 심리를 할 수 있으니까 그 사람들도 빠져야 맞는 거 아니에요? 그럼 누가 하죠? 재판은 이제? 아니 이런 성향도 빠지고 저런 성향도 빠지고 그럼 누가 남습니까? 그러면 전국의 모든 사법 판결을 하지 말아야 돼요."

이를 모르지 않을 국민의힘.

◀ S Y N ▶장동혁 / 당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 (이상민 장관 탄핵 기각 논평, 2023년 7월 25일)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정략적 탄핵에 대한 엄중한 경고입니다. 판결 결과에 대해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라는 해괴망측한 자체 해석을 내놓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집회에서는 물론,

◀ S Y N ▶윤상현 / 국민의힘 의원 (울산 탄핵 반대 집회, 2월 15일)
"헌재가 불공정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한마디로 인민재판소가 돼버린 것입니다, 여러분!"

토론회까지 열어 헌법재판소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 S Y N ▶나경원 / 국민의힘 의원 (국회 토론회, 2월 6일)
"지금 헌법재판소에 있는 좌파 사법 카르텔 또 법원에 또 그동안 공수처에 나타난 이 좌파 사법 카르텔을 깨는 것을 이번 탄핵의 과정에서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되는 것 아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심리적 불복 분위기를 만들어 일찍 다가올지 모를 선거에서 정치적인 이익을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I N T ▶배병인 /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탄핵을 늦추는 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우리 사회의 극우 세력 그다음에 윤석열 내란 세력 이 세력들하고 동조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미 서부지법 폭동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법부 침탈 사태가 벌어져 70명이 구속됐습니다.

시위대는 공공연하게 다음 타깃으로
헌법재판소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 S Y N ▶(유튜브 '파파존TV')
"다음은 헌법재판소! 다음은 헌법재판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벽을 넘기 위한 철제 사다리,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준비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헌재 건물 지하 1층부터 5층까지의 내부 구조가 담긴 평면도가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 S Y N ▶ ☎ 헌재 공격 예고글 112신고자
"미리 새벽에 순찰하고 왔다면서, 사진을 하나하나 다 찍어서 이제 어떤 식으로 잠입을 해야 되는지.
너무 폭력에 미쳐서 눈이 돌아가 있는 사람들 같은 거예요."

헌법재판소는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6공화국 헌법에 따라, 1988년 출범했습니다.

시대의 여러 가치가 공화국의 근간인 헌법에 대한 해석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도록 모두 9명의 헌법재판관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나눠 뽑도록 했습니다.

이 재판관들이 숙고를 하고 논의를 하며 친일파 재산 환수 규정 합헌, 5.18 특별법 합헌, 간통죄와 사전검열 위헌, 호주제와 공무원시험 나이제한 헌법 불합치 등 중요한 결정을 내려왔습니다.

정치적 셈법을 앞세운 헌법재판소 흔들기는 헌정질서 자체의 위기를 눈 앞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 I N T ▶이헌환 /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를 흔듦으로 인해서 바로 그 기존에 있는 '헌정질서를 전복시키겠다'라고 하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겁니다. 그게 대통령의 의도이고 그다음에 여당의 의도이고, 말하자면 그것이 바로 기존의 헌정질서의 입장에서 보면 내란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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