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안박사의 비밀... 2004. 12. 22
'조선에서 왔소이다’ 이제 그 긴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네요. 덕형과 한솔의 엔딩, 조선으로 돌아간 삼식의 활약까지 말씀드렸지요. 오늘은 타임머신을 만들려고 애쓰는 안박사, 과연 그의 사연은 무엇인지 얘기해드리지요.
한솔네 집에서 혼자 하숙생으로 얹혀사는 안박사, 사실은 고아입니다. 7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상태... 고아원에 가게 된 것을 옆집 한솔이 아버지가 데려와 살게 하지요. (한솔부는 무능력한 아버지의 표상이지만, 한솔이 어머니 살아생전에는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네요.) 한솔이 아버지가 고스톱을 치면서 그러지요. ‘대용이 너 어머니 돌아가실 때 어린 너 두고 간다고 눈도 못감은거 생각하면...’
안박사 7살 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지요. 안박사는 15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시간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어머니를 살리려고? 아닙니다. 현대의학으로도 어머니를 살릴 수 없다는 걸 안박사는 잘 압니다. 다만 임종 전의 어머니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거지요.
마지막으로 타임머신을 가동하는 안박사, 15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어머니의 임종 바로 직전의 병원으로 찾아가는 안박사. 일곱 살난 어린 자신이 병실에서 나오는 것과 동시에 청년 안박사는 의사 까운을 걸치고 병실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15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지요.
‘새로 오신 의사 선생님인가 보네요.’
‘... 예, 안녕하세요.’
‘...’
‘방금 나간 꼬마가 아드님인가 보죠?’
‘예, 한참 개구쟁이지요... 저 애가 어른이 되는걸 보고 가려고 했는데...’
‘꼭 보시게 될 거에요. 보아하니 금방 어른이 될 것 같은데요?’
‘애가 워낙 철부지라... 쟤를 두고 가려니...’
‘...’
신참 인턴으로 꾸미고, 자신의 어머니를 만난 안박사, 잠시 목을 가다듬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관상을 좀 보거든요?
저 꼬마는 커서 아주 훌륭한 인물이 될 것 같은데요?’
‘...그래요?’
‘뭐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구요. 공부도 열심히 해서 박사 소리 들을거구...
과학자가 되어 남들이 생각도 못한 물건도 만들어내구...’
안박사가 어머니에게 들려주는 어린 자신의 관상 이야기는, 자신이 살아온 지난 15년의 세월입니다. 안박사의 나레이션 위로 그가 보여준 지난 활약이 보여지구요.
‘뭐, 역사책에 길이 남을 위인들과 같이 나라를 구하고, 막 그럴 상이에요,
저 꼬마는...’
낯선 의사의 허풍 같은 이야기에 임종을 앞둔 어머니도 웃습니다.
‘그러니 걱정마세요, 저 꼬마는 아주 훌륭하게 자랄 겁니다.’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 일어나는 안박사, 어머니가 그의 손을 가만히 잡습니다.
‘고마워요 선생님... 선생님 말씀 듣고나니 마음이 놓이네요.’
그러다 다시 가만히 손을 꼬옥 잡으며,
‘이렇게 장성한 모습 꼭 보고 가려고 했는데...’
‘...’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찾아와줘서...’
미래에서 온 장성한 아들을 알아본 듯 만 듯, 그렇게 어머니는 눈을 감고 15년전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청년이 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안박사, 그렇게 꿈을 이룹니다.
15년전 철부지 꼬마에게 한 어머니의 한마디,
‘우리 대용이 장성하는거 보고 가야되는데...’
그 한마디 유언에서 ‘조선에서 왔소이다’라는 시간여행 판타지는 시작되었지요.
이제 긴 꿈에서 깨어, 과거도 미래도 잊고, 다시 치열한 현재를 살아야할 시간입니다.
그동안 ‘조선에서 왔소이다’를 사랑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