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낙원의 비밀 ... 2004. 12. 02
조선에서 왔소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돌고 도는 사랑 타령’입니다. 타임머신 제작비를 벌기 위해 놀이공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윤도령. 탈 쓰고 광대 짓을 해서라도 돈을 벌겠다는데... 하필 삼식이와 한솔이가 그 놀이공원으로 데이트를 오는군요. 회전목마를 타는 행복한 삼식이와 한솔이의 모습을 곰 인형 탈 속에 숨어 지켜보는 윤도령. 곰의 표정 연기, 정말 압권이었죠? 두 사람을 태운 회전목마도 돌고 돌고, 자전거 바퀴도 돌고 돌고... 서로 물고 물리는 사랑 타령은, "덕형의 테마"와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두 곡의 노래와 함께 그렇게 돌고 돕니다.
조선에서 온 선비와 노비에게 현대의 놀이동산은 지옥이자 천국입니다. 윤도령의 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려 달라 비명을 지르는 곳이자, 죄 많은 이들을 묶어놓고 허공에 던져버리는 징벌의 땅이구요. 머슴 삼식이의 눈에는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처음으로 손을 잡게 되는 사랑의 땅입니다.
1화에 나왔듯이, 윤도령 눈에 비친 21세기 서울은 피튀기는 격투기에 열광하는 등활 지옥, 타인의 얼굴로 무표정하게 살아가는 타인 지옥, 사람들이 보는데서 남녀의 정을 나눠야하는 무치 지옥입니다. 한편 3화에서 삼식이는 이곳을 신분 차별, 남녀 차별 없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이상향이라 부릅니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는 낙원일까요? 지옥일까요?...
경제학자 제레미 립킨의 명저,‘노동의 종말’을 보면 21세기는 산업 혁명에 이은 정보 혁명으로, 육체 노동은 자동화 기계가 대신하고 정신 노동은 정보화 기기가 대신하는 사회입니다. 즉 유사 이래 최초로 인간은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되는 세상이 오는거죠. 그렇다면 21세기는, 인간이 최초로 노동의 굴레에서 해방되는 유토피아 일까요? 아니면 인간이 기계와 컴퓨터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대규모 실업에 시달리게 되는 디스토피아일까요? (조.왔.소의 핵심 주제를 제공한 이 책은 제가 연출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죠.) ☞ 참조 : 피디를 꿈꾼다면 - 나의 초보 피디시절
모두가 즐거워하는 놀이공원 나들이가 윤도령에게 결코 즐겁지 못한 이유, 그가 지옥에 있기 때문이죠... 그 이유는? 첫 회에서 이미 옥황상제 김도향 님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드린 바 있죠? ‘인연 맺은 여자를 놓치면 그때부터가 지옥이여!’ 선녀 한솔을 머슴 삼식이에게 빼앗긴 윤도령, 한솔이 없는 이 세상은 말 그대로 너무나 괴로운 지옥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주모라는 호칭 대신, 한솔이라는 이름을 불러본 윤도령, 한솔이는 이 미미한 변화를 못 느끼겠지만, 조선에서 사대부 자제로 커오며 이름보다는 호칭만을 쓰는게 익숙했던 윤도령에게 이는 크나큰 변화입니다.
과연 우리의 윤도령은 이 낯선 21세기 미래세계에서 선녀를 되찾고 낙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혹, 윤도령에게 사랑 타령보다 더 중요한 어떤 역사적 숙명이 기다리고 있는건 아닐까요?
‘조선에서 왔소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 ‘왕의 친구 맞소이다’
12월 13일 월요일 저녁 11시 5분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