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주 cast 이혜리
언주대학병원 장례식장 근무. 장례지도사.
하나, 사람은 모두 죽고!
둘, 고령화 사회 매해 사망 인구는 증가하고 있으며!
셋, 최소 사십 년은 할 수 있을 평생직장을 구하고 싶었고!
넷, 은퇴가 없는 장례지도사야말로 저의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라고 포부 넘치게 말했지만 사실 장례 지도사는 차선의 최선이었다.
한때 그녀는 라켓만 쥐었다 하면 펄펄 날아다니던 탁구 에이스.
상비군으로 태극마크도 달았다.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을 아빠한테 걸어줄 날만 기다렸는데
12년 탁구 인생, 발목 부상으로 허무하게 라켓을 내려놓았다.
다 지난 일, 더 이상 꺼내고 싶지 않은 얘기.
그보다 중요한 건 주특기였던 강한 스매시 실력으로
누군가의 따귀를 사정없이 때려야 되니까.
지금은 미션 중이니까.
그녀는 장례지도사가 된 후 기이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손이 닿는 순간, 입관실은 분장실로 변하고 고인은 온기를 찾는다.
고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 때마다 스물하나였던 숫자가 하나하나씩 줄어든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팔짝팔짝 뛰어도 보고
재수 없는 손이라고 원망도 해봤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딱 스물한 명만, 딱 가을까지만!
그때까지만 버텨보자고 다짐에 조심을 했는데 기어코 그 비밀 들키고야 만다.
하필 그 남자에게. “우리 헤어지자!” 이별 통보를 했던 그 남자 김집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