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I help you?
남자는 ‘이런’ 당신을 대신합니다.
일(한 건)당 백 원으로 시작합니다.
쓰레기 버려드려요. 마시다 똑 떨어진 맥주 사다드려요. 오는 길 치킨 픽업도요.
대치동 학원 줄서기, 경조사 대리 참석, 애인에게 이별 통보 해드립니다.
심부름, 감정대행, 역할대행, 베이비시터, 애완동물 담당 등 완벽한 대리인이 됩니다.
타임 푸어족. 감정소비 두려운 분, 세상만사 다 귀찮은 님 모두 환영입니다.
(※ 사측의 방침에 따라 도박, 폭력, 청부 살인 등의 요청은 일체 사절합니다.)
여자는 ‘조금 특별한’ 당신을 대신합니다.
지금 당신, 생애 가장 극적인 순간을 맞이하셨군요.
믿기 힘든 거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당신… 돌아가셨어요.
명이 다 했는데! 지금 내 장례식 중인데! 비상금, 하드 디스크 정리 못하셨다고요?
엄마 백수잔치, 미처 빨지 못 한 아이 운동화가 걱정이시라고요?
귀띔만 주세요. 여자는 죽은 당신과 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생전 마무리 하지 못한 일, 남아 있는 자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대신 할 수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한 팀의 성실한 집사가 됩니다.
여자와 남자는 오싹하지만 마음 따뜻하고 얄궂지만 가슴 저릿한 고인의 사정을 들어줍니다.
결국 죽음은 삶과 맞닿아 있으며 고인의 청은 살아있는 자에게 보내는 메시지임을 알게 됩니다.
방금 고인이 되신 한 분의 의뢰가 접수 됐습니다. 당신께 전해달라고 합니다.
45도만 올려 보라고, 하늘색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고. 지천에 초록이 꿈틀대고 바람이 산들, 뺨을 간지럽힌다고.
그러니 그 놈의 핸드폰 좀 고만 들여다보라고. 엄지발가락 힘 꽉 주고 오늘을 살아라가고.
있는 힘껏 사랑하라고.
무엇을 들어드릴까요? 무엇을 전해드릴까요?
지금 어디 계신가요?
살았나요? 죽었나요?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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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호준 남궁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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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전용주 김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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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총괄
김홍섭 유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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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
이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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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심소연 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