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의 아픔을 지닌 소년들, <삼총사>로 맺어지다
인천 연안부두에 미모의 중년여인과 소년이 이사를 와 식당을 연다.
여인은 이대영 회장의 비서이자 애인이었던 박정혜.
소년은 이대영 회장과 박정혜 사이에서 태어난 박준기.
자존심 강한 정혜는 진심으로 이대영을 사랑했지만 이대영
집안의 견제와 이간질 때문에 이대영 몰래 준기를 낳아 혼자 힘으로 키워오고 있었다.
재색을 겸비했지만 아이까지 딸린 미혼모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보험외판을 했지만 남자들을 상대로 때로는 치사한 접대까지 해야 하는 그 일이 힘겨웠다. 무엇보다 교육자인 친정아버지의 눈길이 부담스러웠다.
준기의 불만도 가슴아팠다.
결국 친정과의 갈등도 피할 겸, 안정된 수입도 얻을 겸, 인천에까지 흘러와 식당을 연 것이다.
이곳에서 준기는 평생을 같이하게 되는 두 명의 친구를 만난다.
장범수는 아버지가 선거에 네 번 떨어진 바람에 어머니가 가출하고 가세까지 기울어버린 집의 장남으로 영특하고 자존심이 강하며 투철한 승부근성을 가진 소년이었다.
도재문은 그 동네 고아원에 살고 있는 소년으로 말수는 적지만 인정과의리가 많아 어린 나이에도 벌써 사내 냄새가 풍기는 소년이었다.
처음에는 어린애다운 장난과 오해로 서로 치고받고 아웅다웅하던 세 소년은 가난한 결손가정의 아이라는 사실에서 동병상련을 느끼며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즈음 준기가 읽던 뒤마의 소설에서 힌트를 얻어 <삼총사>라고 자기들을 부른다.
사실 세 소년은 작품 속의 삼총사와 닮은 면이 많았다.
늘 침착하고 조용한 준기는 아토스, 멋쟁이이고 달변가인 범수는 아라미스, 남자답고 다혈질인 재문은 포르토스...
이렇게 친형제처럼 자라난 삼총사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
준기는 원래 우등생이었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성적이 떨어져 정혜의 걱정을 사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기계나 과학원리에 곧잘 매료되던 준기는 당시 우리 나라에 소개된 컴퓨터 프로그램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이다.
준기와는 달리 활달하고 사교적인 범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교학생회장, 인천지역학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인천지역 학생들 사이에서는 스타가 되어 있었다. 승부욕도 강해 3년 내내 전교 5등을 벗어나지 않았다.
어릴 때도 골목대장이었던 재문은 당시 인천지역에서 가장 주먹이 강한 아이로 소문이 자자했다. 심지어 인천지역의 몇몇 조폭 계보에서 은근히 재문을 스카웃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하지만 재문은 싸움을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자기 주먹이 얼마나 강하고 위험한지 알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준기나 범수처럼 대학진학을생각 할 수는 없지만, 정직하게 몸 움직여서 돈 버는 일을 하고, 단란한 가정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 재문의 꿈이었다.
엇갈리는 사랑, 그리고 이별
이렇듯 각자의 꿈을 안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삼총사
앞에 최서영이라는 여학생이 나타난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서영은 고급공무원의 딸로 집안도 좋고 성적도 좋은 미모의 여학생으로 단번에 준기와 범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재문은 달랐다. 그는 범수의 여동생 윤정을 좋아하고 있었다.
뛰어난 오빠 범수에 가려져 늘 구박만 받으면서도 해맑게
웃으며 어려운 살림을 묵묵히 꾸려나가는 착한 윤정을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준기와 범수는 누가 서영의 사랑을 얻든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서영은 삼총사 모두를 좋은 친구들로 알고 그들과의 우정을 오래오래 가고싶어했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소년다운 고민도 하고, 질투도 하고, 경쟁도 하면서, 밀고 당기던 그들은, 그러나 학력고사 100일을 앞두고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앞으로 변화되는 그들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