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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최창익과 서동원... 2004. 11. 04

어제 오후, 기자 시사회를 했다. 끝나고 한 기자분이 ‘스토리를 끌어가는 중견 연기자는 없나요?’라고 묻길래 힘차게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중견 연기자라 하면 어떤 사람을 말하는건지 잘 몰라도 주인공 4명 중 너무 신인이 많지 않은가하는 우려섞인 질문으로 보였다.

‘뉴논스톱’ 연출시절, 나는 시트콤 캐스팅은 스타 캐스팅보다는 스타 메이킹이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기존 드라마나 주말 연속극이 스타의 인지도나 중견급 연기자들의 장이라면 시트콤은 신인 연기자의 등용문 역할을 해야하지 않나. 새로운 아이콘을 갈망하는 젊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신인의 기용이 시트콤 캐스팅의 묘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발굴한 두 명의 신인... 최창익과 서동원

고수, 조인성, 조한선 같은 친구들과 신인 시절부터 작업을 해오면서 나는 남자 연기자 발굴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내 자신 남자이기에, 과연 남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고민할때가 많다. 길가다 이쁜 여자 보면 자연 시선이 돌아가도 아무리 남자가 잘생겨도 두 번 쳐다보지는 않는게 사실이니까.

조선에서 오는 노비 역할의 남자 신인을 찾으며 20명 가까운 연기자들의 오디션을 진행했다. 할수록 꽃미남들은 참 많은데 정작 내가 찾고있는 느낌의 남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하루, 한 신인이 회의실에 들어오는 순간, 여자 작가들의 얼굴이 상기되는 걸 느꼈다. (남자는 여자들이 보는 눈이 제일 정확하니까.) 그리고 그 친구의 얼굴선은 내가 생각한 딱 그 이미지였다.

곱상한 현대판 꽃미남의 이미지보다 야성적인 냄새가 풍기는 선굵은 남자. 최창익. 조선에서 자신의 재주를 숨기며 사는 머슴, 삼식이. 그러다 현대로 건너와 입신양명 출세의 길을 달려가는 야심찬 남자, 준. 한 남자의 변신을 보여주기 위해 난 가능성많은 신인을 찾았고, 그 이미지를 최창익이라는 친구에서 발견했다. 최창익, 아직은 신인이지만 매력있는 친구이며 이 친구의 가능성을 끌어내보이는 것이 내 연출의 과제이다.

조선 시대에서 선비와 노비를 불러오는 현대의 한 남자, 자칭 타임머신 연구가로서 시간여행의 비밀을 캐가는 남자, 안박사. ‘조선에서 왔소이다’의 두 이야기 중 하나가 시공을 초월한 삼각관계라면 또 다른 이야기는 과연 또 한번의 시간여행이 가능할 것인가. 안박사는 조선 양반을 과거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이다.

영화판이나 연극계, 뮤지컬 바닥을 뒤지며 코믹한 조연 캐릭터를 찾아봤는데, 딱 필이 꽂히는 친구는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동료 피디와 점심을 먹는데, 그 친구 왈. ‘형수님은 열아홉 봤어?’ ‘아니, 왜?’ ‘거기 시트콤 하면 무조건 뜰 친구 하나 나와. 봐.’ 나름대로 감각이 뛰어난 동료라 항상 조언을 구하던 친구의 이야기였기에 그 이상한 수학 천재를 불러와봤는데... 어머나, 이 친구가 바로 안박사일세.

서동원과의 만남이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내가 본 영화의 작은 추억 추억 마다 한 장면씩 꼭 등장했다는 것이다. 신인이라고 하지만 이미 영화판에서는 오랜 단역과 조연 시절을 거친 중고신인이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보여준 애드립 감각! 친구 말대로 서동원은 시트콤 코미디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연기자다.

이제 방송이 목전에 닥쳤습니다.
여러분의 평가를 기다리며 더욱 긴장되는 하루 하루...
이제 저의 한달간에 걸친 기획일지는 여기서 막을 내립니다.

11월 6일 첫방송이 나가고,
예전 뉴논스톱 시절처럼 방송 후일담과 촬영현장 일지 중심으로
‘조선에서 왔소이다 연출일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연출일기를 통해 게시판에 올려주시는 의견과 제안에
성심성의껏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3 11월 6일 첫방송 ‘조선에서 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