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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봉림대군의 비밀... 2004. 12. 10

'조선에서 왔소이다' 1회 첫장면은 성우 나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병자호란 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고... 나라는 수치의 국난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1회 마지막 장면에서 윤덕형은 투전판에서 판돈이 떨어지자 봉림대군이 보내온 환약이라며 가짜 약을 꺼내 팔고... 2회에서도 사극 현장에 갔다가 '봉림대군'이라는 말에 달려나가는 윤덕형...

봉림대군은 과연 누구일까요? 인조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봉림대군은 파란만장했던 삶을 산 왕자였지요. 왕통을 이을 형 소현세자가 있기에 왕이 되지 못할 운명... 병자호란을 겪으며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는 불운까지... 고교 시절, 봉림대군이 지은 시조 한 수를 배운 적이 있지요.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냐 초하구(草河口)ㅣ 어드메오. 호풍(胡風)도 차도 찰샤 구즌비는무스 일고. 아므나 행색(行色) 그려 내여 님 계신 듸 드리고쟈.' (6회에서 얼핏 보인 덕형의 두루마리 속에 붉은 교지는 바로 봉림대군의 친필 시조입니다. 8회를 위한 복선...) 이토록 불운했던 왕자는 훗날 소현세자의 변사로 효종에 등극하게 되구요. 나중에 청나라에 복수를 다짐하며 북벌까지 꾀하게 됩니다. (제11화가 방송 된 후에 올릴 연출일기의 제목이 '북벌의 비밀'이었는데...)

극중 설정에 따르면 윤덕형과 봉림대군은 같이 저잣거리에서 뛰놀던 친구 사이입니다. 한사람은 과거나 출세길에 뜻을 버린 한량 양반으로서, 또 한사람은 왕이 될 수 없는 둘째 아들의 설움을 안고사는 왕자로서 서로 의기투합한 거지요. 기방에서 같이 폭약주를 만들어 돌리고, 일지매 놀이로 흥을 돋우기도 하는 친구 사이...

처음 '조선에서 왔소이다'를 기획하면서 '21세기에 온 조선 왕자' -기획일지 참고- 이야기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왕자가 오는 이야기보다, 극의 주인공은 우리가 만드는 허구의 인물인것이 편할듯 하여 접었지요. 이후, 윤덕형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만들었다가 그런 생각을 했지요. 21세기로 온 조선 양반, 후손들 사이에서 헤매기만 하는데, 그러다 우연히 역사책에서 자신의 죽마고우인 친구가 훗날 왕이 되는걸 알게된다면? 어떻게해서든 조선으로 돌아가 왕의 친구로서 부귀영화를 누리려하겠지요?

헌데 그 윤덕형이 현재에 와서 짝사랑을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과거로 돌아가 왕의 친구가 될 것이냐, 현재에 남아 사랑을 선택할 것이냐... 이것이 조.왔.소의 후반에 주인공 윤덕형이 펼쳐갈 갈등 라인입니다.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한솔이를 향한 덕형의 짝사랑이 느낌이 강하게 오더군요. 아, 윤덕형이 이제 진짜로 사랑을 느끼는구나... 그냥 단순히 왕의 친구로 부귀영화를 누리기위해 돌아가는건 갈등이 안될것 같은데... 그래서 첨가한 이야기가, 한량 윤덕형, 알고보니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이더라... '야사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있던 봉림대군을 구한 이는 왕의 친구인 윤덕형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 하나... 조선에 있던 윤덕형은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에 와있는데 어떻게 봉림을 구한다는 건지... '조선에서 왔소이다'의 후반 6부작은 현대로 온 윤덕형이 조선으로 돌아가 안박사와 힘을 합쳐 봉림대군을 구해내는 시간여행 모험담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오늘 하는 이야기는 다들 연출가의 아쉬운 미련이 되어 남네요...)

이제 조선 양반 윤덕형의 21세기 모험담은 성탄 전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이어집니다.

조선에서 왔소이다, 마지막 방송, 12월 19일 일요일 오후 4시.